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위를 달린 자동차, 그 잠깐의 우회전이 남긴 것 — SBS 모닝와이드 인터뷰 소회
보도 위를 달린 자동차, 그 잠깐의 우회전이 남긴 것 — SBS 모닝와이드 인터뷰 소회
법률가이드
교통사고/도주손해배상소송/집행절차

보도 위를 달린 자동차, 그 잠깐의 우회전이 남긴 것 — SBS 모닝와이드 인터뷰 소회 

신지수 변호사

며칠 전 SBS 모닝와이드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요즘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블랙박스 영상 한 편을 두고 법률 자문을 구하고 싶다는 요청이었습니다. 영상 속 장면은 설명을 듣자마자 머릿속에 또렷이 그려졌습니다. 신호를 기다리며 줄지어 선 차들 사이에서 한 운전자가 슬그머니 핸들을 꺾어 보도 위로 올라섭니다. 사람이 걸어야 할 그 길을 주행 경로 삼아 미끄러지듯 지나가더니, 신호 대기 행렬을 건너뛰고 그대로 우회전해 사라집니다. 길어야 일이 분을 아끼려는 선택이었겠지요.

​

방송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장면이 단순히 얌체 운전이라며 혀를 차고 넘길 일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보기에는 사소해 보이는 그 짧은 우회전 안에, 생각보다 무거운 법적 책임이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도로교통법은 자동차가 다녀야 할 곳을 분명하게 정해두고 있습니다. 도로교통법 제13조는 보도와 차도가 구분된 도로에서 차는 차도로 통행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차가 보도를 지날 수 있는 경우는 사실상 하나뿐입니다. 도로 바깥의 어딘가로 드나들 때, 예컨대 건물이나 주차장으로 진입하기 위해 잠깐 보도를 가로지르는 경우입니다. 그러니 신호 대기 중인 차들을 피하려고 보도를 주행 경로로 삼아 우회전하는 행위는 이 예외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차도로 통행해야 할 의무를 어긴 것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보도와 차도가 만나는 그 길목에는 대개 횡단보도와 보행자가 함께 있습니다. 도로교통법 제27조는 운전자에게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할 의무, 그리고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하거나 위험을 주지 않을 의무를 지우고 있습니다. 보도 위로 올라서서 우회전하는 순간, 이 의무들까지 함께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

그렇다면 어떤 처벌이 따를까요. 저는 인터뷰에서 이 부분을 두 갈래로 나눠 설명했습니다.

​

먼저 다행히 다친 사람이 없는 경우입니다. 이때는 도로교통법의 벌칙 조항이 적용되어 통상 이십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금액만 보면 가볍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사고가 나지 않은 것은 그저 운이 좋았던 결과일 뿐입니다.

​

진짜 무서운 것은 사람이 다쳤을 때입니다. 보도를 침범해 보행자가 다치는 사고는 이른바 열두 가지 중과실, 즉 12대 중과실 가운데 하나에 해당합니다. 이 경우에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 적용되는데, 운전자가 종합보험에 가입했든 피해자와 합의를 했든 형사처벌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일반적인 교통사고라면 보험 가입이나 합의로 처벌을 면할 여지가 있지만, 보도 침범 사고는 법이 특별히 엄격하게 다루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다친 정도에 따라 오 년 이하의 금고 또는 이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무거운 처벌이 뒤따를 수 있습니다. 보도는 본래 차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사람들의 공간이기에, 그 공간을 침범해 일어난 사고를 우리 법이 그만큼 무겁게 바라보는 것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 제 머릿속에 오래 남은 것은 처벌의 수위가 아니라 보도라는 공간의 의미였습니다. 보도는 운전대를 잡지 않은 사람들이, 아이와 노인과 몸이 불편한 이들이 마지막으로 안심하고 걸을 수 있는 자리입니다. 우리가 길을 걸을 때 설마 등 뒤에서 차가 올라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바로 그 신뢰 때문에 보도 위에서는 피할 겨를도, 마음의 준비도 없이 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운전자가 일이 분을 아끼려 그 위로 바퀴를 올리는 순간, 누군가가 당연하게 누려야 할 안전이 소리 없이 무너지는 셈입니다.

운전을 하다 보면 조급해지는 순간이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신호는 길고 갈 길은 멀고, 옆 사람은 재촉합니다. 그러나 그 짧은 조급함이 향하는 곳이 하필 사람이 걷는 보도라면, 우리는 잠깐의 편의와 누군가의 안전을 맞바꾸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껴지는 시간은 길어야 몇 분이지만, 잃을 수 있는 것은 그보다 비교할 수 없이 큽니다.

​

방송에 담긴 짧은 답변 안에 다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를 이렇게 글로 옮겨 봅니다.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이 다음번에 핸들 앞에서 한 번쯤 멈칫하신다면, 보도 위로 올라서려던 바퀴를 차도 안으로 다시 들이신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결국 가장 안전한 길은, 정해진 길로 다니는 것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전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법률 자문은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 문제 상황에서는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법무법인 랜드로 변호사 신지수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신지수 변호사가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55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