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 간호사 의료사고, 책임은 누가 지나 — 진료지원업무 위임과 무면허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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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 간호사 의료사고, 책임은 누가 지나 — 진료지원업무 위임과 무면허 경계 

강대현 변호사

진료지원간호사, 이른바 PA 간호사가 간호법 시행으로 마침내 법적 근거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수술방이나 병동에서 사고가 나면 "이 책임은 대체 누구의 몫인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무겁게 남습니다. 집도의의 지시였는지, 간호사가 스스로 판단했는지, 병원이 시스템을 갖췄는지에 따라 형사처벌과 손해배상의 무게가 전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PA 간호사 의료사고에서 책임이 형사·민사·행정으로 어떻게 갈리는지, 그리고 무면허 의료행위와 정당한 진료지원의 경계가 어디에 그어지는지 판례와 법조문을 근거로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PA 간호사 제도, 간호법 시행으로 무엇이 달라졌나

그동안 진료지원업무를 맡아온 이른바 PA 간호사는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관행에 기대어 일해 왔습니다. 이 공백을 메운 것이 2025년 6월 21일 시행된 간호법입니다. 간호법은 진료지원업무를 정식으로 명문화했고, 간호법 제14조에 따라 진료지원업무를 수행하려는 간호사는 전문간호사 자격을 보유하거나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임상경력과 교육과정 이수 요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제도가 정한 요건은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나중에 사고가 났을 때 "그 행위를 할 자격이 있었는가"를 판단하는 출발점이 됩니다. 자격을 벗어난 행위였다면 그 자체로 무면허 의료행위 논란의 불씨가 되기 때문입니다. 핵심 요건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자격 — 전문간호사이거나, 병원·종합병원·군병원 임상경력 3년 이상에 소정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간호사여야 합니다.

  • 수행 기관 — 진료지원업무는 병원, 종합병원, 요양병원에서만 수행할 수 있도록 제한됩니다.

  • 업무 범위 — 시범사업에서 운영되던 54개 행위가 43개 행위로 조정·통합되었고, 환자 평가 및 기록·처방 지원, 시술 및 처치 지원, 수술 지원 및 체외순환의 3개 항목으로 구분됩니다.

  • 원내 운영위원회 — 각 의료기관은 의사와 간호사가 포함된 5명 내외의 운영위원회를 두고, 간호사별 직무기술서를 심의·승인하며 교육 이수 범위 안에서만 업무가 이뤄지도록 관리·감독해야 합니다.

세부 사항은 '간호사 진료지원업무 수행에 관한 규칙'과 수행행위 목록 고시로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결국 제도의 뼈대는 "정해진 자격을 갖춘 사람이, 정해진 기관에서, 정해진 범위 안에서, 기록으로 관리되며" 일한다는 것이고, 이 네 가지 축을 벗어난 지점에서 책임 문제가 불거집니다.

의료사고 책임은 형사·민사·행정 세 갈래로 나뉜다

PA 간호사가 관여한 사고 한 건이라도 책임은 하나로 뭉뚱그려지지 않습니다. 크게 세 갈래로 동시에 진행될 수 있는데, 형사책임(무면허 의료행위·업무상과실치사상), 민사책임(손해배상), 그리고 행정책임(면허·자격에 대한 처분)입니다. 각 축은 묻는 질문 자체가 다릅니다.

예를 들어 처방 용량을 잘못 반영해 환자가 다친 경우, 형사에서는 "누가 어떤 주의의무를 어겼나"를 따지고, 민사에서는 "누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나"를 따지며, 행정에서는 "면허·자격 유지에 문제가 없나"를 따집니다. 그래서 한 축에서 무죄가 나와도 다른 축의 책임은 별도로 남을 수 있습니다.

같은 사고라도 형사책임은 '누가 무엇을 어떻게 했는가(행위와 과실)'를, 민사책임은 '누가 손해를 배상할 의무·능력이 있는가'를 서로 다른 잣대로 묻습니다.

형사책임 ① 무면허 의료행위 — 개별 지시·위임이 있었는가

가장 예민한 지점이 무면허 의료행위입니다. 의료법 제27조 제1항은 의료인이라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같은 조 제5항은 누구든지 의료인에게 면허 사항 외의 의료행위를 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합니다. 즉 간호사만이 아니라 그런 행위를 시킨 의사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대법원은 이 문제를 다소 유연하게 접근합니다. 간호사가 진료의 보조를 하는 경우 행위 하나하나마다 항상 의사가 현장에 참여해 지도·감독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사안에 따라 일반적인 지도·감독으로 충분한 경우도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의사가 개별적으로 지시하거나 위임한 적이 없는데도 간호사가 주도해 의료행위의 실시 여부를 결정하고 그 과정에 의사가 지시·관여하지 않았다면, 이는 의료법 제27조 제1항이 금지하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대법원 2022. 12. 29. 선고 2017도10007 판결).

