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신문조서 서명 전 확인사항 — 열람·정정 요구권과 조서의 증거능력
피의자신문조서 서명 전 확인사항 — 열람·정정 요구권과 조서의 증거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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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신문조서 서명 전 확인사항 — 열람·정정 요구권과 조서의 증거능력 

강대현 변호사

경찰 조사가 끝나갈 무렵, 수사관이 모니터를 돌려 보여주며 "읽어보시고 맞으면 서명하세요"라고 말하는 순간이 옵니다. 몇 시간의 긴장된 조사 끝이라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에 조서를 대충 훑고 서명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피의자신문조서는 수사와 재판 전 과정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기록이고, 한번 서명하면 사실상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이 글에서는 조서 열람 단계에서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잘못 기재된 부분의 정정은 어떻게 요구하는지, 그리고 2022년 개정 형사소송법 이후 조서의 증거능력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차례로 살펴봅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피의자신문조서란 — 한 번 작성되면 사건 끝까지 따라다닌다

피의자신문조서는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신문하면서 묻고 답한 내용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한 공식 기록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44조 제1항은 "피의자의 진술은 조서에 기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조사실에서 오간 말은 원칙적으로 모두 이 서류에 담기게 됩니다. 문제는 이 조서가 그날 조사로 끝나는 서류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판사가 읽고, 사건이 검찰에 송치되면 검사가 읽으며, 기소되면 공판 검사와 재판부까지 읽게 됩니다.

특히 사건을 처음 접하는 검사나 판사는 조서를 통해 사건의 첫인상을 형성합니다. 예를 들어 몸싸움 사건에서 피의자는 "밀쳤다"고 말했는데 조서에 "때렸다"고 기재되어 있다면, 이후 기록을 읽는 모든 사람은 '때린 사건'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하게 됩니다. 말은 사라지지만 기재는 남습니다. 그래서 조사에서 어떻게 진술했는지 못지않게, 그 진술이 조서에 어떻게 적혔는지가 중요합니다.

형사 기록에 남는 것은 '말한 것'이 아니라 '기재된 것'입니다. 서명 전 열람은 그 둘을 일치시킬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입니다.

조사 마지막의 열람 절차 — 형사소송법 제244조가 보장하는 권리

조사가 끝나면 수사관은 작성된 조서를 피의자에게 반드시 보여주어야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244조 제2항은 조서를 피의자에게 열람하게 하거나 읽어 들려주어야 하고, 진술한 대로 기재되지 않았거나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는지를 물어, 피의자가 증감·변경의 청구 등 이의를 제기하거나 의견을 진술한 때에는 이를 조서에 추가로 기재하도록 규정합니다. 나아가 피의자가 이의를 제기했던 부분은 지우지 말고 읽을 수 있도록 남겨두어야 합니다. 즉 열람과 정정 요구는 수사관의 배려가 아니라 법이 명시한 절차입니다.

열람이 끝나고 이의나 의견이 없다고 진술하면, 제244조 제3항에 따라 그 취지를 피의자가 자필로 기재하고 조서에 간인한 후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게 됩니다. 조서 말미에 "이의 없습니다"라고 직접 쓰는 바로 그 순간, 조서는 '피의자 본인이 확인하고 인정한 기록'이라는 외형을 갖추게 됩니다. 이후에 "그렇게 말한 적 없다"고 다투더라도, 자필 확인과 서명이 있는 이상 그 주장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그만큼 서명 직전의 열람은 형식적 절차가 아니라 방어권 행사의 핵심 단계입니다.

서명 전 확인 체크포인트 — 조서에서 반드시 살펴야 할 것들

몇 시간에 걸친 조사라면 조서는 수십 쪽에 이를 수 있습니다. 피곤하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특히 아래 항목은 한 줄씩 짚어가며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사관이 진술을 일부러 왜곡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긴 대화를 요약해 받아 적는 과정에서 뉘앙스가 바뀌거나 단서가 떨어져 나가는 일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납니다.

  • 단정 표현으로의 변환 — "기억나지 않는다", "그랬을 수도 있다"고 답했는데 "그런 사실이 있다"처럼 단정형으로 적혀 있지 않은지 확인합니다. 추측과 인정은 법적 무게가 전혀 다릅니다.

  • 유리한 진술의 누락 — 해명, 경위 설명, 반성이나 사정 설명처럼 피의자에게 유리한 진술이 빠져 있지 않은지 봅니다. 빠진 부분은 추가 기재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 숫자·일시·장소의 오기 — 금액, 날짜, 횟수, 장소는 사실관계의 뼈대입니다. 한 글자 차이가 혐의 범위를 바꿀 수 있으므로 꼼꼼히 대조합니다.

