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보다 할아버지·할머니가 나중에 돌아가셨다면, 먼저 세상을 떠난 부모가 받았어야 할 상속 몫은 어떻게 될까요. 그 몫이 허공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자녀인 손자녀가 부모의 자리를 대신해 물려받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대습상속(代襲相續)입니다. 이 글에서는 손자녀와 조카가 어떤 요건을 갖추어야 대습상속을 받는지, 며느리·사위도 받을 수 있는지, 그리고 실제로 받는 몫은 어떻게 계산되는지를 차근차근 정리하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대습상속이란 — 먼저 떠난 부모의 상속 자리를 대신 잇는 제도
대습상속(代襲相續)은 상속인이 될 사람이 정작 상속이 시작되기 전에 먼저 세상을 떠났을 때, 그 자녀가 부모의 빈자리를 대신해 상속받는 제도입니다. 민법 제1001조는 "상속인이 될 직계비속 또는 형제자매가 상속개시 전에 사망하거나 결격자가 된 경우에 그 직계비속이 있는 때에는 그 직계비속이 사망하거나 결격된 자의 순위에 갈음하여 상속인이 된다"고 정합니다. 쉽게 말해, 원래 받을 사람의 몫이 허공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아래 세대로 그대로 내려가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아버지가 먼저 사망했다면, 아버지가 살아 계셨다면 받았을 상속분을 손자녀가 이어받습니다. 여기서 먼저 사망한 아버지를 피대습자, 아버지 대신 받는 손자녀를 대습상속인이라고 부릅니다. 대습상속은 상속인의 사망이나 결격이라는 우연한 사정 때문에 그 후손이 아무 몫도 받지 못하게 되는 불공평을 막기 위한 장치입니다.
대법원도 대법원 2001. 3. 9. 선고 99다13157 판결에서 대습상속제도는 대습자가 가지고 있던 상속에 대한 기대를 보호함으로써 상속인들 사이의 공평을 꾀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판결은 1997년 대한항공 여객기 괌 추락사고로 여러 가족이 한꺼번에 사망한 사건을 다루면서, 대습상속의 여러 쟁점을 정리한 대표적 선례입니다.
대습상속은 먼저 사망하거나 결격된 상속인의 몫을 그 직계비속이나 배우자가 이어받아, 후손이 뜻밖의 사정으로 상속에서 완전히 배제되는 것을 막는 제도입니다.
대습상속이 성립하는 세 가지 요건 — 이것이 모두 맞아야 한다
대습상속은 아무 경우에나 인정되지 않습니다. 아래 세 가지 요건이 모두 갖추어져야 비로소 손자녀나 조카가 부모·형제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습니다. 하나라도 빠지면 대습상속은 성립하지 않으므로, 내 상황이 어디에 해당하는지부터 정확히 따져 보아야 합니다.
피대습자의 지위 — 먼저 사망·결격된 사람이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자녀·손자녀) 또는 형제자매여야 합니다. 피상속인의 배우자나 직계존속(부모)은 피대습자가 될 수 없어, 이들이 먼저 사망해도 그 후손에게 대습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대습의 원인 — 피대습자가 상속개시 '전에' 사망하거나 상속결격(민법 제1004조) 사유에 해당해야 합니다. 뒤에서 보듯 상속개시 후의 사망이나, 스스로 하는 상속포기는 대습원인이 아닙니다.
대습상속인의 자격 — 대습으로 받는 사람은 피대습자의 직계비속(손자녀·조카) 또는 배우자(며느리·사위)여야 합니다. 이 범위를 벗어난 친족은 대습상속인이 되지 못합니다.
이 세 요건은 서로 맞물려 있습니다. 예컨대 아버지가 할아버지보다 먼저 사망했더라도(대습원인 충족), 아버지에게 직계비속이나 배우자가 전혀 없다면 대습받을 사람이 없어 그 몫은 다른 상속인에게 돌아갑니다. 반대로 손자녀가 있어도 아버지가 할아버지 사망 '후'에 돌아가셨다면 대습이 아니라 별개의 상속 문제가 됩니다.