구체적으로 보면, 골수천자처럼 침습성이 있는 행위를 의사의 개별 지시 없이 PA 간호사가 단독으로 판단해 시행한 사안에서 하급심이 무면허 의료행위를 인정한 예가 있습니다. 반대로 프로토콜과 의사의 구체적 지시가 분명했던 경우에는 정당한 진료지원으로 평가될 여지가 큽니다. 무면허로 기우는지, 정당한 지원으로 인정되는지를 가르는 실제 정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무면허에 가까운 정황 — 의사의 개별 지시·위임이 없음, 간호사가 시행 여부를 스스로 결정, 교육·직무기술서 범위를 벗어난 행위, 시행 과정에 의사의 관여가 전혀 없음.

  • 정당한 지원으로 인정되기 쉬운 정황 — 의사의 구체적 지시가 선행, 병원 프로토콜과 운영위원회가 승인한 직무기술서 범위 내, 전자의무기록 등에 지시와 수행이 남아 있음.

형사책임 ② 업무상과실치사상 — 주의의무를 누가 어겼나

행위가 면허 범위 안에 있었더라도, 그 과정에서 부주의로 환자가 다치거나 사망하면 형법 제268조 업무상과실치사상이 문제 됩니다. 여기서는 "자격이 있었는가"가 아니라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했는가"가 쟁점입니다. 그리고 이 주의의무 위반은 의사와 간호사 각자에게 독립적으로 물어집니다.

의사에게는 잘못된 지시를 내렸거나 감독을 소홀히 한 지시·감독상의 과실이, 간호사에게는 지시를 부정확하게 수행한 실행상의 과실이 각각 성립할 수 있습니다. 병원 차원에서 인력·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조직적 과실이 겹치기도 합니다. 예컨대 의사가 처방한 용량을 PA 간호사가 확인 없이 그대로 준비해 과다 투여가 벌어졌다면, 간호사의 확인 소홀과 의사의 최종 점검 소홀이 경합해 두 사람 모두 과실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형사에서 한 사람이 처벌받는다고 다른 사람이 자동으로 면책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각자의 주의의무 위반이 사고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개별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지시대로 했을 뿐"이라는 항변이 늘 통하는 것은 아닙니다.

민사 손해배상 — 환자는 누구에게 청구할 수 있나

피해를 입은 환자나 유족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더 중요한 것은 손해배상을 받을 상대방입니다. 실무에서는 배상 능력이 있는 병원(의료기관 개설자)을 상대로 청구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병원은 소속 의료진의 과실에 대해 민법 제756조 사용자책임을 지고, 환자와 진료계약을 맺은 당사자로서 제390조 채무불이행책임도 함께 물을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 과실을 저지른 의사나 간호사 개인에게도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있고, 여러 사람이 함께 사고에 관여했다면 제760조 공동불법행위로 부진정연대책임이 성립합니다. 이 경우 피해자는 관여자 누구에게나 손해 전부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내부적인 책임 비율은 배상한 쪽이 다시 구상하는 문제로 정리됩니다. 청구 상대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병원 — 사용자책임(제756조)과 진료계약상 채무불이행(제390조). 배상 자력이 확실해 1차 청구 상대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담당 의사 — 지시·감독상 과실이 있으면 불법행위책임(제750조).

  • PA 간호사 — 실행상 과실이 있으면 불법행위책임. 다만 자력 등을 고려해 병원과 함께 청구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입증 부담도 짚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의료행위는 전문성과 밀실성이 커서 환자가 과실과 인과관계를 처음부터 끝까지 증명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판례는 일련의 진료 과정에서 저질러진 과실 있는 행위를 환자가 증명하고, 그 과실과 결과 사이에 다른 원인이 개입되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하면 인과관계를 추정하는 방식으로 환자의 부담을 완화해 왔습니다. 그래도 최소한의 과실 정황은 환자 측이 제시해야 하므로 진료기록 확보가 승패를 좌우합니다.

책임을 가르는 실무 관건 — 지시 기록과 운영위원회

지금까지의 형사·민사 논의를 관통하는 하나의 축이 있습니다. 바로 "의사의 개별 지시·위임이 있었는가", "교육과 직무기술서가 정한 범위 안이었는가", 그리고 "그 사실이 기록으로 남아 있는가"입니다. 세 가지가 모두 충족되면 PA 간호사의 행위는 정당한 진료지원으로 평가받기 쉽고, 하나라도 무너지면 무면허나 과실 책임으로 기울기 쉽습니다.