  • 질문과 답변의 결합 방식 — 유도성 질문에 짧게 "네"라고 답한 부분이 혐의 전체를 인정한 것처럼 읽히지 않는지 확인합니다. 무엇에 대한 "네"인지가 분명해야 합니다.

  • 조사 과정의 기재 — 진술거부권 고지 여부, 조사 시간 등 절차 관련 기재가 실제와 일치하는지도 살펴봅니다.

확인하다가 조금이라도 다르게 적힌 부분을 발견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말해야 합니다. "대충 비슷하니 넘어가자"고 생각한 문장이 몇 달 뒤 재판에서 공소사실의 근거 문장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읽겠다고 요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정 요구하면 미운털 박힐까 — 흔한 오해와 실제

많은 분들이 조서에서 이상한 부분을 발견하고도 "수사관 기분을 상하게 하면 불리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그냥 서명합니다. 그러나 앞서 본 것처럼 증감·변경 청구는 형사소송법 제244조 제2항이 명시한 피의자의 권리이고, 수사관에게는 이를 조서에 반영할 의무가 있습니다. 정정을 요구했다는 사정 자체가 수사나 처분에서 불이익 사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잘못된 기재를 그대로 둔 채 서명하는 것이야말로 실질적인 불이익으로 이어집니다.

예를 들어 사기 사건에서 "갚을 생각은 있었지만 사정이 어려워 못 갚았다"고 진술했는데 조서에 "갚지 못할 것을 알면서 빌렸다"는 취지로 요약되어 있다면, 이는 편취 고의를 인정하는 문장이 되어 버립니다. 이런 부분은 반드시 "진술 취지와 다르니 고쳐 달라"고 요구하고, 수정된 내용을 다시 확인한 뒤 서명해야 합니다. 법은 이의를 제기한 부분을 지우지 않고 남겨두도록 하고 있으므로, 어떤 부분을 다퉜는지도 기록에 남아 이후 방어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2022년 개정 형사소송법 — 검사 작성 조서도 '내용 인정' 없이는 증거가 안 된다

조서의 증거능력 규칙은 2022년에 크게 바뀌었습니다. 과거에는 경찰 작성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이 법정에서 내용을 부인하면 증거로 쓸 수 없었지만, 검사 작성 조서는 성립의 진정 등이 인정되면 피고인이 부인해도 유죄의 증거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검찰 조사에서 한 자백은 법정에서 뒤집어도 소용없다"는 말이 통용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2022년 1월 1일 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은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도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되고,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정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했습니다. 대법원은 2023. 4. 27. 선고 2023도2102 판결에서 여기서 '내용을 인정할 때'란 조서가 진술한 대로 기재되어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진술 내용이 실제 사실과 부합한다는 의미라고 분명히 했습니다. 따라서 피고인이 법정에서 공소사실을 부인하면, 수사기관 조서 중 혐의를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 부분은 원칙적으로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게 됩니다.

2022년 개정 형사소송법 제312조에 따라, 경찰 조서든 검사 조서든 피고인이 법정에서 내용을 부인하면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럼 법정에서 부인하면 그만 아닌가요" — 조서가 여전히 결정적인 이유

증거능력 규칙만 보면 조서의 중요성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실무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우선 구속 여부, 검찰 송치, 기소·불기소 판단은 모두 재판이 아니라 수사 단계에서 이루어지고, 이 단계의 판단 자료는 바로 조서입니다. 조서에 불리한 진술이 담기면 구속영장 청구나 기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고, 일단 기소되면 무죄율이 매우 낮은 현실에서 방어는 훨씬 어려워집니다.

또한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하면 재판부는 "왜 수사기관에서는 다르게 말했는가"를 묻게 되고,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으면 법정 진술의 신빙성 자체가 흔들립니다. 조서가 증거로 채택되지 않더라도 그 내용은 수사기관이 다른 증거를 수집하는 단서가 되며, 피고인신문 과정에서 같은 질문이 반복되어 사실상 법정 진술로 다시 현출되기도 합니다. 결국 "나중에 부인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조사와 조서 확인을 소홀히 하는 것은 위험한 전략입니다. 처음부터 조서에 정확한 진술이 담기도록 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어입니다.

변호인 참여권 — 조사실에 혼자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조서 확인까지 포함한 조사 전 과정에서 가장 실효적인 안전장치는 변호인의 참여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에 따라 피의자 또는 그 변호인 등이 신청하면 수사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변호인을 신문에 참여하게 하여야 합니다. 참여한 변호인은 신문 과정을 지켜보며 부당한 신문 방식에 의견을 낼 수 있고, 신문이 끝난 뒤 조서 열람 단계에서 진술 취지와 다르게 기재된 부분을 함께 짚어내 정정 요구를 조력할 수 있습니다.

