준강간 거짓말탐지기 결과, 무죄 증거 될까 — 폴리그래프 증거능력
준강간 거짓말탐지기 결과, 무죄 증거 될까 — 폴리그래프 증거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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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강간 거짓말탐지기 결과, 무죄 증거 될까 — 폴리그래프 증거능력 

강대현 변호사

준강간 혐의로 조사를 받다 보면 어느 순간 '거짓말탐지기 검사'가 화제에 오릅니다. 수사관이 검사를 권유하기도 하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피의자 본인이 "차라리 거짓말탐지기라도 받게 해달라"고 먼저 요청하기도 합니다. 마음 한편에는 '진실' 판정만 받으면 그것이 곧 무죄의 결정적 증거가 되리라는 기대가 자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 법원이 거짓말탐지기(폴리그래프) 검사결과를 다루는 태도는 그 기대와 사뭇 다릅니다. 이 글에서는 거짓말탐지기 결과가 재판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는지, '진실' 판정이 무죄로 이어지는지, 준강간 사건에서 이 검사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판례를 중심으로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거짓말탐지기가 준강간 사건에 유독 자주 등장하는 이유

준강간은 형법 제299조가 정한 범죄로,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한 경우에 성립하며 강간죄(형법 제297조)의 예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라는 무거운 법정형이 적용됩니다. 문제는 이런 사건일수록 CCTV나 상해 같은 객관적 물증이 드물고, 결국 피해자와 피의자의 진술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진술 대 진술' 구도가 되기 쉽다는 점입니다.

이처럼 물증이 부족한 사건에서는 자연스럽게 "누구 말이 진실인가"를 가려줄 도구가 아쉬워집니다. 거짓말탐지기가 준강간·준강제추행 사건에서 유독 자주 거론되는 배경이 여기에 있습니다. 수사기관은 진술의 신빙성을 가늠할 참고자료로, 피의자 측은 결백을 증명할 카드로 각각 이 검사에 기대를 겁니다.

그러나 '검사를 받는 것'과 '그 결과가 재판에서 증거로 쓰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실제로 거짓말탐지기 검사에 응하는 일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그 결과가 법정에서 유·무죄를 가르는 증거로 채택되는 경우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이 간극을 이해하는 것이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받을 수 있는가'와 그 결과가 '증거가 되는가'는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판례가 요구하는 세 가지 전제요건 — 증거능력의 문턱

대법원은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에 증거능력을 인정하려면 매우 엄격한 전제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일관되게 판시해 왔습니다. 대법원 1986. 11. 25. 선고 85도2208 판결대법원 2005. 5. 26. 선고 2005도130 판결이 그 기준을 제시합니다. 핵심은 아래 세 가지입니다.

  • 심리상태의 변동: 사람이 거짓말을 하면 반드시 일정한 심리상태의 변동이 일어나야 합니다.

  • 생리적 반응: 그 심리상태의 변동은 반드시 일정한 생리적 반응(호흡·맥박·혈압·피부 전기반응 등)을 일으켜야 합니다.

  • 정확한 판정: 그 생리적 반응을 통해 피검사자의 말이 거짓인지 아닌지를 정확히 판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판례는 여기에 더해, 검사 장비가 생리적 반응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어야 하고, 질문의 작성과 검사 기술·방법이 합리적이어야 하며, 검사자가 그 측정 내용을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판독할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인적·물적 요건'까지 요구합니다. 즉 기계·방법·사람이 모두 신뢰할 만해야 비로소 증거능력 논의가 시작됩니다.

이 요건들이 모두 충족되지 않는 한 거짓말탐지기 결과에 형사소송법상 증거능력을 부여할 수 없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입니다.

실무에서 거의 항상 증거능력이 부정되는 이유 — 세 번째 요건의 벽

문제는 위 세 요건 가운데 세 번째, 즉 '생리적 반응만으로 거짓 여부를 정확히 판정할 수 있다'는 명제가 과학적으로 확립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심리적 동요가 반드시 거짓말 때문에만 생기는 것은 아니고, 긴장·불안·억울함 같은 감정도 유사한 생리 반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법원은 이 전제가 증명되었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결과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실제로 대법원 2005. 5. 26. 선고 2005도130 판결에서는 피고인에 대한 검사가 '유타구역비교검사법'이라는 기법으로 이루어졌는데, 대법원은 그 검사법이나 해당 검사가 위 전제요건을 모두 갖추었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검사 결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특정 기법을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 요건이 자동으로 충족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정리하면, 거짓말탐지기 결과의 증거능력이 이론상 완전히 봉쇄된 것은 아니지만, 실무에서 세 번째 요건의 벽을 넘어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사례는 사실상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진실 판정을 받으면 그 서류가 곧 무죄 증거로 제출된다'는 생각은 현실과 거리가 있습니다.

