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간소송, 이혼 안 해도 가능할까 — 유책배우자·상간자 책임 차이
상간소송, 이혼 안 해도 가능할까 — 유책배우자·상간자 책임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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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간소송, 이혼 안 해도 가능할까 — 유책배우자·상간자 책임 차이 

강대현 변호사

배우자의 외도를 알게 됐지만 당장 이혼까지는 결심하지 못했다면, 상간자에게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는 걸까 고민하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혼 여부와 무관하게 상간자에 대한 위자료 청구는 별개로 가능하다. 다만 배우자의 책임과 상간자의 책임은 법적 근거와 계산 방식이 다르고, 혼인관계가 이미 실질적으로 파탄된 상태였다면 오히려 청구가 막힐 수도 있다. 이 글에서는 상간소송을 이혼과 별개로 제기할 수 있는 이유, 배우자와 상간자 책임의 차이, 그리고 실제 위자료를 계산할 때 놓치기 쉬운 부진정연대책임 구조까지 정리한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상간소송, 이혼하지 않고도 제기할 수 있을까

결론은 "가능하다"이다. 판례는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상태에서 제3자가 그 관계를 부당하게 침해했다면, 이혼 여부와 관계없이 상간자를 상대로 독립적으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상간소송의 소송물은 "혼인관계 침해로 인한 불법행위 손해배상"이지, "이혼으로 인한 손해배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배우자와 계속 혼인생활을 유지하기로 했더라도, 그 관계를 침해한 제3자에게는 별도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구조다.

이 부분에서 흔한 오해가 하나 있다. "이혼도 안 했는데 상간자한테 돈을 받으면 이상하지 않나"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법적으로 상간소송의 보호법익은 배우자의 정신적 평온과 혼인공동체의 순결성이며, 이는 이혼이라는 결과와 별개로 그 자체로 침해될 수 있는 이익이다. 그래서 실무에서도 혼인관계를 유지하면서 상간자만을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상간자 책임의 법적 근거 —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상간자에 대한 청구는 민법 제750조(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제751조(재산 이외의 손해의 배상)를 근거로 한다. 상간자가 배우자 있는 사람임을 알면서도(또는 알 수 있었음에도) 부정한 관계를 맺어 혼인공동체의 유지·존속이라는 배우자의 법적 이익을 침해했다는 것이 청구원인이다. 형사상 간통죄는 2015년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으로 폐지되어 더 이상 처벌 대상이 아니지만,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별개로 계속 인정되고 있다.

다만 상간자가 배우자에게 이미 배우자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고 몰랐던 데 과실도 없었다면 고의·과실이 부정되어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미혼이라고 적극적으로 속였고 이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전혀 없었다면, 상간자는 선의·무과실 항변으로 책임을 면할 여지가 있다. 이 부분은 상간자 측의 방어 논리로 자주 활용된다.

유책배우자와 상간자, 책임의 성격이 다르다

같은 사건에서 발생한 손해라도 배우자와 상간자가 지는 책임의 법적 근거는 서로 다르다. 배우자의 책임은 혼인계약에 따른 정조의무 위반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부부관계라는 특수한 신분관계를 전제로 한다. 반면 상간자의 책임은 그러한 신분관계가 없는 제3자의 일반 불법행위 책임이다. 이 둘은 같은 사실관계에서 나온 것이지만 법적 성격이 다른 별개의 책임이 결합된 구조다.

그래서 실무상 배우자와 상간자를 공동피고로 함께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고, 상간자만 단독으로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배우자를 상대로는 이미 이혼소송에서 위자료를 정리했거나 이혼할 생각이 없어 배우자는 빼고 상간자에게만 책임을 묻고 싶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반대로 상간자의 신원 파악이 어려운 초기 단계에서는 배우자를 상대로 먼저 소송을 제기하고, 상간자는 추후 특정되는 대로 별도로 추가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배우자의 책임은 혼인계약상 정조의무 위반에서, 상간자의 책임은 제3자의 불법행위에서 나온다 — 근거가 다른 별개의 책임이다.

부진정연대책임 — 중복해서 받을 수 없다

여기서 반드시 알아야 할 구조가 있다. 배우자와 상간자는 공동불법행위자로서 부진정연대책임 관계에 있다는 점이다. 각자 별도의 소송에서 각각 위자료 판결을 받더라도, 실제로 받을 수 있는 총액은 두 금액을 합한 것이 아니라 더 큰 금액을 한도로 한다.

  • 예시 1 — 배우자에게 5,000만 원, 상간자에게 3,000만 원의 위자료 판결이 각각 확정됐다면, 두 금액을 합한 8,000만 원이 아니라 최대 5,000만 원까지만 지급받을 수 있다.

  • 예시 2 — 상간자로부터 먼저 2,000만 원을 지급받았다면, 이후 배우자를 상대로 한 위자료 판결(예: 5,000만 원)에서도 이미 받은 2,000만 원을 공제한 나머지만 집행할 수 있다.

최근 판례 흐름은 이 부진정연대책임의 원칙을 인정하면서도, 사안에 따라 상간자가 부담하는 부분을 전체 손해 중 자신의 기여도에 한정해 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즉 상간자가 전체 혼인 파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고 인정되면, 배상액이 배우자 몫과 완전히 동일하지 않고 더 낮게 조정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혼인관계가 이미 파탄된 상태였다면?

