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뒤 어느 날 '당연퇴직' 통보를 받고 나면, 대부분의 공무원은 이미 신분을 잃었다고 체념합니다. 그러나 당연퇴직은 임용권자가 내리는 징계나 면직 처분과 성격이 전혀 다르고, 사유가 실제로 존재하는지에 따라 다툴 여지가 남아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선고유예는 어떤 죄로 받았는지에 따라 당연퇴직 대상 자체가 갈리고, 형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거나 결격기간이 이미 지난 사안이라면 통보 자체가 잘못된 것일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당연퇴직 통보를 받았을 때 그것을 다툴 수 있는 경우가 언제인지, 어떤 소송으로 어떻게 다투는지, 그리고 무효가 확인되면 소급 복직과 밀린 보수를 받을 수 있는지까지 순서대로 살펴봅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당연퇴직은 '처분'이 아니라 '통지' — 다투는 방법이 달라지는 이유
국가공무원법 제69조는 제33조의 결격사유에 해당하게 되면 임용권자의 별도 처분 없이 법률상 당연히 공무원 신분이 소멸한다고 정합니다. 따라서 인사부서가 보내는 '당연퇴직 통보'나 인사발령은 새롭게 신분을 박탈하는 행위가 아니라, 이미 발생한 퇴직 사실을 확인해 알려주는 것에 불과합니다.
대법원도 당연퇴직의 인사발령은 관념의 통지에 불과하여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독립한 행정처분이 아니라고 봅니다. 이 성질 때문에 다투는 방법이 파면·해임 같은 징계처분과 달라집니다. 파면은 '처분 취소소송'으로 다투지만, 당연퇴직은 취소할 '처분' 자체가 없으므로 신분이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받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이별 통보라도, 징계위원회 의결을 거친 해임이라면 소청심사와 취소소송의 대상이 되지만, 결격사유 발생을 이유로 한 당연퇴직 통보는 그 통보를 취소해 달라고 다투는 것이 부적법해질 수 있습니다. 접근 방법을 처음부터 잘못 잡으면 본안 판단도 받지 못한 채 각하될 위험이 있어, 이 구분이 실무의 출발점입니다.
당연퇴직의 인사발령은 이미 발생한 퇴직 사유를 확인·통지하는 것에 불과하고 신분을 새로 박탈하는 처분이 아니므로, '처분 취소'가 아니라 '지위 확인'으로 다투어야 합니다.
어떤 형이 당연퇴직으로 이어지나 — 실형·집행유예·선고유예 구분
다툴 수 있는지 판단하려면 먼저 내가 받은 형이 실제로 당연퇴직 사유에 해당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국가공무원법 제33조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세 갈래로 나누어 결격사유를 정하고 있고, 제69조가 이를 당연퇴직으로 연결합니다.
금고 이상의 실형: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결격에 해당해 당연퇴직됩니다.
금고 이상의 집행유예: 유예기간이 끝난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결격에 해당해 당연퇴직됩니다.
금고 이상의 선고유예: 모두가 아니라 법이 한정한 특정한 죄로 선고유예를 받아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경우에만 결격에 해당합니다.
벌금형: 금고 이상이 아니므로 일반적으로 당연퇴직 사유가 아닙니다. 다만 성범죄 등 일부 영역에는 벌금형에도 별도의 결격·취업제한 특칙이 있습니다.
실형과 집행유예는 비교적 기준이 명확합니다. 반면 선고유예는 "어떤 죄로 받았는가"라는 한 가지 조건이 더 붙어 있어, 바로 이 지점에서 잘못된 당연퇴직 통보가 자주 나옵니다.
선고유예는 '죄명'이 갈림길 — 헌재 위헌결정이 만든 한정된 사유
과거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으면 죄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모두 당연퇴직되었습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필로폰 관련 사건에서 이 규정(구 국가공무원법 제69조 중 제33조 제1항 제5호 부분)이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며 위헌으로 판단했습니다(헌재 2002헌마684 등).
헌재는 같은 선고유예라도 범죄의 종류와 내용이 매우 다양해 공직에 대한 신뢰에 미치는 영향에 큰 차이가 있는데, 이를 구분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신분을 박탈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보았습니다. 이 결정 이후 법이 개정되어, 지금은 선고유예의 경우 아래와 같이 한정된 죄목에 한해서만 당연퇴직됩니다.
