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당신 앞으로 되어 있는 그 땅은 원래 우리 종중 재산이니 등기를 넘겨달라”는 소송을 당한다면 어떨까요? 부모님으로부터 상속받아 오랫동안 자기 명의로 보유해 온 토지 지분을, 종중이 “명의신탁을 해지한다”며 그 소유권을 이전하라고 요구해 온 사건이 있었습니다. 1심에 이어 항소심까지, 심교준 변호사가 결국 어느 지점을 파고들어 방어에 성공했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01. 사건의 배경 — 종중의 집요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
원고는 스스로를 오래된 종중(宗中)이라 주장하는 단체였습니다. 원고는 “수십 년 전 종중 소유의 농지를 여러 종원(宗員) 개인 명의로 나누어 등기해 둔 것(명의신탁)”이라고 하면서, 그 등기명의인들이 사망해 지분을 상속받은 자녀들에게 “명의신탁을 해지한다”며 지분 전부를 종중 앞으로 넘기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의뢰인들은 바로 그 상속인들, 즉 등기부상 정당한 공유지분권자들이었습니다.
주목할 점은 원고가 이미 한 차례 같은 성격의 소송을 냈다가 각하 패소한 전력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원고는 소송 목적물 토지를 오히려 늘리고 상대방을 추가해 다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심교준 변호사는 이 사건 항소심부터 의뢰인들(피고 여러 명)을 대리했습니다. 소송 도중 고령의 의뢰인 한 분이 별세하여 그 배우자·자녀가 해당 소송을 이어받기도(수계하기도) 했습니다.
02. 1심의 결론 — “소송을 낼 자격부터 갖추지 못했다”며 각하
종중이 종중의 이름으로 소송을 내려면, 그 전에 반드시 ‘종중총회의 적법한 결의(소송을 제기하기로 하는 수권결의)’가 있어야 합니다. 이 관문을 넘지 못하면 내용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도 전에 소송이 각하됩니다.
1심은, 원고가 통지 가능한 모든 종원에게 소집통지를 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아, 그 총회 결의는 소집절차상 하자로 무효이고 결국 이 소송은 적법한 수권결의 없이 제기된 것이어서 부적법하다며 원고의 소를 각하했습니다.
03. 항소심에서의 반격 — “추인총회로 하자를 치유했다”
원고는 항소하면서, 1심 판결 후 다시 임시총회(이하 “추인총회”)를 열어 소제기 안건을 새로 가결했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법리를 앞세웠습니다.
“소집절차에 하자가 있어 효력이 없는 종중총회 결의라도, 뒤에 적법하게 소집된 종중총회에서 추인하면 처음부터 유효로 된다. 소송요건의 흠결도 사실심 변론종결 시까지 보정되면 치유된다. 그러니 추인총회로 흠이 치유되었으므로 원심을 취소하고 청구를 인용하라.”
원고는 이번에는 종원을 505명으로 확정하고 461명에게 통지해 377명이 참석·가결했다며 방대한 자료를 냈습니다. 항소심의 승패는 결국 이 ‘추인총회’가 정말로 하자를 치유했는지에 달려 있었습니다.
04. 심교준 변호사의 방어 — 핵심 포인트
심교준 변호사는 원고의 추인총회를 통한 하자 치유 주장을, 그 전제를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정면 반박했습니다. 방어의 급소는 “총회를 연 사람이 애초에 총회를 소집할 자격이 있는 대표자인가”였습니다.
Point 1. 추인의 전제를 무너뜨리다. — “총회를 소집한 회장이 적법한 대표자가 아니다”
추인 법리가 작동하려면 ‘적법하게 소집된’ 총회에서 추인해야 합니다. 즉, 총회를 소집한 사람이 종중규약에 따라 적법하게 선임된 대표자여야 한다는 전제가 붙습니다.
심교준 변호사는 바로 이 뿌리를 겨눴습니다. 원고 규약상 총회 소집권자는 ‘회장’인데, 총회를 소집한 자칭 회장들이 규약에 따라 적법하게 선출되었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입니다. 전(前) 회장을 뽑았다는 총회는 이미 앞선 첫 번째 소송에서 부적법하다고 판단된 총회였고, 현(現) 회장 역시 그 이전에 적법하게 선출된 근거가 없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종중을 대표해 총회를 소집할 수 있는 ‘연고항존자(항렬·연령이 가장 높은 종원)’도 아니었고, 그 동의를 받아 소집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결론은 명쾌했습니다. 소집권자 자격이 없는 사람이 연 총회는, 뒤에 몇 번을 다시 열어 ‘추인’한들 여전히 무효라는 것입니다. 치유의 재료로 내세운 추인총회조차 같은 무자격자가 소집한 이상, 원고가 스스로 든 추인 법리의 전제 자체가 성립하지 않았습니다.
