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성추행 사건을 상담하다 보면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는데도 처벌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성범죄는 물리적 강제력이 있어야 성립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은 폭행이나 협박이 핵심이 아닙니다.
실제로는 상하관계, 인사권, 평가권 등에서 발생하는 ‘위력’이 있었는지가 중요한 쟁점이 됩니다.
반대로 피해자 측에서는 “상사가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했으니 당연히 유죄다”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단순히 직장 상하관계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범죄가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사건의 핵심은 위력이 실제로 작용했는지, 그리고 그 상황에서 추행이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에 있습니다.
핵심 쟁점 1. ‘위력’이 실제로 존재했는가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위력의 존재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위력은 반드시 명시적인 협박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인사권자, 상급자, 고용주, 지도교수, 감독자 등이 자신의 지위나 권한을 배경으로 상대방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제약할 수 있는 상태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다만 실무에서는 단순한 직급 차이만으로 위력이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평가권 행사 가능성, 계약 갱신 여부, 승진이나 업무 배치에 대한 영향력, 조직 내 권력관계 등이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작용했는지가 함께 검토됩니다.
핵심 쟁점 2. 피해자의 명시적 거부가 없었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피의자 입장에서는 “싫다고 하지 않았다”, “거부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업무상 위력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한 이유도 함께 검토됩니다.
상급자와의 관계, 인사상 불이익 우려, 조직 내 위치 등을 고려하면 즉각적인 거부나 항의가 어려운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피해자 측에서도 거부 의사 표시가 전혀 없었던 상황이라면 왜 그러한 행동을 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실제 수사에서는 사건 직후의 문자메시지, 메신저 대화, 주변인에게 한 상담 내용 등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핵심 쟁점 3. 진술의 신빙성이 결정적인 경우가 많다.
이 유형의 사건은 폐쇄된 공간에서 둘만 있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 결과 객관적 영상이나 직접 증거가 부족한 경우가 많고, 결국 양측 진술의 신빙성이 핵심 쟁점이 됩니다.
실무에서는 단순히 진술 내용만 보는 것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합니다.
진술이 시간에 따라 일관되는지
사건 직후 행동이 진술과 부합하는지
문자, 통화기록, 메신저 내용이 존재하는지
주변인에게 한 이야기와 현재 진술이 일치하는지
사건 전후 관계 변화가 자연스러운지
따라서 초기 진술 단계에서 사실관계를 정확히 정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어떤 과정이 진행될까
대부분은 피해자의 고소 또는 신고로 수사가 시작됩니다.
수사기관은 당사자 조사 외에도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대화, 통화기록, CCTV, 출입기록, 동료 직원 진술 등을 확보합니다.
이 과정에서 처음 진술한 내용과 이후 진술이 달라지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데, 작은 차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신빙성 문제로 연결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검찰 단계에서는 위력의 존재와 추행행위가 실제로 입증되는지 검토하게 되며, 기소가 이루어지면 법원은 당시의 권력관계와 구체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변호사 개입이 필요한 시점
이 사건은 경찰 출석 요구를 받은 이후가 아니라, 진술을 준비하는 단계부터 중요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상황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직장 상하관계가 명확한 경우
문자나 메신저 기록이 존재하는 경우
피해자 또는 피의자 진술 외 객관적 자료가 일부 존재하는 경우
회사 내부 조사와 형사절차가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
징계, 해고, 손해배상 문제가 함께 예상되는 경우
업무상 위력 사건은 단순한 신체접촉 여부보다 당시의 관계와 상황에 대한 해석이 중요하기 때문에, 초기에 어떤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어떤 자료를 제출하는지가 사건 진행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무리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사건은 단순히 “강제로 했다” 또는 “합의된 행동이었다”는 식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상하관계의 구조, 당시 상황, 사건 전후 행동, 진술의 일관성 등이 함께 검토되며, 같은 행동이라도 어떤 환경에서 이루어졌는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일부 사실만을 근거로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당시 관계와 경위를 객관적으로 정리하여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제 법적 판단은 개별 사건의 구체적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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