피대습자의 지위, 상속개시 전 사망·결격이라는 대습원인, 그리고 직계비속·배우자라는 대습상속인의 자격 — 이 셋이 모두 충족될 때만 대습상속이 인정됩니다.
손자녀가 대신 상속받는 경우 — 자녀가 먼저 세상을 떠났을 때
가장 흔한 대습상속은 손자녀가 받는 경우입니다. 피상속인의 자녀(1순위 직계비속)가 상속개시 전에 사망하면, 그 자녀의 자녀인 손자녀가 부모의 상속분을 그대로 이어받습니다. 이때 손자녀는 자기 고유의 자격이 아니라 사망한 부모의 순위를 대신하는 것이므로, 촌수가 더 먼 다른 친족보다 앞서 상속인이 됩니다.
자녀가 여러 명인데 그중 한 명만 먼저 사망한 경우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살아 있는 자녀들은 자기 몫을 본래 자격으로 받고(본위상속), 먼저 사망한 자녀의 몫만 그 손자녀가 대습으로 나눠 받습니다. 즉 대습상속과 본위상속이 한 상속 안에 함께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녀가 모두 먼저 사망해 손자녀만 남은 경우는 어떻게 볼까요. 이때 손자녀가 직접 최근친 직계비속으로서 본위상속하는 것인지, 아니면 부모를 대습하는 것인지 다툼이 있었는데, 대법원 2001. 3. 9. 선고 99다13157 판결은 피상속인의 자녀가 상속개시 전에 전부 사망한 경우 손자녀의 상속은 대습상속의 성격을 가진다고 보았습니다. 이 구별은 상속분을 계산하거나 대습상속인의 배우자가 함께 받는지를 따질 때 실익이 있습니다.
조카가 대신 상속받는 경우 — 형제자매가 먼저 사망했을 때
대습상속은 형제자매 상속(3순위)에서도 일어납니다. 피상속인에게 직계비속·직계존속·배우자가 모두 없어 형제자매가 상속인이 되는 상황에서, 그 형제자매가 피상속인보다 먼저 사망했다면 형제자매의 자녀인 조카가 대습상속인이 됩니다. 민법 제1001조가 직계비속뿐 아니라 '형제자매'의 대습도 명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조카가 원래 4순위(4촌 이내 방계혈족)에 해당한다는 사실입니다. 만약 대습상속이 없다면 조카는 후순위로 밀려 상속에서 배제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모(피상속인의 형제자매)를 대습하는 경우에는 그 부모의 3순위 지위를 그대로 물려받아, 다른 방계혈족보다 우선해 상속받게 됩니다.
다만 형제자매의 대습은 앞선 순위 상속인이 아무도 없을 때 비로소 문제가 됩니다. 피상속인에게 자녀나 손자녀, 부모, 배우자 중 한 명이라도 있으면 형제자매는 애초에 상속인이 되지 못하고, 조카의 대습상속도 검토할 여지가 없습니다. 따라서 조카의 대습상속은 실제로는 상대적으로 드문 편입니다.
며느리·사위도 대습상속을 받는다 — 단 재혼하면 사라진다
대습상속에서 자주 놓치는 부분이 배우자의 대습입니다. 민법 제1003조 제2항은 피대습자의 배우자, 즉 며느리나 사위도 대습상속인이 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때 배우자는 피대습자의 직계비속과 함께 대습상속인이 되고, 직계비속이 없으면 단독으로 대습상속합니다.
앞서 본 괌 추락사고 판결(99다13157)에서도 대법원은 피상속인의 사위가 피상속인의 형제자매를 제치고 단독으로 대습상속한다는 규정이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나아가 피대습자가 피상속인과 동시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에도, 사망의 선후를 가릴 수 없다는 이유로 대습상속을 부정할 것이 아니라 그 직계비속이나 배우자가 대습상속을 할 수 있다고 합목적적으로 해석했습니다. 사고나 재해로 부모와 자녀가 한꺼번에 사망한 경우 특히 의미가 큰 판시입니다.
