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을 맡다 보면 "경찰에서 조사받으러 나오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급하게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대개 출석 날짜는 잡혔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혼자 가도 되는지 막막한 상태로 오십니다.
상담에서 실제로 어떤 점을 함께 점검하는지, 자주 나오는 질문을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Q1. 출석요구에 꼭 응해야 하나요? 안 나가면 어떻게 되나요?
피의자에 대한 출석요구는 임의수사라(형사소송법 제200조), 그 자체로 강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일정이 맞지 않으면 연기도 요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무작정 응하지 않거나 연락을 피하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정당한 이유 없이 계속 응하지 않으면 체포영장 청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막연한 거부가 아니라,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 날짜로 일정을 조율해 출석하는 방향을 권합니다.
참고로 최근 대법원은, 체포영장이 적법하게 발부됐더라도 집행하는 시점에 체포의 사유와 필요성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26. 4. 2. 선고 2022도2402 판결). 출석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일정 협의에 성실히 응했다면, 영장이 있더라도 그 집행의 필요성이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Q2. 경찰이 전화로 몇 가지를 먼저 묻는데, 그냥 답해도 되나요?
전화로 답하기보다 "그 부분은 출석해서 말씀드리겠다"고 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전화로 한 말은 수사관이 작성하는 수사보고서에 정리되어 기록에 남습니다. 이 보고서는 수사기관이 일방적으로 작성하는 문서라, 내 말의 취지가 그대로 담긴다는 보장이 없고, 실제와 다르게 기재되어도 뒤늦게 바로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반면 출석해서 진술하면 그 내용은 조서로 작성되고, 진술자가 직접 열람한 뒤 사실과 다른 부분의 정정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244조). 같은 말이라도 내가 확인하고 다툴 수 있는 형태로 남느냐가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듭니다.
Q3. 조사받으러 갈 때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사실대로 말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피의자신문에서 한 진술은 사건이 끝날 때까지 따라다니고, 나중에 입장을 바꾸면 오히려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받을 수 있습니다. 사실상 첫 조사에서 사건의 큰 틀이 정해집니다.
억울함을 빨리 풀고 싶은 마음에 준비 없이 묻는 대로 다 설명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쟁점에서 불리한 진술을 남기기 쉽습니다. 그래서 조사 전에 사건의 구체적 내용과 쟁점을 짚고, 어떤 질문이 나올지·어디에 위험이 있는지를 파악해 대응 방향을 정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상 질문을 점검하고 실제 신문 상황을 가정해 준비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같은 사실관계라도 결과가 크게 갈립니다.
Q4. 진술거부권을 쓰면 괘씸죄로 더 불리해지지 않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진술거부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이고(헌법 제12조 제2항,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거부했다는 사실만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습니다.
다만 단순한 침묵을 넘어 적극적으로 진실 발견을 방해하는 행위(허위 증거 제출, 증거 인멸 등)로 나아가면, 예외적으로 양형에서 불리하게 고려될 수 있습니다. 결국 어디까지 답하고 어디서 멈출지를 사건에 맞게 설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Q5. 변호사를 꼭 선임해야 하나요?
선임 여부는 사정에 따라 다르지만, 적어도 첫 조사 전에 한 번은 상담을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변호인은 신문에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243조의2). 권리가 있다는 것과 그 권리를 제때 적절히 쓰는 것은 다른 문제이고, 그 차이가 결과를 가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수사 단계의 대응은 빠르고 정확할수록 유리합니다.
조사에 들어가기 전에 사실관계를 함께 짚어 위험이 어디에 있는지 가려내고, 무엇을 어떻게 진술할지 방향을 잡아두면 사건의 흐름이 달라집니다. 혼자 막막하게 결정하지 마시고, 출석 전에 상담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사안을 면밀히 검토해 가장 안전한 길을 함께 찾아 드리겠습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