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 개요
의뢰인은 한 개발사업과 관련해 어느 회사에 사업자금을 대여한 회사입니다. 대여 당시 그 회사의 대표가 채무를 연대보증했는데, 정작 만기가 지나도 원리금이 변제되지 않았습니다. 의뢰인은 연대보증인을 상대로 보증채무 이행을 구해 승소 확정판결까지 받았지만, 채무자 회사도 보증인도 곧바로 집행할 만한 이렇다 할 재산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받아낼 판결은 손에 쥐었으나 정작 돈을 회수할 길이 막막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보증인에게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자산이 하나 있었습니다. 보증인이 보유하던 한 회사의 주식을 다른 회사에 매각하면서, 그 매각대금 잔금을 아직 받지 못한 상태였던 것입니다. 즉 보증인은 주식을 인수한 회사(제3채무자)에 대해 거액의 잔금채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의뢰인을 대리해 이 잔금채권을 찾아내 가압류해 두고, 이후 압류·추심명령을 거쳐 제3채무자를 상대로 추심금 청구 소송을 진행했습니다.
2. 이 사건의 쟁점
돈을 빌려주고 못 받았을 때, 채무자나 보증인 명의로 집행할 재산이 없으면 판결을 받아도 회수가 어렵습니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보증인이 제3자에게 가진 채권을 압류해 그 제3자(제3채무자)로부터 직접 받아내는 방법입니다. 다만 제3채무자가 순순히 응하지 않으면 다툼이 복잡해집니다. 이 사건에서도 제3채무자는 ① 가압류 결정을 송달받은 적이 없다거나, ② 그 잔금채권은 가압류 전에 이미 다른 투자조합에 양도됐다거나, ③ 잔금을 이미 지급해 채권이 소멸했다는 등 여러 항변을 내세웠습니다. 결국 이 항변들을 어떻게 깨뜨리느냐가 회수의 관건이었습니다.
3. 회수를 이끈 전략
① 보증인의 숨은 채권을 찾아 먼저 가압류로 묶었습니다. 채무자와 보증인 명의의 재산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보증인이 제3자에게 가진 주식 매각대금 잔금채권을 포착해 본안 판결이 나기 전에 미리 가압류해 두었습니다. 이렇게 일찍 채권을 묶어 둔 것이 이후 회수의 출발점이자 결정적인 장치가 됐습니다.
② 제3채무자의 '선행 채권양도' 항변을 깨뜨렸습니다. 제3채무자는 그 잔금채권이 가압류 전에 이미 다른 투자조합에 양도됐으므로 의뢰인은 받을 것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그 양도가 실제로는 돈이 보증인에게 직접 지급되는 등 형식만 갖춘 것에 불과하다는 점을 짚는 한편, 설령 양도가 유효하더라도 확정일자 있는 통지가 가압류 송달보다 늦어 가압류 채권자인 의뢰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점을 입증했습니다. 법원은 이 대항요건 논리를 받아들여 제3채무자의 항변을 물리쳤습니다.
③ 제3채무자의 '변제로 소멸했다'는 항변을 차단했습니다. 제3채무자는 잔금을 이미 지급해 채권이 소멸했다고 주장했지만, 그 변제는 가압류 결정이 송달된 이후에 이뤄진 것이었습니다. 가압류 송달 이후의 변제로는 추심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점을 짚어, 가압류로 미리 보전해 둔 범위에 대해서는 변제 주장이 통하지 않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4. 결과
법원은 가압류로 보전된 범위에 대해 제3채무자가 의뢰인에게 약 5억 원과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고, 가집행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채무자와 보증인에게서는 직접 받아낼 길이 막막했던 대여금을, 보증인이 제3자에게 가진 채권을 추적해 제3채무자로부터 회수한 것입니다.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은, 가압류로 미리 잡아 둔 범위는 그대로 지켜진 반면, 가압류 범위를 넘어 뒤늦게 압류한 일부는 그사이 이뤄진 변제 때문에 받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채권을 얼마나 일찍 묶어 두었는지가 실제 회수 범위를 갈랐습니다.
5. 이 사건의 시사점
채무자나 보증인 명의로 집행할 재산이 없더라도, 그들이 제3자에게 가진 채권을 추적해 가압류·압류·추심으로 회수하는 길이 있습니다.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눈에 잘 띄지 않는 '받을 채권'을 찾아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채권을 가능한 한 빨리 가압류로 묶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보듯 가압류 시점은 회수 범위를 좌우하며, 그 이후에 이뤄지는 채권양도나 변제 같은 사정보다 우선합니다.
받을 돈이 있는데 상대가 버티거나 재산이 없어 보인다고 해서 회수를 포기할 일은 아닙니다. 상대의 자산과 거래 관계를 살피면 손댈 수 있는 자산이 드러나는 경우가 적지 않고, 무엇보다 한발 빠른 대응이 회수 가능성을 크게 높입니다. 빌려준 돈이나 받을 대금을 회수하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면, 늦기 전에 어떤 방법이 가능한지 한번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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