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의 부정행위를 확인하고 상간소송을 준비하면서 상간자에게 사실관계를 따지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상간자가 오히려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 맞고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간통죄가 폐지된 지금 부정행위 자체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지만, 그 사실을 알리는 방식에 따라서는 전혀 다른 범죄가 성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경우에 처벌되고 어떤 경우에 처벌되지 않는지, 성립 요건과 실무 대응 방법을 정리했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상간소송 중 명예훼손 맞고소, 왜 늘어날까
2015년 2월 26일 헌법재판소가 형법 제241조(간통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해당 조항은 즉시 효력을 잃었고, 이후 2016년 1월 6일 형법에서 완전히 삭제되었습니다. 그 결과 배우자의 부정행위 자체는 더 이상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며, 상간자를 상대로 한 다툼은 상간소송(부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이라는 민사 절차로만 가능합니다.
문제는 상간소송을 준비하거나 진행하는 과정에서 벌어집니다.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확인한 원고가 상간자 본인에게 사실관계를 따지거나, 직장 동료·지인·SNS 등에 이를 알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알리는 행위 자체가 별개의 형사범죄인 명예훼손죄나 모욕죄 구성요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간자가 다니는 회사에 전화를 걸어 인사팀에 사실을 알리거나, 지인들과의 단체 채팅방에 상간자의 실명과 정황을 공개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실무에서는 상간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또는 그 직후에 상간자 측이 명예훼손·모욕죄로 맞고소하면서 민사와 형사 절차가 동시에 진행되는 사례가 드물지 않습니다.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 알리는 방식과 범위를 미리 고려하지 않으면, 정작 손해배상을 받아야 할 입장에서 형사 피의자가 되는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부정행위 자체는 더 이상 처벌 대상이 아니지만, 이를 알리는 방식은 별도의 형사책임을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명예훼손죄 성립요건 — 사실을 말해도 처벌될 수 있다
형법 제307조 제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사실'은 진실인지 허위인지를 가리지 않고, 가치판단이나 평가에 해당하는 '의견'과 대비되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의미합니다. 즉 부정행위가 실제로 있었던 진실이라 하더라도, 그 사실을 공연히 알리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만약 알린 내용이 허위라면 형법 제307조 제2항이 적용되어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이 훨씬 무거워집니다. 다만 행위자 스스로 허위임을 인식하지 못했다면 제1항의 명예훼손죄만 문제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직장 단체 채팅방이나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상간자의 실명과 부정행위 정황을 알린 경우와, 개인적으로 한 사람에게만 조용히 알린 경우가 전혀 다르게 판단됩니다. 앞의 경우는 아래에서 설명할 '공연성' 요건을 충족하기 쉬운 반면, 뒤의 경우는 원칙적으로 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공연성 —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질 것
사실의 적시 —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특정해 말할 것(추상적 평가·감정 표현만으로는 불성립)
피해자의 특정 — 실명을 쓰지 않아도 주변 정황상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으면 충분
명예훼손의 결과 —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내용일 것
모욕죄와의 차이 — 사실 적시 없이 욕설·비하만 해도 성립
형법 제311조의 모욕죄는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경멸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성립하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그 사람이 내 배우자와 부정행위를 했다"고 말하면 사실 적시이므로 명예훼손이 문제되지만, 사실관계 언급 없이 "쓰레기 같은 사람"이라는 식의 경멸적 표현만 했다면 모욕죄로 별도 의율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상간자를 향해 격한 감정을 쏟아내는 과정에서 사실 적시와 경멸적 표현이 함께 섞여 나오는 경우가 많아, 명예훼손죄와 모욕죄가 동시에 문제되는 사건이 적지 않습니다. 두 죄는 보호법익은 같지만 사실 적시 여부로 구별되고, 아래에서 설명하듯 고소 절차상 취급도 다릅니다.
