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장례를 마친 뒤 상속인들은 어렵게 한정승인 절차까지 끝냈습니다. 상속재산보다 빚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법원으로부터 한정승인 심판문도 받았습니다. 이제 상속 문제는 정리됐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몇 달 뒤 법원에서 낯선 우편물이 도착합니다.
내용을 확인해보니 은행이나 카드사, 보증기관이 제기한 소송이었습니다.
이때 대부분의 상속인들은 이미 법원이 한정승인을 인정했으니 별다른 대응 없이 넘어가도 된다고 생각하십니다.
하지만 이렇게 소장을 방치하거나 채권자 대응을 잘못하면 한정승인의 취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한정승인을 마친 상속인에게 소장이 도착하는 이유와 이때 가장 많이 실수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대응해야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한정승인을 했는데도 채권자가 소송을 제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정승인은 채무 자체를 없애는 제도가 아닙니다.정확히는 상속인이 상속받은 재산의 범위 내에서만 채무를 부담하겠다는 제도입니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채권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 확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상속인을 상대로 대여금청구, 구상금청구 등의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요, 그래야 나중에 상속인에게 숨겨진 상속재산이 발견되거나, 추후 청산 절차를 밟을 때 자신들의 몫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권리(집행권원)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때 상속인은 이미 한정승인을 했으므로 상속재산 범위 내에서만 책임을 진다는 취지로 대응해야 합니다.
즉, 소장이 왔다는 사실 자체가 한정승인이 무효가 되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한정승인 후 법원 소장을 그냥 무시하고 답변서를 안 보내면 어떻게 되나요?
만일 한정승인했으니 소를 제기하는 것은 무효라고 생각하고 소장을 무시하는 순간 한정승인의 효과를 보지 못할 수 있습니다.
민사소송에서는 피고가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재판에 전혀 대응하지 않으면, 원고의 주장을 다투지 않는 것으로 보고 판결이 선고될 수 있는데요, 이를 흔히 무변론판결 또는 자백간주에 따른 판결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채권자가 '망인이 5천만 원을 빌렸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는데, 상속인이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으면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주장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판결을 선고할 수 있습니다.
물론 상속인이 이미 적법한 한정승인을 했다면 최종적으로 상속재산 범위를 초과해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소송 과정에서 한정승인 사실을 명확히 주장하고 관련 결정문을 제출하지 않으면, 판결문 자체에는 그 내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채권액의 존부나 금액 자체에 다툼이 있는 경우, 또는 여러 채권자가 동시에 청구하는 상황에서는 소송을 방치하는 것이 더 큰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소장을 받았다면 한정승인을 했으니 무시해도 된다고 방치하기보다 현재 채권자가 무엇을 청구하고 있는지, 한정승인 항변을 어떻게 제출해야 하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장을 무시했다가 판결이 확정됐다면 고인의 채무를 대신 갚아줘야하나요?
이미 때를 놓쳐 채권자가 일반 판결문을 받아 들고 상속인의 개인 통장을 압류하기 시작했다면, 상황이 매우 심각하고 복잡해진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길이 막힌 것은 아닙니다.
실무적으로 '청구이의의 소'라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동시에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임시로 걸어 압류를 멈추어야 합니다.
법원은 상속인이 소송 과정에서 한정승인 사실을 주장하지 못해 일반 판결이 확정되었다 하더라도, 나중에 청구이의의 소를 통해 한정승인 결정이 있었으니 상속인 고유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은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을 허용해 줍니다.
다만, 이 단계로 넘어가면 초기 답변서 한 장 제출하는 것에 비해 수 배의 시간과 비용, 정교한 법리 싸움이 동반되므로 소장을 받은 즉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것이 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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