형법상 뇌물 관련 죄(제129조부터 제132조까지)
성폭력처벌법 제2조에 규정된 성폭력범죄
정보통신망법 제74조 제1항 제2호·제3호 관련 죄
스토킹처벌법상 스토킹범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직무와 관련한 형법 제355조·제356조(횡령·배임, 업무상 횡령·배임)
따라서 위 목록에 포함되지 않는 죄로 선고유예를 받았다면, 선고유예 기간 중이라 하더라도 당연퇴직 대상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인사부서가 "금고 이상 선고유예는 곧 당연퇴직"이라는 오래된 도식으로 처리해 통보한 경우라면, 그 통보의 전제 자체가 틀린 것입니다.
선고유예는 뇌물·성범죄·직무상 횡령·배임 등 법이 한정한 죄에 한해서만 당연퇴직 사유가 되고, 그 밖의 죄로 받은 선고유예는 당연퇴직 대상이 아닐 수 있습니다.
당연퇴직을 다툴 수 있는 경우 — 사유가 없는데 나간 케이스
당연퇴직은 사유가 분명하면 다툴 여지가 거의 없지만, 반대로 사유가 없는데도 처리된 경우에는 신분 회복을 다툴 실익이 큽니다. 실무에서 문제 되는 유형은 대체로 다음과 같습니다.
죄명이 당연퇴직 대상이 아닌 선고유예: 앞서 본 한정 목록에 없는 죄로 선고유예를 받았는데 당연퇴직으로 처리된 경우입니다.
형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 1심 유죄 뒤 항소·상고로 다투는 중인데 확정 전에 당연퇴직으로 처리한 경우입니다. 결격사유는 형이 확정되어야 발생합니다.
결격기간이 이미 지난 경우: 집행 종료 후 5년, 집행유예 만료 후 2년 등 기간 계산에 착오가 있어 이미 결격이 해소되었는데도 퇴직 처리된 경우입니다.
재심·사면·복권 등으로 사유가 소멸: 이후 재심 무죄, 특별사면·복권 등으로 결격의 기초가 사라진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직무와 무관한 개인적 다툼으로 상해죄 선고유예를 받은 공무원이 당연퇴직 통보를 받았다면, 상해죄는 선고유예 당연퇴직 대상 목록에 없으므로 통보의 전제가 잘못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사안은 사실관계와 판결문상 죄명·적용 조문을 정확히 대조하는 것만으로도 다툼의 성패가 상당 부분 갈립니다.
어떻게 다투나 — 소송 형태·상대방·기간
앞서 본 것처럼 당연퇴직 통보는 취소를 구할 '처분'이 아니므로, 일반적인 취소소송으로는 다투기 어렵습니다. 실무에서는 공무원 신분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해 달라는 공무원 지위확인소송(공법상 당사자소송)이나, 통보가 무효임을 전제로 한 다툼의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이 점은 소청심사와의 관계에서도 중요합니다. 파면·해임·직권면직 같은 처분은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을 제기해 다투지만, 당연퇴직은 임용권자의 처분이 아니어서 소청 대상이 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당연퇴직은 소청을 거치는 징계 사건과 달리 법원에서 지위확인으로 정면 돌파하는 것이 정공법으로 평가됩니다.
취소소송에는 처분을 안 날부터 90일이라는 제소기간이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무효를 전제로 한 지위확인은 그 기간 제약이 곧바로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신분 공백이 길어질수록 사실관계가 복잡해지고 급여·연금 정산도 얽히므로, 통보를 받았다면 가능한 한 이른 시기에 대응 방향을 정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당연퇴직은 소청 대상 처분이 아니어서, 파면·직권면직과 달리 소청심사가 아니라 법원의 공무원 지위확인소송으로 다투는 것이 원칙입니다.
무효가 확인되면 — 소급 복직과 그 기간 보수
당연퇴직이 무효로 확정되면, 애초에 신분이 소멸한 적이 없는 것이 되므로 처음부터 공무원 지위가 유지된 것으로 취급됩니다. 그 결과 소급 복직과 함께, 배제되었던 기간에 대한 미지급 보수를 청구할 여지가 생깁니다. 다만 그 기간에 다른 곳에서 얻은 수입이 있다면 일정 부분 공제되는 등 정산상의 쟁점이 따라붙습니다.
반대로 실제로 결격사유가 있었던 경우에는 결과가 냉정합니다. 판례는 임용결격자나 당연퇴직자가 그 뒤 사실상 공무원처럼 근무했더라도 적법한 공무원 신분을 취득·유지한 것이 아니라고 보아, 공무원연금법상 퇴직급여나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상 퇴직금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합니다. 다만 그동안 제공한 근로에 대해 부당이득 차원에서 일정한 금액을 청구할 수 있는지가 별도로 문제 될 뿐입니다.