공연성 판단에서 유의할 점은, 상간자 한 사람에게만 직접 말한 경우 원칙적으로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아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만 판례는 '전파가능성' 법리를 인정하고 있어, 그 상대방이 다시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관계라면(예를 들어 상간자의 배우자나 회사 관계자) 1대1 대화였더라도 공연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위법성조각사유 — 진실 + 공공의 이익이면 처벌되지 않는다
형법 제310조는 제307조 제1항의 명예훼손행위라 하더라도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판례는 여기서 '오로지'를 '주로'의 의미로 해석하여, 부수적으로 사적인 목적이나 동기가 섞여 있더라도 행위의 주된 동기가 공익을 위한 것이라면 이 조항이 적용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실무에서 상간자의 부정행위 사실을 직장이나 지인에게 알리는 행위는 대부분 '사적인 감정 해소, 보복, 망신주기'의 목적이 앞선다고 평가되기 쉬워 위법성조각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판단 기준으로는 알린 대상의 범위(업무와 무관한 다수인지, 관련성 있는 소수인지), 표현의 절제 정도, 알린 목적이 실제로 공익적 필요와 연결되는지 등이 함께 고려됩니다.
예를 들어 상간자가 같은 직장 동료이고 그 부정행위가 업무상 위력이나 직장 내 문제로까지 이어진 특수한 사안이라면 공익성이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반면 단순히 사적인 관계에서 벌어진 부정행위를 지인들에게 알리는 통상적인 경우는 공익성 인정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판례상 '오로지'는 '주로'로 해석되지만, 사적 감정 해소 목적이 앞선다고 판단되면 위법성조각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친고죄·반의사불벌죄 차이 — 고소기간과 합의의 의미
모욕죄는 형법 제312조 제1항에 따라 친고죄이므로,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이 지나면 고소할 수 없습니다. 이 기간이 지난 뒤에 접수된 고소는 부적법하여 공소권없음으로 처리됩니다. 반면 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여서 이런 고소기간 제한이 없지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이 다릅니다.
이 차이는 실무 대응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모욕죄로 고소를 당했다면 먼저 고소기간 도과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고,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했다면 기간과 무관하게 합의를 통한 처벌불원 의사표시 시점이 핵심 쟁점이 됩니다. 합의는 기소 전이면 불기소로, 기소 후 1심 판결 선고 전이면 공소기각 판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합의금 액수는 정해진 기준이 없고 유포 범위, 표현의 수위, 상대방이 실제로 입은 피해 정도에 따라 편차가 큽니다. 초기 단계에서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는지, 반성의 정황이 있는지도 협상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SNS·단톡방에 알렸다면 정보통신망법이 우선 적용된다
카카오톡 단체방, SNS, 인터넷 커뮤니티 등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알렸다면 형법이 아니라 정보통신망법 제70조가 우선 적용됩니다.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연히 사실을 드러내 명예를 훼손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허위의 사실을 드러냈다면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어 형법상 명예훼손보다 형량이 무겁습니다.
온라인 게시물이나 채팅방 메시지는 캡처와 로그가 그대로 남기 때문에 오프라인 발언보다 오히려 증거 확보가 쉽고, 그만큼 형사 입건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지인들과의 단체 채팅방에 상간자의 사진과 실명, 부정행위 정황을 캡처해 공유하는 행위가 대표적으로 문제 되는 사례입니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역시 제3항에서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어, 형법상 명예훼손과 마찬가지로 합의를 통한 해결 여지는 남아 있습니다.
맞고소당했다면 — 방어 전략과 무고죄 검토
상간소송의 원고가 오히려 명예훼손·모욕죄로 맞고소를 당했다면, 알린 사실관계가 객관적 증거로 뒷받침되는지가 방어의 핵심입니다. 상간소송에 제출했거나 제출할 문자메시지, 대화 캡처, 사진, 판결문 등 증거자료를 정리해 사실 적시의 진실성을 소명하고, 상대방과 1대1로만 대화했다면 공연성 결여를, 알린 목적과 범위에 따라서는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조각을 함께 다투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상간자 측의 고소 내용이 사실무근인 허위였다는 점이 드러난다면 무고죄(형법 제156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 성립 여부도 검토 대상이 됩니다. 다만 무고죄가 인정되려면 신고 내용이 객관적 사실에 반한다는 점과, 신고 당시 그 허위성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고의까지 별도로 입증되어야 하므로 상대방 주장이 단순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무고가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상간소송과 형사 맞고소가 함께 진행되는 경우, 두 절차에서의 진술이 서로 어긋나지 않도록 사전에 정리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형사 조사에서 한 진술이 상간소송의 증거로 활용되거나 그 반대의 상황도 생길 수 있어, 처음부터 일관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대응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실무 유의점 — 알리기 전에 확인해야 할 것들
부정행위를 알게 된 직후에는 감정이 앞서기 쉽지만, 알리는 방식에 따라 형사 리스크가 크게 달라지는 만큼 다음과 같은 점을 미리 점검해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각 항목은 앞서 설명한 성립요건·위법성조각사유와 직접 연결됩니다.
