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사건에서 가장 억울한 장면 중 하나는 피해자가 어느 순간 가해자로 불리는 경우다. 먼저 욕설을 듣고, 따돌림을 당하고, 물리적 위협을 받은 학생이 있다. 참다못해 한마디를 하거나 밀쳐낸 일이 있었는데, 가해학생 측에서 너도 욕하지 않았느냐, 너도 밀지 않았느냐며 맞신고를 예고한다.
실제 학폭 사건에서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다. 처음에는 명백한 피해 사안처럼 보였던 사건이 쌍방학폭 프레임으로 바뀌는 순간, 심의위원회의 시선도 달라질 수 있다. 피해학생은 보호조치를 받아야 할 입장인데, 자칫 가해학생 조치까지 함께 검토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쌍방학폭 사건은 그래서 초기에 정리가 중요하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어느 정도로 반복되었는지, 어떤 행위가 방어였고 어떤 행위가 공격이었는지를 분리하지 못하면 사건 전체가 흐려진다.
맞신고의 본질은 사건의 초점을 흐리는 데 있다
가해학생 측이 맞신고를 꺼내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실제 피해를 주장하려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 사건에서는 자신의 책임을 낮추기 위한 전략으로 사용된다. 피해학생도 잘못이 있다는 인상을 만들고, 사건을 양쪽 다툼으로 보이게 하려는 것이다.
학폭위는 감정의 옳고 그름만 판단하는 자리가 아니다. 학교폭력예방법상 학교폭력에 해당하는 행위가 있었는지, 피해 정도는 어떠한지, 가해행위의 지속성과 고의성은 있는지, 양측의 관계와 사건 경위를 종합적으로 본다. 이때 피해학생 측이 단순히 우리는 억울하다고만 말하면 부족하다.
핵심은 맞신고가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주장이라는 점을 구조적으로 보여주는 데 있다. 선행 폭력의 심각성과 방어 행위의 불가피성을 나누어 설명해야 한다.
선행 폭력과 방어 행위는 같은 무게가 아니다
쌍방학폭 사건의 첫 번째 쟁점은 시간의 순서다. 누가 먼저 욕설을 했는지, 누가 먼저 신체 접촉을 했는지, 누가 관계에서 우위를 가지고 반복적으로 괴롭혔는지가 중요하다.
예컨대 한 학생이 지속적으로 놀림과 욕설을 당하다가 순간적으로 그만하라고 소리친 경우가 있다. 또는 먼저 밀침을 당해 균형을 잃고 상대를 밀어낸 경우가 있다. 겉으로 보면 양쪽 모두 욕설이나 신체 접촉이 있었던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법적으로 중요한 것은 같은 행위가 있었느냐가 아니라, 그 행위가 어떤 맥락에서 발생했느냐다.
공격 행위와 방어 행위는 구분되어야 한다. 반복적인 괴롭힘과 그에 대한 순간적 반응은 같은 선 위에 놓을 수 없다. 학폭위에서 이 점을 분명히 하지 못하면, 피해학생은 억울하게 쌍방 가해자로 엮일 수 있다.
정당방위라는 말보다 사실관계 정리가 먼저
학폭 사건에서 우리 아이는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하는 부모들이 많다. 그 말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심의 과정에서 정당방위라는 표현만 반복한다고 결론이 바뀌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위협이 있었는지, 방어행위가 즉각적으로 이루어졌는지, 방어의 정도가 과도하지 않았는지다. 상대가 먼저 욕을 했다고 해서 이후의 모든 행동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피해학생이 단 한 번 반응했다는 이유로 곧바로 가해자로 취급되어서도 안 된다.
따라서 진술서는 감정문이 아니라 사건표에 가까워야 한다.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떤 말을 했고, 그 직후 어떤 행동이 있었는지를 시간순으로 정리해야 한다.
증거는 양보다 배열이 중요
쌍방학폭 맞신고 사건에서는 증거의 양보다 배열이 중요하다.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DM, 단체채팅방 대화, 목격자 진술, 진단서, 상담기록, 담임교사와의 면담 내용이 각각 따로 존재한다고 해서 충분한 것은 아니다.
증거는 선행 폭력, 피해 발생, 방어 행위, 맞신고 경위 순서로 배열되어야 한다. 먼저 괴롭힘이 있었다는 자료를 보여주고, 그 괴롭힘이 반복되었거나 심각했다는 점을 설명해야 한다. 그다음 피해학생의 반응이 독립된 공격이 아니라 그 상황에서 나온 방어적 반응이었다는 점을 연결해야 한다.
특히 맞신고 협박이 있었던 문자나 대화는 중요하다. 상대방이 실제 피해 회복보다 징계 회피를 목적으로 움직였다는 정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학폭위 위원들에게 필요한 것은 누가 더 화났는지가 아니다. 누가 사건의 원인을 만들었는지다.
학폭위 설득은 처분 수위까지 겨냥해야 한다
쌍방학폭으로 판단되면 피해학생도 가해학생 조치를 받을 수 있다. 서면사과, 접촉·협박·보복 금지, 학교봉사, 사회봉사, 특별교육, 출석정지 등 조치가 검토될 수 있다. 사안에 따라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문제까지 이어질 수 있어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대응 목표는 단순히 상대방도 잘못했다는 반박이 아니다. 피해학생의 행위가 가해행위로 평가될 수 없는 방어적 행위였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 설령 일부 부적절한 표현이나 행동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선행 폭력과 비교해 경미하고 우발적이며 방어적이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이 차이를 설득하지 못하면 심의 결과는 양쪽 모두 조치라는 애매한 결론으로 흘러갈 수 있다.
또한 학폭위 결과가 부당하게 나왔다면 그다음 절차도 검토해야 한다. 피해학생인데 가해학생 조치를 받았거나, 상대방에 대한 조치가 지나치게 가볍게 나온 경우에는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이 문제 될 수 있다.
다만 불복 절차는 단순한 재심 요청이 아니다. 학폭위가 어떤 사실을 잘못 인정했는지, 어떤 증거를 빠뜨렸는지, 조치의 수위가 왜 비례성을 잃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다투어야 한다. 특히 쌍방학폭 사건에서는 선행 폭력과 방어 행위의 구별을 충분히 심리하지 않았다는 점이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 불복 절차는 기간 제한도 있다. 결과 통지를 받은 뒤 늦게 움직이면 다툴 기회 자체를 놓칠 수 있다.
쌍방 프레임을 깨는 핵심은 인과관계
피해자인데 가해자가 되는 사건은 대부분 인과관계 정리에 실패한 사건이다. 먼저 발생한 괴롭힘, 그로 인한 피해, 피해학생의 방어적 반응, 이후 가해학생 측의 맞신고 시도를 하나의 흐름으로 설명해야 한다.
쌍방학폭 맞신고에 대응할 때 핵심은 상대방을 더 세게 비난하는 데 있지 않다. 사건의 순서를 복원하는 데 있다. 선행 폭력의 심각성은 크게, 방어 행위의 정당성은 정확하게, 상대방 맞신고의 의도는 자료로 보여주어야 한다.
학교폭력 사건은 아이들 사이의 다툼처럼 보이지만, 결과는 생활기록부와 진학, 학교생활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피해학생이 억울하게 가해학생 프레임에 갇히지 않으려면 초기 진술, 증거 배열, 학폭위 대응, 필요시 행정심판까지 한 번에 설계해야 한다.
쌍방이라는 말이 항상 공정한 결론을 뜻하지는 않는다. 때로는 책임을 흐리기 위한 가장 편리한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 정확하게 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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