증거능력이 인정돼도 '정황증거'에 그친다

가령 위 전제요건이 예외적으로 충족되어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가정해도, 그 결과가 곧바로 유·무죄를 결정짓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1984. 3. 13. 선고 84도36 판결은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가 유죄의 증거로 쓰이려면 요증사실에 대해 최소한도의 증명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보면서도, 그 증명력은 어디까지나 제한적이라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 형사재판이 자유심증주의(형사소송법 제308조)를 취하기 때문입니다. 이 조항은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한다"고 정하고 있어, 어떤 증거를 얼마나 믿을지는 논리칙과 경험칙의 한계 안에서 법관이 판단합니다. 거짓말탐지기 결과가 판정서의 형태로 제출되더라도 법관을 구속하지 못하고, 기껏해야 피검사자 진술의 신빙성을 가늠하는 하나의 정황자료로만 참작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따라서 '진실' 판정 한 장으로 사건이 끝나지 않습니다. 판정 결과는 다른 진술·정황과 함께 종합적으로 저울에 오를 뿐이며, 그 자체가 결정적 무죄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거짓말탐지기 결과는 법관을 구속하지 못하고, 인정되더라도 진술의 신빙성을 가늠하는 정황증거에 그칩니다.

'진실' 판정을 받고도 유죄가, '거짓' 반응에도 무죄가 나오는 이유

이 지점에서 많은 분들이 오해합니다. '진실' 판정이 무죄를 보장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거짓' 반응이 곧 유죄를 의미하지도 않습니다. 두 방향 모두 자유심증주의 아래에서 법관이 여러 증거를 종합해 판단하는 재료 중 하나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피의자가 '진실' 판정을 받았더라도, 피해자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정황(메시지·이동 경로·목격자 진술 등)이 탄탄하다면 법원은 유죄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긴장이 심한 피의자가 '거짓' 또는 '판정 불능' 결과를 받았더라도, 공소사실을 인정할 다른 증거가 부족하면 무죄가 선고될 수 있습니다.

결국 거짓말탐지기 결과는 사건의 승패를 가르는 열쇠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진술과 정황의 신빙성을 보조적으로 비추는 조명에 가깝습니다. 방어의 무게중심을 검사 결과에 두는 것은 위험합니다.

검사에 응해야 할까, 거부해야 할까 — 동의와 불이익 추정 금지

거짓말탐지기 검사는 피검사자의 동의를 전제로 하는 임의수사입니다. 즉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검사를 거부할 수 있고, 거부했다는 사실 자체가 곧바로 불리한 증거로 쓰여서는 안 됩니다. '떳떳하면 받아야 하지 않느냐'는 식의 심리적 압박에 떠밀려 즉석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 임의성 확인: 검사는 강제할 수 없습니다. 응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유죄 정황이 되지 않습니다.

  • 결과의 한계 인식: '진실' 판정을 받아도 증거능력이 부정되면 재판에 유의미한 증거로 제출되지 못할 수 있습니다.

  • 질문 구성 점검: 질문의 범위·표현이 공소사실과 정확히 맞물리는지, 오해를 부를 문항은 없는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 변호인 상의: 응할지 여부, 응한다면 언제·어떤 조건으로 할지는 사건 전체 전략 안에서 결정해야 합니다.

검사에 응할지는 결백 여부만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 그 결과가 사건 전체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따져 결정해야 합니다. 기대만큼의 효용이 없을 수 있는 반면, 예상 밖의 결과가 심리적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준강간은 무엇으로 다투나 — 방어의 실제 축

거짓말탐지기에 의존할 수 없다면, 준강간 사건의 방어는 결국 사건의 실체를 이루는 요소들로 돌아옵니다. 준강간이 성립하려면 ①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 ②그 상태를 이용한 간음, ③행위자의 고의가 모두 인정되어야 하는데, 방어는 바로 이 요건들이 증거로 충분히 증명되었는지를 겨냥합니다.

