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변호사 윤형주입니다.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키워드를 꼽으라면 '블록체인'과 '가상자산'도 꼭 들어갈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과거 발생했던 '루나(LUNA) 사태'는 수많은 투자자에게 깊은 상흔을 남겼고, 블록체인 산업 전체에는 뼈아픈 성장통을 안겨주었습니다. 이로 인해 수많은 분의 희비가 엇갈렸고, 법적으로도 이전에 없던 복잡하고 분쟁들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저에게도 이 시기는 기술의 발전 속도를 법이 어떻게 따라잡고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지 깊이 고민하게 만든 시간이었습니다. 오늘은 당시 IT 플랫폼의 독특한 기술적·법리적 구조와 관련되었던 가상자산 거래소 손해배상 소송 방어 성공사례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휴면 계정인데 거래가 됐다니요?
한 투자자(원고)는 가상자산 거래소에 수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사건의 내막은 이랬습니다.
2019년 가을: 원고는 루나 코인이 개당 1,000원대 중반에 거래되던 시절, 특정 가격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팔리도록 '지정가 매도주문'을 걸어두었습니다.
장기 방치와 휴면 전환: 이후 원고는 1년 넘게 거래소에 접속하지 않았고, 거래소(피고)는 관련 법령에 따라 원고에게 '회원님의 계정이 휴면화되었습니다'라고 통지했습니다.
2021년 초: 원고가 부재한 사이 코인 가격이 급등하면서, 과거에 걸어둔 매도 조건이 충족되어 코인이 자동으로 매도되었습니다.
원고의 문제 제기: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원고는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휴면 계정이 되면 모든 서비스가 중단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개인정보보호법상 장기 미사용자의 정보는 분리·보관되어야 하는데 거래가 체결되었다는 건 법을 위반했다는 뜻이다!"라며, 매도 시점과 이후 활성화 시점의 시세 차액을 계산해 수억 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한 것입니다.
원고 측은 법무법인을 선임하여 매우 논리적인 공세를 펼쳤습니다. 휴면화가 되었음에도 거래가 진행된 것은 시스템적 오류이자 명백한 계약 위반 및 불법행위라는, 얼핏 들으면 매우 그럴듯한 일종의 '외통수' 상황이었습니다. 만약 재판부가 이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피고 기업은 막대한 금전적 타격과 함께 기업 신뢰도에 치명상을 입을 위기였습니다.
상식을 넘어선 '법리 분석'과 'IT 플랫폼 구조의 증명'
가상자산과 IT 플랫폼 관련 소송은 일반적인 민사 소송과는 접근 방식이 완전히 달라야 합니다. 대중적인 상식의 눈으로만 보면 원고의 억울함이 타당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재판부에게 '기술적 사실관계'와 '정확한 법적 개념'을 명확히 인지시키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1. 계정의 '휴면화'와 '정지'는 완전히 다른 개념입니다
원고는 휴면 상태가 되었으니 거래가 멈추었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약관을 분석한 결과 그렇지 않았습니다.
휴면화는 장기 미접속 고객의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조치일 뿐입니다.
반면 계정 정지는 도용 위험 등 특별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서비스 자체를 강제로 얼리는 강력한 제재 조치입니다. 따라서 장기 미접속이라는 이유만으로 거래소가 고객의 계정을 일률적으로 '정지'시켜 기존에 걸어둔 주문까지 임의로 취소하는 것은 오히려 고객에게 지나치게 가혹하고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임을 설명했습니다.
2. 개인정보 분리·보관의 올바른 해석과 플랫폼의 특성 증명
개인정보보호법상 장기 미이용자의 정보를 분리·보관해야 하는 것은 당시에 필요한 조치였습니다. 그러나 가상자산 거래소의 특성상 유저들이 수년 만에 복귀해 잔고를 회수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저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유권해석 등을 근거로 '추후 서비스 재이용을 고려해 계정 연결값(최소한의 식별 정보)을 서비스 데이터베이스(DB)에 남겨두고 나머지를 분리 보관하는 방식은 적법하다'는 점을 짚어냈습니다.
결론 : 원고 청구 기각, 피고의 전부 승소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법원은 계정의 휴면화와 정지가 엄연히 구별되는 개념임을 인정했고, 피고가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약관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무엇보다 "원고가 입은 시세차익 상당의 손해는, 본인이 과거에 설정해 둔 매도주문과 이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 자발적 선택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피고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전혀 없음을 분명하게 판시했습니다.
🌿 근거 없는 확신보다 면밀한 조사가 먼저입니다
IT 플랫폼이나 가상자산, 기술 스타트업 관련 분쟁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상식'과 법률적 '실제' 사이에 큰 간극이 존재합니다. "내가 오랫동안 쓰지 않았으니 당연히 멈췄어야지", "개인정보가 분리 보관되면 거래 체결은 일어나지 않겠지"와 같은 주관적인 추정이나 확신만으로 소송을 제기했다가는, 이 사건처럼 상대방의 소송 비용까지 모두 떠안는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산업 영역에서의 법적 분쟁일수록, 해당 분야에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조력자와 함께 사실관계를 냉정하고 촘촘하게 따져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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