상간자에 대한 위자료 청구가 항상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판단의 핵심은 "상간 행위 시점에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유지되고 있었는가"이다. 상간 행위가 있기 전에 이미 부부관계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파탄되어 있었다면, 상간자는 더 이상 보호할 혼인공동체 자체가 없었던 셈이므로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 2023므16678 판결(2024. 6. 27. 선고)은, 이혼소송에서 법원이 부부 쌍방에게 혼인 파탄의 책임이 동등하다고 보아 서로 간의 위자료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면, 그 이후 상간자를 상대로 같은 혼인 파탄을 원인으로 제기한 위자료 청구도 인정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부부 쌍방이 이미 대등하게 파탄에 책임이 있다고 확정된 상황이라면, 상간자의 개입이 파탄의 결정적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그래서 상간소송을 준비할 때는 상간 행위 시점과 혼인 파탄 시점의 선후관계를 명확히 정리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구체적 적용 예시

가상의 사례로 정리해보자. B는 배우자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됐지만 자녀 문제로 당장 이혼할 생각은 없다. 이 경우 B는 이혼소송 없이 상간자만을 상대로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다만 상간자 측에서 "당신들 부부는 상간 행위 이전부터 사실상 별거하며 관계가 끝나 있었다"고 주장하며 다툴 수 있으므로, B로서는 상간 행위 시점에 부부관계가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있었다는 정황(동거 사실, 정상적인 부부 대화, 함께한 일정 등)을 함께 준비해야 한다.

반대로 이미 이혼소송까지 마쳐 상대 배우자로부터 위자료 5,000만 원을 지급받기로 확정됐다면, 상간자를 상대로 추가 소송을 하더라도 실제로 더 받을 수 있는 금액은 부진정연대책임 한도 내로 제한된다는 점을 미리 계산해두는 것이 실무적으로 중요하다.

실무 유의점 — 소송 전략과 소멸시효

상간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도 일반 불법행위와 마찬가지로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 이혼 여부와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만큼, 소멸시효 기산점도 이혼확정일이 아니라 상간 사실을 안 날을 기준으로 별도로 계산해야 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 배우자와 함께 소송할지 여부 — 배우자와의 관계 유지 의사, 상간자 신원 특정 여부에 따라 공동피고로 할지 단독으로 할지 결정한다.

  • 혼인 파탄 시점 입증자료 — 상간 행위 당시 혼인관계가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있었음을 뒷받침할 자료를 미리 확보한다.

  • 기존 위자료 수령 내역 — 배우자로부터 이미 받은 금액이 있다면 부진정연대책임 한도 계산에 반영해 청구액을 현실적으로 설계한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혼할 생각이 전혀 없는데도 상간자에게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상간소송의 소송물은 혼인관계 침해로 인한 불법행위 손해배상이지 이혼으로 인한 손해배상이 아니므로, 이혼 의사와 무관하게 상간자만을 상대로 독립적인 청구가 가능합니다.

Q. 배우자에게 위자료를 받았는데 상간자에게 또 받으면 이중으로 받는 건가요?

A. 이중으로 받을 수는 없습니다. 배우자와 상간자는 부진정연대책임 관계에 있어 총 지급받을 수 있는 금액은 더 큰 판결액을 한도로 하며, 한쪽에서 받은 금액은 다른 쪽 청구에서 공제됩니다.

Q. 상간자가 상대방이 기혼인 줄 몰랐다고 주장하면 책임을 면할 수 있나요?

A. 상간자가 상대방에게 배우자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고 몰랐던 데 과실도 없었다면 고의·과실이 인정되지 않아 책임을 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었는데도 확인하지 않았다면 과실이 인정되어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Q. 상간 행위 당시 이미 별거 중이었다면 상간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나요?

A. 단순 별거 사실만으로 곧바로 책임이 부정되지는 않지만, 별거로 인해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파탄되어 회복 가능성이 없었다고 인정되면 상간자의 책임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파탄 여부는 별거 기간, 별거 경위, 그 사이의 교류 여부 등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Q. 상간자에 대한 위자료 청구는 몇 년 안에 해야 하나요?

A.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었던 날로부터 10년 중 먼저 도래하는 기간 내에 청구해야 합니다. 이혼 절차와 별개로 진행되므로 이혼확정일이 아니라 상간 사실을 안 시점을 기준으로 계산해야 합니다.

Q. 상간자 신원을 모르는 상태에서도 소송을 준비할 수 있나요?

A. 우선 배우자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면서 상간자의 신원이 특정되는 대로 소송을 추가하거나 별도로 제기하는 방식이 실무에서 활용됩니다. 다만 소멸시효가 진행되므로 신원 파악이 늦어질수록 초기 대응 전략을 서두르는 것이 안전합니다.

맺음말

상간소송은 이혼과 반드시 함께 가야 하는 절차가 아니다. 혼인관계를 유지하기로 했더라도 그 관계를 침해한 상간자에게는 별도로 책임을 물을 수 있고, 반대로 배우자와 상간자의 책임은 근거가 다른 만큼 소송 전략도 따로 세울 필요가 있다.

다만 부진정연대책임 구조 때문에 여러 건의 소송에서 받을 수 있는 금액에는 실질적인 한도가 있고, 혼인 파탄 시점이 상간 행위보다 앞서 있었다면 오히려 책임 자체가 부정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소멸시효까지 겹치면 판단이 더 복잡해지므로, 사실관계를 정리한 뒤 소송 방향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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