Point 2. 원고는 ‘고유 종중’이 아니라 ‘종중 유사단체’에 불과하다.
심교준 변호사는 한편으로 원고 단체의 고유 종중 실체 자체를 문제 삼았습니다. 원고가 시조로 내세운 인물의 종가(宗家) 계통은 이미 200여 년 전에 대가 끊겨, 그를 시조로 하는 고유 종중이 지금까지 이어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논리였습니다.
특히 원고는 첫 번째 소송에서 스스로 “구성원 35명, 별도의 족보 없음, 1990년대에 성립된 단체”라고 진술한 바 있었고, 이후 구성원 수는 35명 → 462명 → 483명 → 505명으로 계속 바뀌었습니다. 판례상 종중은 후손이 있다고 자동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과 지속적 활동의 실체가 있어야 하는데, 특정 지역·일부 종친만 모인 단체라면 ‘고유 종중’이 아니라 ‘종중 유사단체’일 뿐이라는 점을 부각했습니다. 실체가 이렇다면 그 단체가 여는 총회의 적법성도 근본에서 흔들린다는 논리였습니다.
Point 3. 추인총회 자체도 하자투성이다.
설령 앞의 쟁점을 차치하고서라도, 새로 연 추인총회 역시 절차적으로 문제가 많다는 점을 조목조목 지적했습니다.
① 해외 거주 종원(특히 의뢰인들과 실제로 연락이 닿는 미국 거주 친족)에 대해 소재·연락처 확인 노력 없이 통지를 통째로 생략한 점 ─ 단지 ‘외국 거주’라는 사유만으로 통지를 뺄 수는 없다는 하급심 판결까지 근거로 제시, ② 위임장에 날짜가 누락되거나 사본으로 제출된 것이 많아 총회 뒤에 위임장을 사후에 채워 넣은 정황이 보인다는 점, ③ 위임장을 낸 종원들에게 현금을 지급한 정황 ─ 사실상 위임장을 돈으로 사들인 것으로 사회상규·신의칙에 반한다는 점, ④ 소송 대상 토지 10필지 중 6필지는 총회 안건·통지·위임장 어디에도 없어, 그 부분은 애초에 수권결의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Point 4. 설령 본안까지 가더라도 — 명의신탁은 사실이 아니다.
만일 재판부가 소송요건을 넘어 본안까지 판단할 경우에 대비한 예비적 방어도 갖췄습니다. 원고가 명의신탁의 근거로 든 ‘앞선 소송에서의 자백’은 다른 사건의 자백이 당해 사건을 구속하지 않는다는 판례에 따라 이 사건을 구속하지 못하고, 그 자백 자체도 의뢰인들과 무관하게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 위토(位土)로 등록돼 있다는 사정도 1950년대 농지개혁 당시 소유 상한을 피하려는 목적이었을 뿐 위토라는 사실만으로 종중 소유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명의신탁의 증명책임을 진 원고가 이를 증명하지 못했다고 반박했습니다.
05. 결과 — 항소 기각, 의뢰인들의 완승
항소심 재판부는 심교준 변호사의 핵심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총회를 소집한 전·현직 회장이 적법한 소집권자임을 인정하기 부족하여, 이 사건 총회와 추인총회의 결의가 모두 효력이 없고, 따라서 이 소송은 적법한 수권결의 없이 제기된 것으로 부적법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 결과 원고의 항소는 기각되었습니다(1심 각하 결론 유지).
이로써 의뢰인들은 부모님으로부터 상속받아 정당하게 보유해 온 부동산 지분을 단 한 조각도 넘기지 않고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상대가 1심 판결 뒤 새 추인총회까지 열어 반격했지만, 그 총회의 기초가 되는 총회 소집권자의 자격이 없다는 점 등을 끝까지 파고든 결과였습니다.
06. 이 사건이 주는 시사점
종중이 종원이나 그 상속인을 상대로 내는 소송에서, ‘누가 총회를 소집할 권한이 있는가(대표자 선임의 적법성)’는 결의의 유효성을 좌우하는 근본 관문입니다. 상대가 뒤늦게 추인총회를 열더라도, 소집권자 자격의 적법성이 없으면 그 하자는 치유되지 않습니다.
상속으로 부동산 지분을 보유하게 된 분이 난데없이 종중이라고 칭하는 단체로부터 갑작스러운 이전등기 청구를 받는다면, “내가 정당한 소유자다”라는 실체 방어에 앞서, 상대가 소송을 낼 자격과 절차를 제대로 갖추었는지 ─ 특히 그 단체가 진정한 종중인지 아니면 종중 유사단체에 불과한 것인지, 총회를 연 사람이 적법한 대표자인지, 적법한 총회 소집 절차를 거쳤는지 ─ 부터 꼼꼼히 검증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인 방어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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