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은 이요한 변호사 블로그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일정 규모이상의 법인은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하 '외감법')에 따라 독립된 제3자인 감사인에 의해 재무제표 감사를 받게 되는데, 감사인인 회계법인과 감사를 받는 기업 사이에서 작성되는 외부감사 계약서를 작성합니다. 외부감사인은 강력한 법적 권한을 행사하므로 실무상 사용되는 계약 조항들은 감사의뢰인인 기업에게 불리하게 설계된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은 제가 자문기업과 회계법인 간 작성된 외부감사 계약서를 검토한 사례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외부감사계약 상 주요쟁점 - 손해배상책임의 제한
통상적으로 작성되는 외부감사계약서는 감사인의 과실로 부실 감사가 발생하여 회사가 막대한 손해를 입더라도 감사인이 배상할 금액의 한도를 감사보수액 정도로 제한하는 조항이 삽입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책임 제한 규정은 강행규정인 외감법 및 약관규제법의 입법 취지에 반하는 위법한 조항입니다.
甲 회계법인과 乙 주식회사가 외부감사계약을 체결하면서 작성한 외부감사계약서에서 ‘甲 회계법인의 계약사항 위반, 감사 및 검토 수행 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乙 회사에 발생한 손실에 대하여 甲 회계법인은 이 계약에 따라 수령하는 당해 연도 감사보수금액을 한도로 배상책임을 진다’라고 정한 사안에서, 위 규정은 甲 회계법인이 여러 고객들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것으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규제법’이라 한다)에서 정한 ‘약관’에 해당하는데, 외부감사인 제도의 목적과 취지,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서 인정하고 있는 외부감사인의 민·형사상 책임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위 규정은 회계감사 업무 수행 시 위법성이 매우 큰 감사인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하여 乙 회사에 부담해야 할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상당한 이유 없이 甲 회계법인이 받은 감사보수 금액의 한도로 제한하는 조항에 해당하여 약관규제법 제7조 제2호에 따라 무효라고 한 사례.
서울남부지방법원 2013. 12. 10. 선고 2012가합11137 판결
외감법 제31조 제1항에 따르면 감사인이 임무를 게을리하여 회사에 손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 회사에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동조 제2항은 감사인이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감사보고서에 기재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기재하여 이를 믿고 이용한 제3자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 제3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계약서 조항으로 이러한 법정 배상책임의 범위를 부당하게 단축하거나 제한하는 특약은 효력이 없는 것입니다.

계약서 검토 및 수정
저는 자문회사의 의뢰를 받아 회계법인이 일방적으로 제시한 계약서를 검토하였고, 이 중 의뢰인에게 불리하게 작성된 독소조항, 의미가 불명확한 조항들을 확인한 후 수정·보완하였습니다.
1. 감사보고서의 제출 기한 명기
원본 계약서에는 감사보고서의 제출기한이 기재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감사보고서는 감사인의 중요 업무 중 하나로 그 기한을 명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감사보고서 제출이 지연될 경우 이를 승인하는 회사의 정기총회가 열리기 어려워지는바, 정기총회 미개최는 상법 제635조에 따라 과태료 대상이므로 감사보고서의 제출기한을 '정기주주총회 개최 00일 전'으로 명시하였습니다.
2. 실비청구 조항 수정
원본 계약서에는 감사인이 실비(출장비, 감정료 등)을 청구하면 회사는 원칙적으로 실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었습니다.
위 조항에 따르면 감사인이 회사의 사전 승인 없이 고액의 컨설팅비나, 외부 자문료 기타 업무와 무관한 비용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실비 청구 시 회사로부터 받을 수 있는 비용의 범위를 실제 감사 업무와 관련된 비용으로 한정하고, 실비 청구 시 반드시 지출증빙을 제출하는 것으로 조항을 수정하였습니다.
3. 보수지급기한 명시
원본 계약서에는 외부감사계약의 용역비를 착수금, 중도금, 잔금으로 분할하여 지급하는데, 중도금과 잔금의 지급기일이 기재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기한이 기재되어 있지 않은 경우 지연손해금을 청구할 수 없고 착수금 정산 시 분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중도금 지급일자를 기재하였습니다.
4. 계약해지 시 위약금
원본 계약서에는 회사의 사정으로 계약을 임의해지할 경우 감사업무의 실제 진행도와 무관하게 보수의 전액을 위약금으로 지급해야 했습니다.
위 조항은 과도한 위약금 설정으로 회사의 임의 해지권을 제한하는 독소조항이므로, 해지 시점까지 감사인이 실제로 투입한 업무 진행률 만큼 보수를 지급하도록 수정했습니다.
5. 법정책임 면책 조항
원본 계약서에는 감사인의 임무해태로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경우, 배상 한도를 '당해연도 감사보수금액'한도로 제한하고 있었습니다.
위 조항은 외감법에서 정한 감사인의 배상책임을 감사인의 보수한도로 제한하여 외감법 위반입니다. 감사인의 임무해태정도(고의, 중과실, 경과실)과 관계없이 무조건 보수한도를 제한하는 것도 형평에 맞지 않습니다. 이에 감사인의 손해배상 책임은 외부감사법에 따르고, 감사인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손해발생 시 실제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는 것으로 조항을 수정했습니다.
6. 제3자를 활용한 경우 감사인의 책임
원본 계약서에는 감사인이 외부 전문가 등 제3자를 활용하여 업무를 수행하였는데 제3자의 행위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할 경우, 감사인에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손해를 배상하며 그 한도도 감사보수액으로 제한되어 있었습니다.
감사인이 업무를 위탁한 경우에도 민법상 복대리 및 이행보조자의 법리(민법 제391조)에 따라 본인이 책임을 지는 것이 원칙입니다. 감사인의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감사보수 한도로 손해배상액을 제한하는 것은 외부감사법 및 약관규제법 위반 소지가 있으므로 해당 내용을 수정했습니다.

외부감사계약은 정보의 비대칭과 전문성의 차이로 감사인에게 주도권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감사인이 응당 져야할 책임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독소조항, 의미가 불투명해 향후 분쟁을 야기할 수 있는 조항들이 계약서에 기재된다면 피감사기업은 막대한 감사보수를 지출하고도 감사인에게 책임을 묻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위 사건 역시 감사인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다수의 조항들이 기재되어 있었는데, 계약서 검토를 통해 자문기업이 충분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계약서는 법정 싸움에서 핵심 증거가 될 뿐 아니라 일단 작성된 계약서 내용을 부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계약서 작성 전 충분한 검토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입니다. 불필요한 법적 리스크를 제거하고 유리한 계약서를 작성하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수백건의 계약서 검토 및 수정, 기업자문 경력을 수행한 경험과 노하우로 적극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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