또한 조사 시작 전에는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에 따라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조력권을 고지받게 됩니다. 어떤 질문에 답하고 어떤 질문에 진술을 거부할지, 어느 수준까지 사실관계를 밝힐지는 사건의 구조에 따라 달라지는 전략적 판단이므로, 가능하다면 조사 출석 전에 변호인과 예상 질문을 정리하고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특히 혐의를 다투는 사건이라면 첫 조사의 조서가 사건 전체의 방향을 좌우하는 만큼, 첫 출석부터 변호인과 동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조서 내용이 사실과 다른데 고쳐주지 않으면 서명을 거부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서명은 조서 내용을 확인했다는 의사표시이므로 강제할 수 없고, 진술 취지와 다른 기재가 수정되지 않는다면 서명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수사기관은 서명 거부 사실과 그 사유를 기록에 남기게 됩니다. 다만 사소한 표현 차이까지 전부 거부 사유로 삼기보다는, 증감·변경 청구로 바로잡는 것이 우선입니다.

Q. 이미 서명했는데 나중에 잘못 기재된 부분을 발견하면 어떻게 하나요?

A. 서명한 조서 자체를 사후에 고칠 수는 없지만 다툴 길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후 조사나 검찰 단계, 재판에서 해당 기재가 진술 취지와 다르게 작성된 경위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바로잡는 진술을 남길 수 있습니다. 특히 개정 형사소송법 아래에서는 법정에서 내용을 부인하면 그 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으므로, 변호인과 함께 어느 부분을 어떻게 다툴지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조사가 끝난 뒤 내 조서 사본을 바로 받을 수 있나요?

A. 조사 직후 현장에서 사본을 교부받는 것은 원칙적으로 어렵습니다. 다만 본인이 진술한 피의자신문조서는 정보공개 청구 절차를 통해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고, 변호인을 통해 확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음 조사나 의견서 제출을 준비하려면 먼저 본인 조서를 확보해 어떤 진술이 어떻게 기재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Q.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 조서에는 어떻게 남나요?

A. 조사 시작 전 진술거부권 고지와 그에 대한 답변이 조서에 기재되고, 개별 질문에 진술을 거부하면 그 질문에 대해 "진술을 거부한다"는 취지로 기재됩니다. 진술거부권은 헌법상 권리이므로 행사 자체를 유죄의 근거로 삼을 수 없습니다. 다만 전부 거부가 항상 유리한 것은 아니고, 사안에 따라 적극적인 해명이 나은 경우도 있으므로 행사 범위는 변호인과 상의해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조서를 읽을 시간을 충분히 달라고 해도 되나요?

A. 됩니다. 열람은 법이 보장하는 절차이므로 분량이 많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읽겠다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장시간 조사 끝이라 집중이 어렵다면 천천히 읽으면서 기억과 다른 부분을 메모하듯 짚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에 훑어보고 서명하는 것이 가장 흔한, 그리고 가장 뼈아픈 실수입니다.

Q. 변호사 없이 이미 첫 조사를 받았는데 늦은 건가요?

A. 늦지 않았습니다. 이후의 보완 조사, 검찰 조사, 재판 단계에서 변호인이 참여해 대응할 수 있고, 이미 작성된 조서도 확보해 검토한 뒤 문제 되는 기재를 어떻게 다툴지 정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첫 조서의 내용이 이후 절차의 출발점이 되는 만큼, 가급적 빨리 변호인과 함께 기존 진술을 점검하고 다음 단계 전략을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맺음말

피의자신문조서는 조사실에서의 몇 시간을 사건 끝까지 따라다니는 기록으로 바꾸어 놓는 서류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44조는 서명 전에 조서를 열람하고 잘못 기재된 부분의 증감·변경을 청구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고, 2022년 개정 제312조는 내용을 부인한 조서의 증거 사용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좋은 방어는 처음부터 진술 취지가 정확하게 기재된 조서를 만드는 것이며, 그 마지막 관문이 바로 서명 전 열람입니다.

경찰 출석요구를 받았거나 이미 조사를 받고 조서 내용이 마음에 걸린다면, 혼자 고민하기보다 형사 사건 경험이 있는 변호사와 함께 조서를 점검하고 다음 단계를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수원·경기남부 지역을 비롯해 어디에서든, 조사 전 준비와 조서 확인 단계부터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 것이 결과를 바꾸는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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