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나비엔 하도급법 위반으로 제재 받은 이유
기업 간 거래에서는 계약 내용을 명확하게 남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원사업자와 협력업체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하도급 거래는 규모와 협상력의 차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수급사업자가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경동나비엔의 하도급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5,2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였습니다. 이것은 하도급 거래의 기본 원칙과 관련된 문제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사건입니다.
오늘은 경동나비엔이 제재를 받은 이유와 하도급법상 서면 발급 의무가 중요한 이유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하도급 거래에서 서면 발급 의무
하도급 거래는 원사업자가 협력업체에 부품 제조나 가공 등을 맡기는 형태로 이루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계약 내용을 명확하게 정하지 않으면 납품 단가나 대금 지급 조건 등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하도급법 제3조는 원사업자가 계약 내용을 서면으로 작성해 교부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거래 대상, 납품 단가, 수량, 납기일, 대금 지급 조건 등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양 당사자의 서명 또는 기명날인은 계약 당사자가 해당 내용에 동의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중요한 절차입니다. 이에 양측의 서명이나 기명날인이 없는 경우에는 서류를 전달했더라도 법적으로는 '서면 미발급'과 동일합니다.
경동나비엔은 어떤 행위를 했을까?
공정위에 따르면 경동나비엔은 2021년 6월부터 2024년 6월까지 98개 수급사업자에게 가정용 난방 기기 부품 제조를 위탁했습니다.
점화 트랜스와 온도센서 등 가정용 난방 기기 부품의 생산을 위탁하는 과정에서 납품 단가가 기재된 단가 합의서 436건에 대해 적법한 서명 또는 기명날인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즉, 계약 내용을 담은 문서는 존재했지만 하도급법에서 요구하는 방식대로 완성된 서면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경동나비엔의 구체적인 위반 내용
1) 직인을 찍지 않은 경우
단가 합의서 하단에는 원사업자의 서명 또는 직인이 들어가야 합니다.
그러나 일부 서류에서는 회사 직인이 찍혀 있지 않았습니다. 계약 내용은 적혀 있었지만 회사가 공식적으로 승인했다는 표시가 없었던 것입니다.
2) 권한 없는 실무자가 서명한 경우
일부 문서에서는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없는 담당자가 자신의 이름만 기재한 채 서류를 발송하였습니다.
대표권이 없는 직원의 서명은 법적으로 적법한 서면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로 인해 계약 당사자인 회사의 의사가 정식으로 표시됐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3) 서명란 자체가 없는 경우
일부 양식에는 원사업자의 서명란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즉,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처음부터 적법한 절차를 갖추지 않은 것입니다. 공정위는 이러한 행위가 일시적인 실수가 아니라 반복적이고 관행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았습니다.
공정위는 어떤 제재를 하였는가?
공정위는 경동나비엔의 행위가 하도급법상 서면 발급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향후 동일한 위반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명령을 내렸으며, 위반 기간과 횟수 등을 고려하여 5,2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였습니다.
공정위는 이번 위반 행위가 단순한 실수에 그친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점을 중요하게 보았습니다.
왜 서명이나 날인이 중요할까?
일부에서는 계약 내용만 명시되어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서명이나 기명날인은 단순한 형식적 절차가 아니라, 계약 당사자가 해당 내용에 동의했음을 입증하는 법적 장치입니다.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간에는 협상력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따라서 계약 사항을 명확한 서면으로 남기는 것은 일방적인 조건 변경이나 책임 전가를 예방하는 핵심적인 방어 기제입니다. 또한, 양측이 서명한 문서는 향후 분쟁 발생 시 합의 사실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객관적 증거가 됩니다.
실무 현장에서는 관행적으로 서명이나 직인을 생략하는 경우가 있으나, 이번 사건은 그러한 관행이 업무상 편의로 인정될 수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즉,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에서 나아가 법이 정한 요건을 완벽히 갖추었을 때 비로소 적법한 서면으로 인정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공정위는 현행 하도급법상 과징금 수준이 위반 행위의 중대성에 비해 낮아 제재의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위반 정도에 상응하는 제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과징금 부과기준금액을 상향하고, 위반행위의 중대성에 따라 보다 합리적으로 과징금이 산정될 수 있도록 부과 체계를 개선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는 하도급법 위반에 대한 억지력을 높이고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습니다.
이번 경동나비엔 하도급법 위반 사건은 단순히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법이 정한 방식에 따라 적법하게 작성되고 양 당사자의 서명 또는 기명날인이 갖춰져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도급 거래에서는 작은 절차 하나가 협력업체의 권리를 보호하고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공정위의 이번 제재는 오랫동안 관행처럼 이루어져 온 불완전한 서면 발급 행태에 경각심을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앞으로 기업들은 계약 체결 과정과 내부 관리 체계를 더욱 철저히 점검함으로써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고 하도급법상 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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