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조직 사건, 범죄단체 가입·활동 무죄
보이스피싱 조직 사건, 범죄단체 가입·활동 무죄
해결사례
사기/공갈형사일반/기타범죄

보이스피싱 조직 사건, 범죄단체 가입·활동 무죄 

남천우 변호사

일부 무죄

서****

1. 사건 개요

의뢰인은 전화로 피해자들에게 비상장주식 매수를 권유해 돈을 받아 내는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일하며, 그 주식 판매 사기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입니다. 검찰은 의뢰인에게 사기 혐의와 함께, 의뢰인이 범죄집단의 구성원으로 가입해 활동했다는 범죄단체 가입·활동 혐의(형법 제114조)까지 적용했습니다.

문제는 책임의 범위였습니다. 이 보이스피싱 조직은 여러 영업팀으로 나뉘어 있었고 의뢰인은 그중 한 팀을 맡고 있었는데, 검찰은 의뢰인이 조직 전체의 사기에 가담했다고 보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조직 자체를 형법상 범죄단체로 보고 의뢰인을 그 구성원으로 가입·활동한 사람으로까지 기소했습니다. 의뢰인은 자신이 가담한 사기 범행에 대해서는 책임을 피할 수 없었지만, 거기에 더해 범죄단체 가입·활동이라는 무거운 책임까지 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습니다.

저희는 사기 책임과는 별개로, 범죄단체 가입·활동 혐의가 그 요건을 갖췄는지를 정면으로 다퉜습니다.

2. 이 사건의 쟁점

의뢰인이 사기 범행에 가담한 사실 자체는 다투기 어려운 사건이었습니다. 따라서 관건은, 의뢰인이 져야 할 책임이 '사기'에 그치는지, 아니면 검찰의 주장처럼 '범죄단체 가입·활동'에까지 이르는지를 가리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형이 얼마나 무거워지느냐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범죄단체 가입·활동이 인정되면, 사기죄와 별개로 무거운 형이 더해지고 조직 전체의 활동에 대한 책임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 사람이 공모해 조직적으로 사기를 저질렀다는 것과, 그 결합이 형법이 정한 '범죄단체'의 요건까지 갖췄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바로 이 구별이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3. 무죄를 이끈 변론

① 범죄단체 자체가 성립하지 않음을 논증했습니다. 형법상 범죄단체는 단지 여러 사람이 범죄를 위해 모였다는 것만으로 성립하지 않고,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계속적·조직적 결합체로서 지휘·명령 체계를 갖추고 범죄의 계획과 실행을 쉽게 할 정도의 구조를 갖춰야 합니다. 그런데 같은 조직에 대한 선행 판결에서 이미 그 조직이 형법 제114조의 범죄단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된 바 있었습니다. 범죄단체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 그에 가입하거나 구성원으로 활동했다는 혐의는 전제부터 성립할 수 없습니다.

② 사기 공모가 인정된다고 해서 곧바로 범죄단체가 되는 것은 아님을 부각했습니다. 여러 사람이 공모해 조직적으로 사기를 저질렀다는 것과, 그 결합이 형법상 범죄단체에 이르렀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범죄단체로 인정되려면 단순한 공모를 넘어,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계속적·조직적 결합체로서 지휘·명령 체계가 확립되어 있고 범죄의 계획과 실행을 쉽게 할 정도의 구조를 갖춰야 합니다. 그러나 의뢰인은 자금난 속에서 경영진의 회유와 압박에 못 이겨 약 두 달간 임시로 비상장주식 판매에 가담했을 뿐이고, 조직 안에 어떤 팀들이 있는지조차 수사가 시작된 뒤에야 알게 되었으며, 경영진이 판매 방식을 모의하던 핵심 의사결정 통로에서도 배제되어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정은 의뢰인이 범죄단체의 지휘·명령 체계 안에서 그 구성원으로 활동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 주었습니다.

③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책임의 실질을 정확히 했습니다. 의뢰인은 자신이 직접 맡은 팀에서 벌어진 일부 범행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반성했습니다. 다만 그 가담이 자발적·주도적인 것이 아니라, 생계가 걸린 상황에서 경영진의 기망과 압박에 의해 소극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는 점을 함께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이 사건이 의뢰인의 선행 확정판결과 동시에 재판받았을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해야 하는 관계에 있다는 점(형법 제39조 제1항)을 들어, 형이 부당하게 무거워지지 않도록 했습니다.

4. 결과

법원은 의뢰인의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하면서도, 범죄단체 가입·활동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조직적으로 공모해 사기를 저질렀다는 점은 인정되지만, 그 결합이 형법이 정한 범죄단체의 요건까지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였습니다.

이 부분을 덜어 낸 것이 이 사건의 가장 큰 의의입니다. 범죄단체 가입·활동죄가 인정됐다면, 사기죄와 별개의 죄가 더해져 형을 정하는 기준 자체가 크게 올라갔을 것입니다. 같은 사기 범행이라도 범죄단체죄가 함께 인정되는지에 따라 선고되는 형은 큰 차이가 납니다. 의뢰인은 자신이 가담한 사기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되, 거기에 더해져 형을 한층 무겁게 만들었을 범죄단체 가입·활동의 책임은 벗을 수 있었고, 그만큼 실제 받게 될 형의 무게를 실질적으로 줄였습니다.

5. 이 사건의 시사점

보이스피싱처럼 여러 사람이 조직적으로 역할을 나눠 저지른 사기 사건에서는, 사기 혐의에 더해 범죄단체 가입·활동 혐의까지 함께 적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조직적으로 공모해 사기를 저질렀다고 해서, 그 결합이 곧바로 형법상 범죄단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범죄단체는 단지 여러 명이 범죄를 위해 모였다는 것만으로 성립하지 않고,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계속적·조직적 결합체로서 지휘·명령 체계를 갖추고 범죄의 계획과 실행을 쉽게 할 정도의 구조를 갖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범죄단체 가입·활동죄는 사기죄와 별개로 형을 크게 무겁게 만들 수 있어, 이 요건이 실제로 충족되는지를 엄밀히 따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기 가담은 인정되더라도 범죄단체의 요건까지는 갖추지 못한 경우라면, 그 부분을 가려내 부당하게 무거운 책임을 덜어 낼 수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등 조직적 사기 사건에서 범죄단체 혐의까지 받아 무거운 처벌이 우려된다면, 혼자 판단하기보다 한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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