결국 "다툴 수 있는가"는 신분 회복만이 아니라 그 기간의 보수·연금까지 좌우하는 문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통보를 받은 직후 사유의 존부를 냉정히 가려, 다툴 사안인지 아니면 재임용·연금 등 다른 방향을 준비할 사안인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연퇴직이 무효로 확인되면 소급 복직과 밀린 보수 청구가 가능하지만, 결격사유가 실제로 있었다면 사실상 근무했더라도 퇴직급여를 청구할 수 없습니다.
통보를 받았다면 먼저 확인할 것 — 실무 체크포인트
당연퇴직 통보를 받았을 때 감정적으로 사직서를 내거나 그대로 수긍하기 전에, 먼저 사실관계와 법적 전제를 점검해야 합니다. 다툼의 성패는 대부분 이 초기 확인에서 갈립니다.
판결문상 죄명·적용 법조문 확인: 선고유예라면 그 죄가 당연퇴직 대상 목록에 실제로 포함되는지 대조합니다.
형의 확정 여부와 시점: 아직 상소로 다투는 중이라면 결격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결격기간 도과 여부: 집행 종료·유예 만료 시점을 기준으로 5년·2년이 지났는지 계산합니다.
연금·재임용 결격기간 관리: 다투기 어려운 사안이라면 이후 재임용 결격기간과 연금 수급 조건을 함께 정리해 다음 단계를 준비합니다.
시간을 끌수록 사실상 근무 여부, 급여 정산, 신분 혼란이 겹쳐 다툼이 복잡해집니다. 통보의 전제가 조금이라도 의심된다면, 판결문과 인사발령 문서를 정리해 이른 시점에 검토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벌금형을 받아도 당연퇴직되나요?
A. 원칙적으로 당연퇴직은 금고 이상의 형에 대한 것이므로, 일반적인 벌금형만으로는 당연퇴직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성범죄 등 일부 영역에서는 벌금형에도 별도의 결격·취업제한 특칙이 있으므로, 죄명과 적용 법률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Q. 선고유예를 받으면 무조건 당연퇴직인가요?
A. 아닙니다. 헌법재판소 위헌결정 이후 법이 개정되어, 선고유예는 뇌물·성범죄·직무상 횡령·배임 등 법이 한정한 죄에 한해서만 당연퇴직 사유가 됩니다. 그 밖의 죄로 받은 선고유예라면 당연퇴직 대상이 아닐 수 있으니 죄명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Q. 당연퇴직도 소청심사로 다투나요?
A. 당연퇴직은 임용권자의 처분이 아니라 법률상 당연히 발생하는 효과여서, 파면·직권면직처럼 소청심사로 다투기는 어렵습니다. 실무에서는 공무원 지위가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해 달라는 지위확인소송으로 다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Q. 재심에서 무죄가 나오면 복직되나요?
A. 결격사유의 기초가 된 형이 재심으로 사라지는 등 사유가 소급해 소멸했다면, 당연퇴직의 전제가 없어지므로 신분 회복을 다툴 수 있습니다. 다만 개별 사안마다 소급효의 범위와 다투는 방법이 달라 구체적 검토가 필요합니다.
Q. 당연퇴직된 기간의 월급도 받을 수 있나요?
A. 당연퇴직이 무효로 확인되면 처음부터 신분이 유지된 것이 되어, 배제된 기간의 미지급 보수를 청구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그 기간 다른 소득이 있었다면 일부 공제되는 등 정산상의 쟁점이 따라붙습니다.
Q. 집행유예 기간이 지나면 다시 공무원이 될 수 있나요?
A. 금고 이상의 집행유예는 유예기간이 끝난 날부터 2년이 지나야 결격이 해소됩니다. 이 기간이 지나기 전에는 임용·재임용이 제한되므로, 재임용을 준비한다면 결격 해소 시점을 정확히 계산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맺음말
당연퇴직은 징계처럼 임용권자가 내리는 처분이 아니라 법률상 당연히 발생하는 효과입니다. 그래서 통보를 받았을 때 핵심은 "사유가 실제로 존재하는가"이며, 죄명·형의 확정 여부·결격기간 도과 여부에 따라 다툴 여지가 남아 있는지가 갈립니다. 특히 선고유예는 한정된 죄에 한해서만 당연퇴직 대상이 되므로, 통보의 전제부터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툴 사안이라면 취소소송이 아니라 지위확인소송으로 접근해야 하고, 무효가 확인되면 소급 복직과 밀린 보수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사유가 분명하다면 무리한 다툼보다 재임용 결격기간과 연금 조건을 정리해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당연퇴직은 통보 직후의 판단이 신분과 보수·연금까지 좌우하는 만큼, 판결문과 인사문서를 갖추어 이른 시점에 검토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수원·경기남부 지역에서 공무원 신분 문제로 고민 중이라면, 사안의 사실관계를 차분히 정리한 뒤 대응 방향을 함께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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