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성추행 혐의 대응 — 공중밀집장소추행죄 성립 기준과 고의 다툼
지하철 성추행 혐의 대응 — 공중밀집장소추행죄 성립 기준과 고의 다툼
법률가이드
성폭력/강제추행 등

지하철 성추행 혐의 대응 — 공중밀집장소추행죄 성립 기준과 고의 다툼 

강대현 변호사

출퇴근 지하철에서 내리려는 순간 "방금 뭐 하신 거예요"라는 말과 함께 역무실로 가게 됐다면, 머릿속이 하얘질 수밖에 없습니다. 붐비는 차 안에서 몸이 닿은 것뿐인데 성추행범으로 몰린 것인지, 아니면 정말 처벌까지 가는 것인지 가늠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하철·버스 같은 곳에서의 추행은 형법상 강제추행이 아니라 별도의 죄, 공중밀집장소추행죄로 처벌되는 경우가 많고 그 구조도 다릅니다. 이 글에서는 공중밀집장소추행죄의 성립 기준과 강제추행죄와의 차이, 혼잡 접촉과 추행을 가르는 판단 요소, 그리고 현장에서 붙잡혔을 때의 대응까지 정리해 드립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공중밀집장소추행죄란 — 성폭력처벌법 제11조

지하철 성추행 사건에 주로 적용되는 죄명은 성폭력처벌법 제11조(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입니다. 대중교통수단, 공연·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하면 성립하고,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원래는 이보다 훨씬 가벼웠지만 2020년 5월 19일 개정으로 법정형이 대폭 상향되어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이 죄가 따로 만들어진 이유는 밀집 장소의 특수성 때문입니다. 붐비는 공간에서는 폭행이나 협박 없이도 자연스러운 접촉을 가장해 추행이 가능하고, 피해자도 즉시 항의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법은 폭행·협박이라는 수단을 요구하지 않고, 밀집 상황을 이용한 추행 행위 자체를 처벌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바꿔 말하면 "폭행도 협박도 안 했다"는 해명은 이 죄에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1조 — 대중교통수단, 공연·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강제추행죄와 무엇이 다른가 — 수단과 장소의 차이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했을 때 성립하며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판례는 기습적인 신체 접촉처럼 폭행 행위 자체가 추행인 경우(기습추행)도 강제추행으로 인정하므로, 같은 지하철 안이라도 갑자기 신체를 움켜쥐는 식의 행위는 공중밀집장소추행이 아니라 강제추행으로 의율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두 죄명의 경계는 행위 태양에 따라 갈립니다. 밀집 상황에 편승해 몸을 밀착시키거나 스치듯 접촉하는 유형은 공중밀집장소추행으로,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유형력이 동원되거나 기습적으로 중요 부위를 만지는 유형은 강제추행으로 기소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느 죄명이 적용되느냐에 따라 법정형 상한이 3년과 10년으로 달라지므로, 수사 단계에서 죄명 자체를 다투는 것이 의미 있는 사건도 있습니다. 예컨대 혼잡한 출근길 전동차에서의 밀착 접촉이 문제 된 사안에서 검찰이 강제추행으로 기소했다면, 행위 태양에 비추어 공중밀집장소추행에 해당하는지부터 검토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 — 실제로 붐비고 있어야 할까

조문의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는 사건 당시 실제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을 것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법원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밀집할 가능성이 있는 장소라면, 그 순간의 혼잡도가 다소 낮았더라도 이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한산한 시간대였으니 밀집 장소가 아니다"라는 주장만으로는 빠져나가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실무에서 인정되는 장소의 예는 다음과 같습니다.

  •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수단 — 가장 전형적인 사례로, 출퇴근 시간대가 아니어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 공연장·집회 장소·경기장 — 관객이 밀집한 상태를 이용한 접촉이 문제 됩니다.

  • 찜질방·수영장 등 다중이용시설 — 시설 성격상 신체 노출과 밀집이 동반되는 공간입니다.

  • 축제·행사장, 혼잡한 거리 — 일시적으로 인파가 몰리는 장소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혼잡 접촉과 추행을 가르는 것 — 결국 고의의 입증이다

붐비는 전동차에서 신체 접촉 자체는 피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 죄의 실질적 쟁점은 접촉이 있었느냐가 아니라, 그것이 성적 의도를 가진 추행이었느냐입니다. 추행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행위여야 하고, 행위자에게 그에 대한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우연한 접촉이라면 고의가 없어 무죄지만, 문제는 고의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법원은 결국 객관적 정황으로 고의를 추단합니다.

