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으로 입건된 분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물증도 없고 목격자도 없습니다. 그저 그쪽 말뿐인데 어떻게 제가 처벌받습니까." 결론부터 말하면, 강제추행은 피해자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인 경우가 많고, 그 진술만으로도 유죄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진술이 있으면 무조건 유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이 그 진술을 믿을지 말지를 가리는 기준이 분명히 있고, 무죄를 다투는 일은 바로 그 기준 위에서 이루어집니다.
1. 진술만으로도 유죄가 될 수 있는 이유
형사재판에서 유죄는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문제는 강제추행이 대개 둘만 있는 자리에서 짧은 순간에 벌어져, 피해자 진술 외에 직접증거가 남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피해자 진술이 유일한 증거이더라도, 그 진술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고 구체적이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그 자체로 모순되지 않고, 피고인을 무고할 만한 허위의 동기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그 신빙성을 인정해 유죄의 근거로 삼을 수 있다고 보아 왔습니다. "증거가 진술밖에 없으니 무죄"라는 생각이 통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법원은 이른바 성인지적 관점을 요구합니다. 피해자가 피해를 당한 뒤에 보인 행동이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전형적인 피해자의 모습"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진술을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피해자가 곧바로 신고하지 않았다거나,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과 이후에도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사정만으로 진술의 신빙성이 당연히 깨지는 것은 아닙니다.
2. 그렇다고 무조건 유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오해가 자주 생깁니다. 성인지적 관점을 두고 "피해자가 그렇다고 하면 무조건 유죄"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도 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해야 한다고 하면서, 그것이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아무 제한 없이 인정하거나 공소사실을 무조건 유죄로 판단하라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진술의 신빙성은 여전히 엄격하게 심사됩니다. 법원은 진술의 일관성과 구체성, 경험칙에 비춘 합리성, 객관적인 정황과 들어맞는지, 그리고 허위로 진술할 만한 동기가 있는지를 종합해 신중하게 판단합니다. 이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진술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유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3. 그래서 어디를 다투는가
진술의 신빙성을 다툰다는 것은 사소한 말의 앞뒤가 안 맞는 부분을 들추는 일이 아닙니다. 주변적이고 지엽적인 부분의 기억 착오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작은 불일치를 과장하는 방식은 역효과가 나기 쉽습니다.
실제로 의미가 있는 것은 핵심 사실관계입니다. 추행의 구체적인 행위 내용과 순서, 시간과 장소처럼 사건의 뼈대가 되는 부분이 수사 단계와 법정에서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시간순으로 정리해 드러내는 일이 첫째입니다. 둘째는 진술이 객관적인 정황과 충돌하는 지점을 찾는 일입니다. 사건 전후에 오간 메시지, 폐쇄회로 화면, 두 사람의 동선처럼 진술과 비교할 수 있는 자료가 진술과 어긋난다면 그것이 가장 강한 다툼의 근거가 됩니다. 셋째는 허위나 과장의 동기가 있는지를 살피는 일입니다.
또 한 가지, 진술의 신빙성과는 다른 층위에서 다투는 길도 있습니다. 설령 신체 접촉이 있었다는 진술 자체는 믿을 수 있더라도, 그 행위가 추행의 고의로 한 것인지, 강제추행의 구성요건을 채우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실제로 진술의 신빙성은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에게 추행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 취지의 판단이 내려진 사례도 있습니다. 무엇을 다툴 사건인지, 즉 사실관계 자체를 다툴지 고의나 구성요건을 다툴지를 초기에 정확히 가르는 일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4. 초기 대응에서 가장 흔한 실수
강제추행은 첫 진술이 사건의 방향을 거의 결정합니다. 가장 흔한 실수는 경찰 조사에서 당황한 나머지 사실과 다르게 진술하거나, 반대로 감정적으로 전면 부인했다가 나중에 일부를 인정하면서 스스로 진술의 신빙성을 무너뜨리는 것입니다. 한 번 한 진술은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또 억울함을 풀겠다고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는 일은 그 자체가 2차 가해나 합의 강요로 비쳐 사건을 더 무겁게 만들고, 접근금지에 어긋나는 행동이 되기도 합니다.
다툴 사건일수록 무엇을 어떤 순서로 진술하고 무엇을 자료로 확보할지를 처음부터 설계해야 합니다.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 사건에서 그 진술의 어느 부분을, 어떤 객관적 정황과 견주어 다툴지는 사건마다 다릅니다.
5. 조사나 재판을 앞두고 계시다면
피해자 진술만 있는 사건이라고 해서 다툴 수 없는 것도, 진술이 있다고 해서 유죄가 정해진 것도 아닙니다. 그 진술이 신빙성 심사를 견딜 수 있는 것인지, 어디를 어떻게 다툴 수 있는지는 기록과 진술을 직접 보아야 답할 수 있습니다. 억울하게 입건되어 막막하시다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진술이 유일한 증거라고 해서 다툴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 길을 함께 찾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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