알리는 대상을 최소화 — 업무와 무관한 다수보다는 관련성 있는 소수로 범위를 제한합니다.
표현은 사실관계 중심으로 — 경멸적 수식어나 욕설을 섞으면 모욕죄가 별도로 성립할 위험이 커집니다.
온라인 게시·단톡방 공유는 신중히 — 캡처와 로그가 남아 정보통신망법 적용 가능성과 형량이 함께 올라갑니다.
증거부터 먼저 확보 — 상간소송에 쓸 증거를 정리한 뒤에 알리는 순서가 형사·민사 양쪽에 안전합니다.
감정적 대응보다 정식 절차 활용 — 상간소송과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절차로 해결하면 형사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상간자에게 직접 "바람폈다"고 말한 것도 명예훼손이 되나요?
A. 상간자 본인에게만 1대1로 말한 경우는 원칙적으로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아 명예훼손·모욕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자리에 제3자가 함께 있었거나 상대방이 다시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관계라면, 전파가능성 법리에 따라 공연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Q. 직장 동료들에게 상간자 실명을 밝히면 처벌되나요?
A. 여러 사람이 인식할 수 있는 직장 단체방이나 모임에서 실명과 부정행위 사실을 알리면 진실이라 하더라도 형법 제307조 제1항 명예훼손 구성요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형법 제310조에 따라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경우 처벌되지 않을 수 있지만, 사적 감정 해소 목적이 앞선다고 판단되면 위법성조각이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Q. 상간소송 판결문을 근거로 알려도 명예훼손인가요?
A. 판결이 확정됐더라도 그 내용을 공연히 알리는 행위는 명예훼손 성립 여부가 별도로 판단됩니다. 판결문을 근거로 제시했다는 사정은 진실성 판단에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위법성조각까지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Q. 모욕죄로 고소당했는데 고소기간이 지났다면 어떻게 되나요?
A. 모욕죄는 친고죄로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이 지나면 고소할 수 없고, 기간이 지난 고소는 공소권없음으로 처리됩니다. 다만 상대방이 명예훼손죄로도 함께 고소했다면 명예훼손은 반의사불벌죄여서 별도 기간 제한 없이 절차가 진행될 수 있으므로 고소장 전체 내용을 확인해야 합니다.
Q.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는데 합의하면 어떻게 되나요?
A. 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이므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시하면 검찰 단계에서는 불기소, 이미 기소된 뒤라면 공소기각 판결로 절차가 종료됩니다. 합의금은 유포 범위와 표현 수위, 피해 정도에 따라 편차가 크므로 초기 대응 태도가 협상에 영향을 줍니다.
Q. 상간자가 허위 사실로 저를 맞고소하면 무고죄가 되나요?
A. 상간자의 고소 내용이 객관적 사실에 반하고 신고 당시 그 허위성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까지 입증되면 무고죄(10년 이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 벌금)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상대방 주장이 단순히 불기소·무죄로 끝났다는 사정만으로는 무고죄가 곧바로 인정되지 않고, 허위성에 대한 고의가 별도로 소명돼야 합니다.
맺음말
간통죄가 폐지된 이후 부정행위를 둘러싼 법적 다툼은 상간소송이라는 민사 절차로 옮겨갔지만, 그 사실을 알리는 과정에서 명예훼손·모욕이라는 별개의 형사 문제가 새로 불거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감정이 앞서는 상황일수록 알리는 대상과 표현 수위를 신중히 정하고, 증거를 먼저 정리해두는 순서가 형사 리스크를 줄이는 길입니다.
이미 맞고소를 당했다면 상간소송 자료와 형사사건 진술이 서로 어긋나지 않도록 함께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고, 반대로 상대방의 고소가 근거 없다고 판단된다면 무고 여부까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상간소송과 형사 대응은 서로 맞물려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초기 단계부터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두는 편이 유리합니다.
상간소송을 준비하며 상대방에게 사실을 알리는 방법이 고민되거나, 이미 명예훼손·모욕죄로 맞고소를 당한 상황이라면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증거를 바탕으로 대응 방향을 함께 정리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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