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을 결심했다면,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것
이혼을 결심했다면,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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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을 결심했다면,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것 

남천우 변호사

이혼을 마음먹고 나면 머릿속은 복잡한데 정작 손에 잡히는 것은 없습니다.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 시간만 흘려보내다가, 막상 일이 시작되고 나서야 미리 챙겼어야 할 것을 놓쳤다는 사실을 깨닫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상담에서도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이제 결심은 했는데,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입니다. 이혼은 마음을 정하는 것과 실제로 준비하는 것이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결심한 순간부터 차분히 정리해 두어야 할 것들이 있고, 그 준비가 나중에 재산과 양육의 결과를 좌우합니다.

1. 먼저, 어떤 길로 갈지부터 가늠한다

준비의 출발점은 자신의 이혼이 협의로 끝날 사건인지, 재판까지 갈 사건인지를 가늠해 보는 것입니다. 상대도 이혼에 동의하고 재산과 양육에 큰 다툼이 없다면 협의로 비교적 빠르게 마무리될 수 있지만, 상대가 반대하거나 조건이 맞지 않으면 재판을 염두에 두고 처음부터 다르게 준비해야 합니다. 재판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면, 그때 필요한 것은 결국 '증거'와 '재산 파악'입니다.

2. 이혼 사유를 뒷받침할 자료를 정리해 둔다

재판상 이혼은 법이 정한 사유가 있어야 하고, 그 사유는 주장만으로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무엇이 자료가 되는지는 사유에 따라 다릅니다. 부정행위가 문제라면 두 사람이 함께 있었던 정황을 보여주는 사진이나 메시지, 카드 사용 내역, 통화 기록 같은 것이 의미를 가집니다. 폭언이나 폭력 같은 부당한 대우라면 상해 진단서, 경찰 신고 내역, 보호처분이나 접근금지 기록이 직접적인 자료가 됩니다. 그 밖에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사정을 다툴 때는 별거의 시점과 기간, 그 무렵 오간 대화나 메시지, 가정의 상황을 보여주는 기록이 쌓여 사정을 드러냅니다. 이런 자료는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고 사라지므로, 결심한 무렵부터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여기서 반드시 지켜야 할 선이 있습니다. 자료는 본인이 정당하게 접근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모아야 합니다. 부부가 함께 나눈 대화를 본인이 녹음하거나, 공동으로 쓰는 공간에 있는 자료를 확인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문제되지 않지만, 상대의 휴대폰을 몰래 열어 보거나 비밀번호를 풀어 메신저·이메일을 들여다보고, 위치추적 장치를 붙이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이렇게 법이 허용하지 않는 방법으로 모은 자료는 정작 재판에서 증거로 쓰지 못할 뿐 아니라, 통신비밀보호법이나 정보통신망법 위반 같은 별도의 형사 문제로 번질 수 있습니다. 무엇이 증거가 되고 어디까지가 적법한지는 혼자 판단하기 어려운 만큼, 초기에 변호사와 상의해 확보할 자료의 범위와 방법을 정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3. 부부의 재산 현황을 파악해 둔다

재산분할은 이혼 이후의 삶을 좌우하는 문제인데, 그 출발은 부부의 재산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를 아는 것입니다. 분할의 대상은 부동산과 예금만이 아닙니다. 보험과 퇴직금, 연금, 사업체 지분이나 주식처럼 한눈에 드러나지 않는 재산, 그리고 대출이나 보증 같은 빚도 함께 고려됩니다. 그래서 결심한 무렵부터 부부 명의의 재산이 전체적으로 어떤 윤곽인지 파악해 두면, 나중에 분할에서 제 몫을 주장하기가 한결 수월해집니다.

상대 명의로 되어 있어 본인이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재산도 있습니다. 이때를 위해 소송 단계에서 쓸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법원에 신청해 상대가 직접 자기 재산을 적어 내도록 하는 재산명시, 그것만으로 부족할 때 법원이 직접 조회하는 재산조회 제도가 있고, 그 안에서 은행에 대한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 부동산·과세 내역에 대한 사실조회나 과세정보 제출명령, 직장에 대한 퇴직금 조회 등을 통해 숨은 재산을 확인합니다. 이런 제도가 있다는 점을 알아 두면, 상대가 재산을 감추려 해도 대응할 길이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준비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한쪽이 재산을 빼돌릴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시점이 중요합니다. 본격적인 다툼이 시작되면 재산을 처분하거나 명의를 옮겨 분할을 피하려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정황이 보인다면 가압류나 가처분으로 재산을 미리 묶어 두는 보전 조치를 서두를 필요가 있습니다. 재산을 파악하지 못한 채, 또는 묶어 두지 못한 채 절차에 들어가면 나중에 훨씬 더 큰 품이 듭니다.

4. 자녀가 있다면, 양육의 실태를 정리해 둔다

자녀가 있다면 양육권과 양육비도 함께 준비해야 합니다. 법원이 양육자를 정할 때 보는 것은 결국 어느 쪽이 양육하는 것이 자녀의 복리에 맞는가입니다. 그동안 누가 주로 자녀를 돌보아 왔는지, 앞으로 안정적으로 양육할 환경과 경제적 능력을 갖추었는지, 자녀와의 관계와 양육 의지가 어떠한지가 중요하게 작용하고, 자녀가 어느 정도 자란 경우에는 자녀 본인의 의사도 고려됩니다. 그래서 평소의 양육 분담과 자녀와의 관계, 양육 환경을 보여주는 사정을 정리해 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양육비는 막연히 정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법원은 서울가정법원이 만든 양육비 산정기준표를 참고하는데, 부모의 합산 소득과 자녀의 나이를 기준으로 표준 양육비가 정해지고 여기에 가정의 구체적 사정을 더하거나 빼서 액수를 정합니다. 이 기준표를 보면 자신의 경우 양육비가 대략 어느 정도 수준일지 미리 가늠해 볼 수 있어, 협의를 하든 재판으로 가든 준비에 도움이 됩니다.

5. 방향부터 잡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혼 준비에서 무엇이 유리하고 무엇이 불리한지는 사람마다, 사건마다 다릅니다. 같은 자료라도 어떤 사건에서는 결정적이고 다른 사건에서는 의미가 적으며, 협의로 갈 사건과 재판으로 갈 사건은 준비의 방향 자체가 다릅니다. 그리고 그 방향은 혼자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자료가 증거가 되는지, 재산을 어떻게 파악하고 지킬지, 양육에서 무엇이 유리하게 작용하는지를 초기에 제대로 잡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준비 단계부터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그만큼 중요합니다.

이혼을 결심했지만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하시다면, 자신의 상황에서 먼저 챙겨야 할 것이 무엇인지부터 상담을 통해 방향을 잡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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