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변호사 윤형주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급격히 성장한 '가상자산(암호화폐)' 분야는 법률 전문가들에게도, 일반 대중에게도 여전히 낯설고 복잡한 영역이지요. 오늘은 가상자산의 기술적 특성을 소송 절차에서 입증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사건의 배경 - 하드월렛 해킹
주식회사 B사는 대형 오프라인 가상자산 거래소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이 거래소 내에 입점해 있던 별개의 독립된 업체로부터 '하드월렛(가상자산 전자지갑)'을 구매한 원고가 B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왔습니다.
사건의 발단: 원고는 전자지갑에 이더리움 1,700개를 보관하고 있었으나, 어느 날 이 자산이 알 수 없는 다른 지갑으로 이전(해킹)되는 피해를 입었습니다.
원고의 주장: "B사의 오프라인 거래소 내에서 지갑을 샀고, B사의 광고에서 '하드월렛은 해킹으로부터 안전하다'고 했으니, 이 해킹 사고는 B사의 허위·과장 광고 때문이며 B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
상대방은 B사가 마치 해당 판매업체와 한 몸인 것처럼 오인하게 만들었다는 '표현책임(외관책임)'까지 물어오며 완강하게 압박해 왔습니다. B사는 고객센터 공간 일부를 임차해 준 것뿐인데, 타인의 해킹 피해에 대해 거액을 배상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커다란 위기에 봉착한 상황이었습니다.
2가지 쟁점 - 허위 과장인지 여부, 표현책임이 있는지 여부
이 사건의 쟁점은 "과연 하드월렛이 안전하다는 말이 허위·과장 광고였는가?", 그리고 "B사에게 이 해킹 사고의 책임을 지울 수 있는가?"였습니다.
사실 법리적으로만 보면 B사는 공간을 빌려주었을 뿐 외관을 부여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으면 그만일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단순히 책임 회피성 변론에 그치지 않고, 재판부의 고개를 끄덕이게 할 '하드월렛의 안전성'을 정면으로 입증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특히 재판부 역시 이 기술적 쟁점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해킹이 불가능한데 해킹이 일어났다고 하니 재판부로서도 의할 수 밖에 없을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에 대한 설명을 완벽하게 한다면 분명 승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저는 하드월렛의 메커니즘을 판사님이 한눈에 이해하실 수 있도록 쉽고 명쾌하게 풀어 설명하였습니다.
하드월렛의 안전성 입증 : 개인키(Private Key)가 기기 내부의 보안 칩에만 저장되어 인터넷 공간과 완전히 분리되는 구조를 설명했습니다.
니모닉 관리의 중요성 : 지갑을 복구할 때 사용하는 단어 배열인 '니모닉 코드'를 사용자가 스스로 잘 관리한다면 외부 해킹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을 기술적으로 증명했습니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법원은 B사가 허위·과장 광고를 했다고 볼 수 없으며, 설령 원고의 주장대로 오인의 소지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 사건 가상자산 유출이 하드월렛의 결함이나 B사의 행위로 인해 발생했다는 점을 전혀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의뢰인인 B사는 자칫하면 기업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거액의 배상 책임까지 질 뻔한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결론
블록체인, 가상자산, AI 등 현대의 법률 분쟁은 날이 갈수록 고도로 전문화되고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얽힌 사건일수록, 법원이 그 기술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 쉽고 명확하게 설명하는 능력'이 승패를 가르는 열쇠가 됩니다. 자극적인 말로 무조건 이긴다고 장담하기보다, 사건의 기록을 낱낱이 파헤치는 치밀한 분석과 최선의 노력으로 의뢰인의 일상을 지켜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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