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이혼을 앞둔 부부가 가장 오래 이야기하는 것은 의외로 이혼 자체가 아닙니다.
집은 누가 가져갈지, 전세보증금은 어떻게 나눌지, 아이는 누구와 살게 될지를 정리하다 보면 마지막에는 양육비 문제가 남습니다. 한쪽에서는 양육비를 받지 않는 대신 집 지분을 더 달라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재산을 더 줄 테니 앞으로 양육비는 청구하지 말자고 제안하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서로에게 합리적인 타협처럼 보입니다. 매달 양육비를 주고받으며 계속 얽히는 것보다, 재산을 한 번 더 나누고 관계를 완전히 정리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협의이혼이 끝난 뒤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분쟁이 다시 시작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재산을 더 받고 양육비를 포기했는데 몇 년 뒤 다시 양육비를 청구하는 사례도 있고, 반대로 재산을 더 줬으니 양육비 문제는 끝난 것 아니냐며 다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양육비를 포기하는 대신 재산분할을 더 받는 합의는 법적으로 어디까지 인정될까요?
오늘은 양육비와 재산분할을 서로 맞바꾸는 합의가 어디까지 가능한지, 실무에서 자주 문제가 되는 부분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양육비를 안 받는 대신 재산분할을 더 받기로 합의할 수 있나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당사자끼리 그렇게 합의하는 것 자체는 가능합니다.
협의이혼에서는 재산분할의 방법과 금액을 당사자가 자유롭게 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재산분할과 양육비는 법적으로 전혀 다른 권리라는 점입니다. 재산분할은 부부가 혼인 중 함께 형성한 재산을 청산하는 절차이고, 양육비는 미성년 자녀의 생활과 성장에 필요한 비용입니다.
따라서 실무에서는 양육비를 포기하는 대신 재산을 더 받겠다는 합의를 하더라도, 단순히 재산분할 금액만 적어 두면 나중에 분쟁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재산을 더 받은 배우자는 양육비까지 포함된 금액이었다고 주장하고, 반대방은 재산분할만 받은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죠.
따라서 이런 합의를 한다면 재산분할 금액과 양육비를 어떻게 고려했는지를 합의서에 구체적으로 기재해 두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양육비를 안 받기로 합의했는데, 나중에 다시 청구할 수도 있나요?
양육비는 부모만의 권리가 아니라 자녀의 권리라는 성격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설사 양육비를 안받기로 합의했다하더라도 나중에 다시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협의이혼 당시 '평생 양육비를 청구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작성했다고 하더라도, 이후 자녀의 성장 과정에서 교육비나 생활비가 크게 증가하거나 부모의 경제사정이 달라진 경우에는 양육비를 다시 청구하는 것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우리 대법원 역시 '부모가 아무리 양육비를 안 받겠다고 합의했더라도, 나중에 아이를 키우다가 경제적으로 힘들어지면 언제든지 법원에 양육비를 다시 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협의이혼 후 수년이 지나 양육비 변경심판이나 추가 청구가 이루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즉 양육비 포기 약정이 있다고 해서 앞으로 영원히 양육비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재산을 더 받았다는 사실이 나중에 양육비 재판에서 고려되나요?
고려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협의이혼 당시 양육을 맡는 배우자가 일반적인 재산분할보다 훨씬 많은 재산을 받은 이유가 향후 양육 부담까지 함께 고려한 결과라는 점이 객관적인 자료로 확인된다면, 법원은 이후 양육비를 판단할 때 이러한 사정을 하나의 요소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것이 재산을 더 받았으니 앞으로는 절대 양육비를 청구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양육비는 자녀의 복리를 최우선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자녀의 나이, 실제 양육환경, 부모의 현재 소득과 재산 등 새로운 사정이 생기면 다시 판단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재산분할을 많이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향후 양육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협의이혼 합의서는 어떻게 작성해야 나중에 분쟁을 줄일 수 있을까요?
실무에서는 단순히 양육비는 지급하지 않는다거나 재산분할은 얼마로 한다는 정도로만 합의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작성하면 훗날 재산분할 금액에 양육비까지 포함된 것인지, 또는 위자료까지 함께 정리한 것인지를 두고 해석상 분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협의서에는 재산분할 금액의 산정 기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한 이유, 현재 부모의 소득과 양육환경을 고려해 합의했다는 점 등을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기재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부동산을 한쪽이 더 가져가거나 현금을 추가로 지급하는 방식이라면, 그 금액이 재산분할인지, 위자료인지, 또는 향후 양육 부담까지 고려한 것인지를 명확히 구분해 두어야 이후 분쟁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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