가령 당시 피해자가 정말 항거불능 상태였는지(음주 정도·의식 유무·행동 양상), 피고인이 그 상태를 인식하고 이용한다는 고의가 있었는지, 진술이 시점마다 일관되는지, 메시지·이동 경로·주변 정황이 어느 쪽 진술과 부합하는지가 실제 심리의 초점이 됩니다. 이런 객관적 정황과 진술의 신빙성 분석이 거짓말탐지기 결과보다 훨씬 큰 무게를 갖습니다.

그러므로 초기부터 사실관계를 시간순으로 정리하고, 유리한 객관 자료를 확보·보존하며, 진술이 흔들리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검사 결과 한 장에 승부를 걸기보다, 사건 전체의 증거 구조를 다투는 편이 방어의 정도(正道)에 가깝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거짓말탐지기에서 '진실' 판정을 받으면 무죄가 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판례는 매우 엄격한 전제요건을 요구해 실무상 검사결과의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경우가 드물고, 설령 인정되더라도 그것은 진술의 신빙성을 가늠하는 정황증거에 그칩니다. 자유심증주의(형사소송법 제308조) 아래에서 법관은 다른 증거와 종합해 판단하므로 '진실' 판정만으로 무죄가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Q. 수사기관이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요구하면 반드시 받아야 하나요?

A. 아닙니다. 거짓말탐지기 검사는 동의를 전제로 하는 임의수사이므로 거부할 수 있습니다. 응할지 여부는 결백 여부만으로 정할 것이 아니라, 그 결과가 사건 전체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변호인과 상의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Q. 검사를 거부하면 불리하게 작용하나요?

A. 검사를 거부했다는 사실 자체가 유죄의 증거로 쓰여서는 안 됩니다. 다만 심리적 압박 속에서 즉흥적으로 응하거나 거부하기보다, 사건 전략의 관점에서 신중히 판단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거짓' 반응이 나오면 그것만으로 유죄가 되나요?

A. 아닙니다. '진실' 판정이 무죄를 보장하지 않는 것처럼, '거짓' 반응도 곧바로 유죄를 뜻하지 않습니다. 긴장·불안 등도 유사한 생리 반응을 낳을 수 있고, 결국 공소사실을 인정할 다른 증거가 충분한지에 따라 유·무죄가 갈립니다.

Q. 사설 기관에서 사비로 검사를 받아 제출하면 증거가 되나요?

A. 검사 주체가 누구든 판례가 요구하는 전제요건(심리 변동·생리 반응·정확한 판정 가능성, 그리고 장비·방법·검사자의 신뢰성)을 충족해야 증거능력이 논의됩니다. 이 요건이 충족되었다고 인정되는 경우가 실무상 드물어, 사설 검사 결과 역시 그대로 증거로 채택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Q. 거짓말탐지기 결과가 재판에서 아예 언급조차 안 되나요?

A. 증거능력이 부정되면 유·무죄 판단의 증거로 삼을 수는 없지만, 수사 과정에서 진술의 신빙성을 살피는 참고자료로 다뤄지는 경우는 있습니다. 다만 그 경우에도 판정 결과가 결론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맺음말

정리하면, 준강간 사건에서 거짓말탐지기(폴리그래프) 결과는 흔히 기대하는 '결정적 무죄 카드'가 아닙니다. 대법원 85도2208·2005도130 판결이 제시한 세 가지 전제요건과 인적·물적 요건을 실무에서 충족하기가 어려워 증거능력이 부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예외적으로 인정되더라도 자유심증주의(형사소송법 제308조) 아래에서 진술의 신빙성을 보조하는 정황자료에 머무릅니다.

따라서 방어의 무게중심은 검사 결과가 아니라 사건 자체의 증거 구조에 두어야 합니다. 항거불능 상태의 실재 여부, 고의, 진술의 일관성, 객관적 정황이 서로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초기부터 촘촘히 점검하는 것이 유리한 결과로 가는 길입니다. 혼자 판단하기 어려운 국면이라면, 수원·경기남부 지역에서 성범죄 사건을 다뤄온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검사 응대 여부부터 증거 전략까지 함께 설계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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