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사건에서 상승기 법리란, 술을 마신 직후부터 일정 시간 동안 혈중알코올농도가 계속 올라가는 단계에 있었다면, 측정 당시 수치가 곧바로 운전 당시 수치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법리다. 사람은 술을 마신 직후 바로 최고 수치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최종 음주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서 혈중알코올농도가 상승하고, 이후 최고점에 이른 뒤 다시 감소한다. 그래서 술을 마시자마자 운전했고, 운전 종료 후 상당 시간이 지나 음주측정이 이루어졌다면 문제가 생긴다. 측정 당시에는 0.03%를 넘었더라도, 실제 운전 당시에는 처벌기준치에 이르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음주운전 사건에서 처벌 대상은 측정 당시 술에 취한 상태가 아니라 운전 당시 술에 취한 상태다.
술 마시고 90분 이내 적발됐다고 모두 무혐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상승기 법리를 주장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술을 마신 뒤 30분에서 90분 사이에 측정됐다는 사정만으로 자동으로 무혐의가 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운전 시점과 측정 시점 사이에 시간 간격이 있고 그때가 혈중알코올농도의 상승기로 보인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언제나 운전 당시 처벌기준치 초과 사실의 증명이 불가능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결국 법원은 시간 간격, 측정 수치, 처벌기준치와의 차이, 음주량, 음주 지속 시간, 단속 당시 언행, 보행 상태, 사고 발생 여부까지 종합해 판단한다. 예를 들어 측정 수치가 0.031%처럼 기준치에 매우 근접하고, 최종 음주 직후 바로 운전했다면 다툴 여지가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측정 수치가 기준치를 상당히 초과하고, 운전 종료 후 짧은 시간 내 측정됐으며, 주취 정황이 뚜렷하다면 상승기 주장만으로 방어하기 어렵다.
최종 음주 시각과 운전 시각이 사건의 출발점
상승기 법리로 다투려면 가장 먼저 최종 음주 시각을 특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술을 마신 시간이 언제인지, 실제 운전 시작 시각과 종료 시각은 언제인지, 음주측정은 몇 시에 이루어졌는지를 분 단위로 정리해야 한다. 단순히 조금 전에 마셨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결제 내역, 음식점 CCTV, 대리운전 호출 기록, 통화기록, 택시 앱 기록, 편의점 구매 내역, 동석자 진술이 모두 중요하다. 특히 집에서 술을 마신 뒤 바로 오토바이나 차량을 운전한 사건이라면, 음주 종료 시각과 운전 시작 시각의 간격이 짧았다는 점을 자료로 보여줘야 한다. 수사기관은 피의자의 말보다 객관자료를 본다. 최종 음주 시각이 흐릿하면 상승기 주장도 흐릿해진다.
위드마크 공식은 방어자료이자 공격받을 자료다
음주운전 사건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이 위드마크 공식이다. 위드마크 공식은 음주량, 체중, 성별, 시간 경과 등을 바탕으로 특정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하는 방식이다. 수사기관이 운전 당시 수치를 역산할 때 사용되기도 하고, 변호인이 운전 당시 수치가 처벌기준치 미만이었을 가능성을 주장할 때 활용되기도 한다.
다만 위드마크 공식은 절대적인 계산식이 아니다. 실제 혈중알코올농도는 음주 속도, 음식 섭취 여부, 체질, 피로 상태, 술의 종류, 음주 후 경과 시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변호인은 단순히 공식 하나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당시 구체적 음주 상황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공복이었는지, 안주를 먹었는지, 짧은 시간에 마셨는지, 마지막 잔 이후 바로 운전했는지, 측정 전 물로 입을 헹구었는지, 채혈 요구를 했는지도 검토 대상이다.
불기소를 노리려면 측정 수치가 아니라 증거불충분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상승기 법리의 목표는 단순히 운전자가 술을 마신 지 얼마 안 됐다는 사정을 말하는 데 있지 않다. 핵심은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이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최종 음주 시각, 운전 시각, 측정 시각을 정확히 정리하고, 측정 수치가 처벌기준치와 얼마나 가까운지 분석해야 한다.
여기에 운전 거리, 운전 경위, 사고 여부, 단속 당시 언행과 보행 상태, 동석자 진술, CCTV, 결제 내역까지 붙여야 한다. 특히 오토바이처럼 운전거리가 짧고, 술을 마신 직후 바로 이동했다가 경찰관과 실랑이 또는 사고 처리 과정에서 시간이 지난 뒤 측정된 사건이라면 상승기 법리가 실질적인 방어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다만 이 주장은 첫 경찰 조사에서부터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대충 아까 마셨다고 말하면 부족하고, 언제 얼마나 마셨고 언제 운전했으며 왜 측정 당시 수치가 운전 당시 수치와 다를 수 있는지를 자료로 설명해야 한다. 음주운전 상승기 법리는 변명이 아니라 증명의 문제다. 운전 당시 수치가 처벌기준을 넘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사건이라면, 그 의심을 기록으로 만들어야 불기소 가능성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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