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월드컵 국가대표팀의 예선 탈락으로 홍명보 감독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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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감독직을 자진사퇴 하였는데요, 인터넷 신문과 SNS는 그가 '주머니에 손을 넣고 기자회견장을 나갔다'며 '건방지다'고 비난하고, 그 이전 기자회견에서 보여준 '건방진 태도'를 욕하는 숏츠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저도 홍명보 감독의 전술 전략이 불만이 있고, 나아가서는 축구협회의 폐쇄성도 지적하고 싶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홍명보 전 대표팀 감독의 말하는 태도가 건방지다'라는 사람들의 말에 딴지를 걸고 싶습니다.
비난의 정도가 좀 지나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 사람의 마음속까지 들여다보면서 '나르시스트다.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다.'라는 식의 비난까지 있으니 말입니다.
얼마 전, 지인과 했던 술자리에서 지인은 '직장 상사의 속마음을 도무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런 식의 고민을 털어놓는 직장인 지인을 여럿 보았습니다. '직상 상사가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대체 속마음이 뭘까?'라는 식으로요.
그럴때마다 제가 했던 대답은, '굳이 상대방의 속마음을 알아내려고 하지 말라. 남의 마음을 알 수도 없을 뿐더러, 어렵게 어렵게 알아낸다고 해도, 알아서 좋을 것도 없다.'이었습니다.
이건 대부분의 사회생활에 적용됩니다. 남에게 어떤 말을 들었을때, 그 사람의 속마음까지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입니다. 그 사람은 별 뜻 없이 말했는데, 나를 엄청 미워하는 것으로 착각하든지, 혹은 나를 엄청 좋아하는 것으로 착각하든지, 결국은 모두 착각에 불과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는 남의 속마음을 모릅니다. 때로는 나의 마음도 잘 모르는데, 남의 마음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홍명보 감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가 보여준 무뚝뚝한 태도가 오만해 보이고, 나르시스트처럼 보이고, 비난 여론에 일절 신경쓰지 않는것 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보여지는 것일 뿐, 그의 속마음을 누가 알까요. 그의 행동에 비난할 수는 있지만 그의 마음까지 짐작한 뒤에 비난하는 것은 선을 넘는 일로 여겨집니다.
민법 제107조 제1항은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는 표제로 이렇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의사표시는 표의자가 진의아님을 알고 한 것이라도 그 효력이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표의자의 진의아님을 알았거나 이를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무효로 한다."
첫 문장이 제일 중요합니다. 진의 아님을 알고 한 의사표시도 효력이 있다.
여기서 "진의眞意"란 진짜 의도를 말합니다.
풀어서 설명하면,
어떤 말을 하는 사람은 그것이 진짜 의도가 아님을 스스로 알고 하는 말이라도 법적으로 효력이 있다. 라는 것입니다.
즉, "속마음을 숨기고 한 말이라도 그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속마음을 의도치 않게 숨기거나, 의도하고 숨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때마다 그걸 듣는 사람이 속마음을 예상해야 한다면, 사회생활은 지나치게 피곤해집니다. 서로가 서로의 말을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민법"이라는 이름의 규칙을 정했습니다. 서로 속마음을 숨기더라도, 굳이 속마음을 알려고 하지 말자. 겉으로 말하는 것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렇게 말한 사람이 스스로 책임지게 하자, 라고 말입니다.
물론 예외도 있습니다. 그걸 듣는 사람이 '속마음은 다르구나'라고 이미 알고 있거나, (여러가지 정황상) 충분히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면 법적으로 책임지우지 않습니다. 그게 제107조 제1항의 "그러나 상대방이 표의자의 진의아님을 알았거나 이를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무효로 한다."의 의미입니다.
다른 사람의 속마음을 알려고 하는 것은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운 일이기도 할 뿐더러, 매우 피곤한 일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법에서도 정해 놨습니다. '속마음에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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