그러나 배우자의 대습상속권은 조건부라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민법 제775조에 따라 부부의 일방이 사망한 뒤 생존 배우자가 재혼하면 인척관계가 종료되므로, 재혼한 며느리·사위는 시부모·장인 장모에 대한 대습상속권을 잃습니다. 반면 손자녀는 조부모의 혈족(직계비속)이어서, 부모가 재혼하더라도 대습상속권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에서 결정적으로 다릅니다.
며느리·사위의 대습상속권은 인척관계를 전제로 하므로 재혼하면 소멸하지만, 손자녀의 대습상속권은 혈족관계에 기초해 부모의 재혼과 무관하게 유지됩니다.
대습상속인이 받는 몫 — 사망한 부모의 상속분을 그대로 나눈다
대습상속인이 받는 상속분은 민법 제1010조에 따라 정해집니다. 원칙은 간단합니다. 대습상속인은 피대습자가 살아 있었다면 받았을 몫, 즉 피대습자의 상속분을 그대로 이어받습니다. 따라서 손자녀가 아무리 여러 명이라도 사망한 부모가 받았을 몫을 넘어서는 상속을 받지는 않습니다.
피대습자의 직계비속이 여러 명이면 그 몫을 그들끼리 다시 나눕니다. 이때 나누는 방식은 일반 상속과 같아(민법 제1009조), 손자녀끼리는 균등하게 나누고, 피대습자의 배우자가 함께 대습상속인이 되면 그 배우자는 자녀 몫의 5할을 더 받아 1.5 대 1의 비율이 됩니다. 결국 사망한 부모 한 사람의 몫 안에서, 그 가족들이 통상의 상속분 비율대로 다시 배분받는 구조입니다.
구체적으로 할아버지가 남긴 재산을 두 자녀 A와 B가 상속하는데 A가 먼저 사망했고 A에게 배우자와 자녀 둘이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전체를 A 몫과 B 몫으로 반씩 나눈 뒤, A의 절반을 A의 배우자와 두 자녀가 1.5 대 1 대 1의 비율로 나누어 대습상속합니다. 이처럼 대습상속에서는 '먼저 피대습자 몫을 떼어 낸 뒤, 그 안에서 다시 나눈다'는 두 단계를 기억하면 계산이 어렵지 않습니다.
대습상속분은 피대습자의 상속분을 한도로 하며, 대습상속인이 여러 명이면 그 몫 안에서 균등 분할하되 배우자는 5할을 가산해 1.5 대 1로 나눕니다.
대습상속으로 오해하기 쉬운 경계 — '상속개시 후' 사망과 상속포기
대습상속과 혼동하기 쉬운 상황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 피대습자가 상속개시 '후에' 사망한 경우입니다. 예컨대 할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셔서 아버지가 일단 상속인이 된 다음 아버지가 사망했다면, 이는 대습상속이 아닙니다. 아버지는 이미 상속받은 지위에 있었고, 그 상속받은 재산이 다시 아버지의 상속인들에게 넘어가는 별개의 상속(이른바 재차 상속)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상속개시 전 사망인지 후 사망인지에 따라 상속분 계산과 상속포기·한정승인의 처리가 달라지므로, 사망 시점의 선후는 매우 중요합니다.
둘째, 상속포기는 대습원인이 아닙니다. 자녀가 스스로 상속을 포기하더라도, 그 자녀의 자녀(손자녀)에게 대습상속이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대습원인은 어디까지나 사망과 상속결격뿐이기 때문입니다. 자녀가 포기하면 그 몫은 같은 순위의 다른 상속인이나 후순위 상속인에게 돌아가며, 이 지점을 대습상속과 혼동해 손자녀가 당연히 받는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셋째, 대습상속인도 스스로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대습으로 넘어오는 것은 재산만이 아니라 피대습자가 부담했을 채무의 몫도 포함되므로, 물려받을 빚이 재산보다 많다고 판단되면 대습상속인 역시 상속개시를 안 날부터 정해진 기간 내에 포기나 한정승인을 검토해야 합니다. 자신이 대습상속인이라는 사실 자체를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도 많아, 기간 관리에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아버지가 먼저 사망했는데, 손자인 제가 상속받을 수 있나요?
