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서 경찰차가 일반 차량이라면 단속 대상이 될 만한 장소에 주차된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과연 경찰차는 어디에 주차하든 불법주차가 아닌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지 않습니다. 경찰차라도 원칙적으로 주차 관련 법규를 준수해야 하며, 다만 일정한 요건 하에 예외가 인정될 뿐입니다.
1. 주차·정차의 기본 원칙
도로교통법은 모든 차의 운전자가 정차하거나 주차할 때 다른 교통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도로교통법 시행령 제11조 제2항). 이 원칙은 경찰차라고 하여 예외가 아닙니다.
다만, 도로교통법 시행령 제11조 제2항 단서는 경찰공무원의 지시에 따르는 경우 또는 고장으로 인하여 부득이하게 주차하는 경우에는 다른 교통에 방해가 되더라도 예외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도로교통법 시행령 제11조 제2항 제1호 가목, 제2호).
2. 고속도로·자동차전용도로에서의 특례
일반 도로보다 더 엄격한 주정차 금지 규정이 적용되는 고속도로 및 자동차전용도로에서도 경찰차에 대한 명시적 예외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도로교통법 제64조는 고속도로 등에서의 정차·주차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도, "경찰용 긴급자동차가 고속도로등에서 범죄수사, 교통단속이나 그 밖의 경찰임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정차 또는 주차시키는 경우"를 명시적 예외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도로교통법 제64조 제6호).
이 규정은 실제 소송에서도 여러 차례 인용되었습니다. 고속도로 불법주차 관련 사건들에서 법원은 도로교통법 제64조 각호의 예외 사유를 열거하면서 경찰용 긴급자동차의 경찰임무 수행을 위한 정차·주차를 적법한 예외로 일관되게 인정하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9. 30. 선고 2014나4179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7. 16. 선고 2019가단5086965 판결; 대전지방법원 논산지원 2019. 4. 25. 선고 2018가단2045 판결).
3. 핵심 요건: '경찰임무 수행'이 전제되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위 예외 규정이 무조건적인 면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도로교통법 제64조 제6호는 "범죄수사, 교통단속이나 그 밖의 경찰임무를 수행하기 위하여"라는 목적 요건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경찰차라도 경찰임무 수행과 무관하게 편의상 주차금지 구역에 주차하는 것은 이 예외 규정의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경찰관이 개인적인 용무를 위해 경찰차를 주차금지 구역에 세워두는 행위는 불법주차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 사건에서 법원은 경찰관이 불법주차 단속 업무를 수행하던 중 자신의 경찰차를 모텔 입구에 주차한 것이 문제가 된 상황에서, 경찰관이 단속 업무를 신속히 마치고 이동하려 하였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 주차 행위의 적법성 여부를 구체적인 직무 수행 맥락에서 판단하였습니다 (부산지방법원 2013. 2. 15. 선고 2012고정3988, 4422(병합) 판결).
4. 불법주차 단속 공무원의 직무와 경찰차
경찰차가 단속 현장에 주차된 상태에서 단속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하는 경우, 그 직무의 적법성은 별도로 보호됩니다. 대법원은 불법주차 차량에 스티커를 붙였다가 이를 다시 떼어낸 직후의 주차단속 공무원을 폭행한 경우, 폭행 당시 그 공무원은 일련의 직무수행을 위하여 근무 중인 상태에 있었다고 보아 공무집행방해죄의 성립을 인정하였습니다 (대법원 1999. 9. 21. 선고 99도383 판결).
5. 경찰차벽(차량 차단)의 경우
경찰이 집회·시위 현장에서 경찰차를 이용하여 차벽을 설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주차 문제를 넘어 경찰권 발동의 법적 근거 문제로 이어집니다. 헌법재판소는 경찰차벽 설치가 허용되기 위해서는 "집회의 조건부 허용이나 개별적 집회의 금지·해산으로는 방지할 수 없는 급박하고 명백하며 중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비로소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에 해당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헌법재판소 2011. 6. 30. 선고 2009헌마406 결정) 김재광, 『행정법담론』, 박영사(2018년), 423-425면.
6. 정리
결론적으로, 경찰차는 경찰임무 수행을 위한 경우에 한하여 일반 차량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장소에서도 적법하게 주차·정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무제한적인 특권이 아니며, 경찰임무 수행이라는 목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경찰차도 불법주차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