그래서 운영위원회가 승인한 직무기술서, 병원 표준 프로토콜, 전자의무기록에 남은 지시와 수행 내역은 사후에 책임을 다투는 국면에서 방패이자 결정적 증거가 됩니다. 반대로 바쁜 현장에서 구두 지시만 오갔을 뿐 아무 기록이 없다면, 나중에 "간호사가 단독으로 판단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방어하기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실제 분쟁에서는 기록의 유무가 형사에서는 무면허·과실 성립 여부를, 민사에서는 과실 비율과 배상 범위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도가 요구하는 절차를 형식적으로만 갖추지 말고 실제 지시와 수행을 그때그때 남겨두는 것이, 의료진에게는 최선의 자기 방어이고 환자에게는 진실 규명의 열쇠가 됩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응 순서

실제로 사고가 벌어졌다면, 환자 측과 의료진 측이 각각 놓치지 말아야 할 순서가 있습니다. 초기 대응이 이후 형사·민사 결과를 크게 좌우하므로 감정적 대응보다 증거 확보가 먼저입니다.

  • 환자·유족 — 진료기록과 영상·검사자료 사본을 신속히 확보하고, 사고 경위를 시간순으로 정리한 뒤, 손해배상 청구와 형사 고소 여부를 판단합니다. 소송 전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감정 절차를 활용하면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습니다.

  • 의료진 — 지시 경위와 수행 과정의 사실관계를 정확히 정리하고 관련 기록을 보전하되, 수사기관 진술이나 병원 내부 조사 답변 전에 법률 조력을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섣부른 진술이 무면허·과실 인정의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PA 간호사가 한 행위로 사고가 나면 간호사만 처벌받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무면허 의료행위는 그 행위를 하게 한 의사도 의료법 제27조 제5항으로 처벌될 수 있고, 업무상과실치사상은 의사·간호사 각자의 주의의무 위반을 독립적으로 따집니다. 사안에 따라 병원의 조직적 책임까지 함께 문제 될 수 있습니다.

Q. 의사가 시켜서 한 일인데도 간호사가 무면허로 처벌될 수 있나요?

A. 의사의 구체적 지시와 감독이 있었고 교육·직무기술서 범위 안이었다면 정당한 진료지원으로 평가될 여지가 큽니다. 그러나 개별 지시 없이 간호사가 스스로 시행 여부를 결정한 것으로 보이면,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이 기록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한 무면허로 판단될 위험이 있습니다.

Q. 환자는 병원과 의사 중 누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하나요?

A. 실무에서는 배상 자력이 확실한 병원을 상대로 사용자책임(민법 제756조)과 진료계약상 책임을 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과실이 있는 의사·간호사 개인에게도 청구할 수 있고, 공동으로 관여했다면 부진정연대책임이 성립해 누구에게나 전부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간호법이 시행됐으니 이제 PA 간호사의 모든 행위는 합법인가요?

A. 아닙니다. 간호법은 정해진 자격을 갖춘 간호사가 지정된 기관에서 정해진 43개 범위 안의 업무를, 의사의 지시와 운영위원회의 관리 아래 수행할 때 근거를 부여한 것입니다. 자격·기관·범위·지시 중 어느 하나라도 벗어나면 여전히 무면허 의료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Q. 진료지원업무 중 사고가 났는데 개별 지시 기록이 없으면 어떻게 되나요?

A. 기록이 없으면 사후에 "의사의 지시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기 어려워, 간호사 단독 판단으로 몰릴 위험이 커집니다. 이는 형사에서는 무면허·과실 인정으로, 민사에서는 과실 비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지시와 수행은 그때그때 전자의무기록 등에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의료사고 손해배상 소송에서 과실은 환자가 다 입증해야 하나요?

A. 전부는 아닙니다. 판례는 환자가 진료 과정의 과실 있는 행위를 증명하고 그 과실과 결과 사이에 다른 원인이 개입되지 않았음을 보이면 인과관계를 추정하는 방식으로 부담을 완화합니다. 다만 최소한의 과실 정황은 환자 측이 제시해야 하므로 진료기록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맺음말

간호법 시행으로 PA 간호사는 비로소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일하게 되었지만, 의료사고가 났을 때 책임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는 여전히 개별 지시·위임의 존재, 교육과 직무기술서가 정한 범위, 그리고 그 사실을 뒷받침하는 기록에 따라 갈립니다. 자격과 기관, 업무 범위라는 제도의 뼈대를 지키고 지시와 수행을 성실히 남겨두는 것이, 의료진에게는 무면허와 과실 책임을 막는 방패가 되고 환자에게는 진실을 규명할 근거가 됩니다.

피해를 입은 환자라면 감정적 대응에 앞서 진료기록과 자료부터 확보하고 형사·민사 대응의 순서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며, 조사나 수사를 마주한 의료진이라면 진술에 앞서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법률 조력을 받는 편이 안전합니다. 사안마다 지시의 구체성과 기록의 정도가 다른 만큼, 이 글의 일반적 설명을 출발점으로 삼되 구체적인 판단은 개별 사정을 반영해 신중히 검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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