A. 네, 받을 수 있습니다. 민법 제1001조에 따라 상속인이 될 자녀가 상속개시 전에 사망하면 그 자녀인 손자녀가 부모의 순위에 갈음하여 대습상속인이 됩니다. 아버지가 살아 계셨다면 받았을 몫을 그대로 이어받게 됩니다.
Q. 아버지가 상속을 포기하면 제가 대신 대습상속받나요?
A. 아닙니다. 대습상속의 원인은 상속개시 전 사망 또는 상속결격뿐이고, 상속포기는 대습원인이 아닙니다. 따라서 아버지가 상속을 포기해도 손자녀에게 대습이 일어나지 않고, 그 몫은 같은 순위의 다른 상속인이나 후순위 상속인에게 돌아갑니다.
Q. 어머니가 재혼하셨는데 저는 할아버지 재산을 대습상속받을 수 있나요?
A. 손자녀는 조부모의 혈족(직계비속)이므로, 부모가 재혼하더라도 대습상속권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다만 며느리였던 어머니 본인은 민법 제775조에 따라 재혼으로 인척관계가 소멸해 시부모에 대한 대습상속권을 잃게 됩니다.
Q. 형이 먼저 사망했는데 형에게 자녀가 없다면 형수가 대습상속받나요?
A. 민법 제1003조 제2항에 따라 형제자매의 배우자도 대습상속인이 될 수 있으므로, 형에게 직계비속이 없으면 형수가 단독으로 대습상속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피상속인에게 직계비속·직계존속·배우자가 없어 형제자매가 상속인이 되는 경우에 한하며, 형수가 재혼하면 대습상속권을 잃습니다.
Q. 부모와 자녀가 같은 사고로 동시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면 대습상속이 되나요?
A. 됩니다. 대법원 2001. 3. 9. 선고 99다13157 판결은 피대습자가 피상속인과 동시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에도 그 직계비속이나 배우자가 대습상속을 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사망의 선후를 입증할 수 없다는 이유로 대습상속을 부정하는 것은 공평에 어긋난다는 취지입니다.
Q. 대습상속인도 빚을 물려받나요? 포기할 수 있나요?
A. 네, 대습으로는 재산뿐 아니라 피대습자가 부담했을 채무의 몫도 함께 넘어옵니다. 따라서 빚이 재산보다 많다면 대습상속인도 상속개시를 안 날부터 정해진 기간 내에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신청해 책임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맺음말
대습상속은 먼저 세상을 떠난 부모나 형제의 상속 몫이 사라지지 않고 그 후손에게 이어지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핵심은 세 가지 요건입니다. 피대습자가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또는 형제자매일 것, 상속개시 '전에' 사망하거나 상속결격되었을 것, 그리고 받는 사람이 피대습자의 직계비속이나 배우자일 것입니다. 손자녀와 조카는 이 요건을 갖추면 부모나 형제의 자리를 대신해 상속받고, 며느리·사위 역시 대습상속인이 되지만 재혼하면 그 권리를 잃습니다.
실무에서는 사망 시점이 상속개시 전인지 후인지, 상속포기와 대습을 혼동하고 있지는 않은지, 대습으로 넘어오는 채무는 없는지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대습상속인이 여러 명이거나 배우자가 함께 있는 경우 상속분 계산도 단순하지 않고, 유류분이나 상속세·취득세 문제까지 얽히면 판단이 복잡해집니다. 내 상황이 대습상속에 해당하는지, 받을 몫과 부담이 각각 얼마인지 헷갈린다면 관련 자료를 정리해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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