판단에서 중요하게 보는 사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접촉 부위와 방식 — 가방이나 팔이 스친 것인지, 손등·손바닥이 특정 부위에 닿은 것인지에 따라 평가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 지속·반복 여부 — 열차의 흔들림과 무관하게 같은 접촉이 반복되거나 일정하게 유지되었다면 우연으로 보기 어려워집니다.

  • 피할 수 있었는지 — 공간에 여유가 있었는데도 굳이 밀착한 경우, 피해자가 자리를 옮겼는데 따라간 경우는 결정적으로 불리합니다.

  • CCTV·동선 기록 — 역사 내 CCTV로 탑승 전후의 이동 경로, 특정인을 따라다닌 정황이 확인되면 고의 인정의 핵심 증거가 됩니다.

  • 과거 동종 전력 — 동종 범행 전력이 있으면 우연성 주장의 신빙성이 크게 떨어집니다.

예를 들어 환승 통로에서부터 특정 승객을 따라가 굳이 그 옆에 자리 잡은 동선이 CCTV에 남아 있다면, "흔들려서 닿았다"는 해명은 설 자리를 잃습니다. 반대로 객차가 실제로 극도로 혼잡했고 접촉 부위가 불특정하며 일회적이었다면, 고의 입증이 부족하다는 다툼이 충분히 가능합니다.

현장에서 붙잡혔을 때 — 첫 한마디가 사건을 좌우한다

지하철 추행 사건은 피해자나 목격자가 현장에서 문제를 제기해 역무실·지하철경찰대로 인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단계에서 가장 흔한 실수가 상황을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에 "죄송하다, 제가 잘못했다"는 말부터 하는 것입니다. 정말 우연한 접촉이었더라도 현장에서의 사과와 시인성 발언은 그대로 기록되어, 나중에 고의를 다투려 할 때 가장 큰 장애물이 됩니다.

현행범으로 체포되거나 임의동행을 요구받은 상황이라면, 인적사항 확인 등 절차에는 응하되 사실관계에 대한 진술은 변호인과 상의한 뒤에 하겠다고 밝히는 것이 안전합니다. 진술거부권은 헌법상 권리이고, 그 행사 자체를 유죄의 근거로 삼을 수 없습니다. 특히 이 유형은 초기에 어떤 입장을 취했는지가 이후 수사 방향을 사실상 결정하므로, 휴대전화 임의제출 요구나 합의 종용에 그 자리에서 응답하지 말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장에서의 "죄송합니다" 한마디는 조서에 '범행 시인'으로 남습니다. 우연한 접촉이라고 생각한다면 더더욱, 진술은 변호인과 정리한 뒤에 해야 합니다.

벌금형이어도 끝이 아니다 — 신상정보 등록이 따라온다

공중밀집장소추행죄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부수처분입니다. 이 죄는 등록대상 성범죄여서 유죄판결이나 약식명령이 확정되면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됩니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 등 일부 성범죄는 벌금형이면 등록 대상에서 제외되지만(성폭력처벌법 제42조 제1항 단서), 공중밀집장소추행죄는 그 제외 목록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즉 벌금형이 확정되어도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되고, 헌법재판소도 이런 차등 취급이 합헌이라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헌재 2019헌마699).

등록 대상이 되면 일정 기간 주소지·직장 등 신상정보를 제출하고 변경 시마다 신고해야 하며, 사안에 따라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취업제한명령,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이 함께 선고될 수 있습니다. 공무원·교원이라면 별도 징계와 자격 문제도 따라옵니다. "벌금 내고 끝내자"는 생각으로 약식명령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전에, 등록과 취업제한까지 포함한 전체 결과를 따져 정식재판 청구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대응 방향 — 부인 사건과 인정 사건은 전략이 다르다

우연한 접촉이라는 입장이라면 다툴 지점은 고의입니다. 사건 당시 객차의 혼잡도(시간대·호선·승하차 인원), 본인의 동선과 자세, 접촉의 부위·횟수를 객관적 자료로 재구성해야 하고, CCTV 영상은 보존 기간이 짧아 초기에 확보 신청을 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피해자 진술의 구체성·일관성을 검증하는 것도 핵심인데, 이는 피해자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진술 외에 고의를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입니다.

접촉 사실과 의도를 인정하는 사건이라면 빠르게 양형 국면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진지한 사과와 합의, 재범방지 노력(심리상담 등), 초범 여부 같은 사정을 갖추면 기소유예나 선고유예를 다퉈볼 수 있고, 이 결과는 신상등록 여부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기소유예는 유죄판결이 아니므로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되지 않고, 선고유예도 등록을 피할 수 있는 통로가 됩니다. 어느 쪽이든 초기 진술이 모든 전략의 출발점이라는 점은 같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지하철이 혼잡해서 어쩔 수 없이 닿은 것뿐인데도 처벌되나요?

A. 우연한 접촉은 추행의 고의가 없어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다만 고의는 본인의 해명이 아니라 접촉 부위·반복성·동선·CCTV 같은 객관적 정황으로 판단되므로, "혼잡해서 닿았다"는 말만으로 정리되지는 않습니다. 정황상 우연으로 보기 어려운 사정이 쌓여 있으면 기소까지 갈 수 있어, 초기부터 객관적 자료로 우연성을 뒷받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피해자 진술만 있고 CCTV에는 안 찍혔는데 유죄가 되나요?

A. 가능성은 있습니다. 법원은 피해자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허위로 꾸밀 동기가 없다고 판단하면 진술만으로도 유죄를 인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접촉 부위나 방식에 관한 진술이 객관적 상황(승객 밀도, 양손의 위치 등)과 모순되면 신빙성이 흔들리므로, 부인 사건에서는 진술과 물리적 상황의 정합성을 따지는 것이 방어의 핵심이 됩니다.

Q. 피해자와 합의하면 처벌받지 않나요?

A. 아닙니다. 성범죄는 2013년부터 친고죄가 폐지되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수사와 기소가 진행됩니다. 다만 합의는 양형에서 가장 중요한 유리한 사정 중 하나로, 기소유예·선고유예·집행유예 판단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합의 시도는 시점과 방식이 중요하고 2차 가해 논란으로 번질 위험도 있으므로 변호인을 통해 진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벌금형으로 끝나면 전과나 신상등록은 없는 건가요?

A. 벌금형도 형사처벌이므로 범죄경력에 남고, 공중밀집장소추행죄는 벌금형이 확정되어도 신상정보 등록 대상입니다. 통매음 등 벌금형이면 등록이 제외되는 죄와 달리 이 죄는 제외 목록에 없고, 헌법재판소도 이를 합헌으로 판단했습니다(헌재 2019헌마699). 약식명령 벌금을 "가볍게" 받아들이기 전에 등록 부담까지 반드시 따져봐야 합니다.

Q. 현장에서 당황해서 사과부터 했는데, 이미 불리한 건가요?

A. 불리한 사정인 것은 맞지만 회복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현장 사과는 시인의 정황으로 기록되지만, 당황한 상태에서 상황을 수습하려던 발언이었다는 점을 전후 사정과 함께 설명할 여지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후 경찰 조사에서의 진술입니다. 첫 정식 조서가 작성되기 전에 변호인과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현장 발언의 경위까지 일관되게 설명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Q. 공중밀집장소추행으로 무혐의를 받을 가능성도 있나요?

A. 있습니다. 접촉의 고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면 혐의없음(증거불충분) 불송치나 불기소로 종결될 수 있습니다. 특히 일회적 접촉에 CCTV 등 객관적 증거가 없고 당시 혼잡도가 높았던 사안이라면 다툴 여지가 상대적으로 큽니다. 다만 무혐의는 저절로 나오는 결과가 아니라 초기 진술 설계와 객관적 자료 확보가 쌓여 만들어지는 결과에 가깝습니다.

맺음말

정리하면, 지하철·버스 등에서의 추행은 폭행·협박이 없어도 성폭력처벌법 제11조 공중밀집장소추행죄로 처벌될 수 있고, 법정형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이지만 실질적 부담은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벌금형이 확정되어도 신상정보 등록이 따라오고, 사안에 따라 취업제한·이수명령까지 더해지기 때문입니다. 사건의 승부는 결국 '우연한 접촉인가, 고의적 추행인가'라는 고의 다툼에서 갈리고, 그 판단 재료가 되는 CCTV·동선·초기 진술은 모두 사건 초기에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이 유형의 사건은 시간이 곧 방어력입니다. 현장에서 인계되어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혼자 해명하다 진술이 꼬이기 전에 사건의 구조부터 점검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수원·경기남부 일대에서 대중교통 추행 사건을 다수 수행해 오면서, 첫 조서 작성 전에 준비된 사건과 그렇지 않은 사건의 결과 차이를 반복해서 확인했습니다. 출석 요구를 받으셨다면 조사 일정이 확정되기 전에 상담을 받아 보시기를 권합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강대현 변호사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6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