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계약 서류, 형사처벌까지 가지 않는 계약서 작성 시 유의 사항
하도급 분쟁에서 자주 나오는 질문 중 하나는 아래와 같습니다.
“계약서를 조금 늦게 쓴 것뿐인데, 형사처벌까지 문제가 되나요?”
건설 현장에서는 공사 일정이 촉박하거나 원청 내부 결재가 지연되면서, 먼저 공사를 시작하고 나중에 계약서를 정리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른바 ‘선공사 후계약’이 관행처럼 굳어진 현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도급 거래에서는 이러한 관행이 단순한 행정 착오로만 평가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도급계약서, 대금 산정 자료, 변경계약서, 정산 합의서 등은 분쟁이 발생했을 때 핵심 증거가 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과징금, 민사상 손해배상을 넘어 형사사건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저는 계약서 때문에 시작된 분쟁에서 1심 결과를 뒤집고, 2심에서 승소를 이끌었던 김혜린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하도급계약 서류 문제가 왜 형사처벌까지 번질 수 있는지, 그리고 계약서를 작성할 때 어떤 부분을 특히 주의해야 하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1. 하도급계약서는 형식적인 서류에 불과할까요?
많은 대표님들이 하도급계약서를 “나중에 정리하면 되는 서류” 정도로 생각하십니다. 현장에서 이미 협의가 되었고, 서로 거래 관계가 오래되었기 때문에 굳이 계약서를 먼저 쓰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법적 분쟁에서는 말로 주고받은 내용보다 문서로 남아 있는 자료가 훨씬 중요하게 평가됩니다. 공사 범위, 대금, 지급 시기, 추가 공사 여부, 설계 변경, 지연 책임 등이 계약서에 어떻게 적혀 있는지에 따라 책임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사이의 힘의 차이를 전제로 만들어진 법입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민사계약보다 원사업자의 서면 발급 의무, 대금 결정 방식, 부당특약 여부 등을 더 엄격하게 봅니다.
결국 하도급계약서는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분쟁이 발생했을 때 회사를 보호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방어 자료입니다.
2. 하도급 서류 문제가 왜 형사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나요?
대표님들 입장에서는 “계약서를 늦게 쓴 것뿐인데 왜 형사 문제가 되느냐”고 억울해하실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개인 간 거래라면 계약서 작성 지연이나 대금 지급 지연이 민사상 채무불이행 문제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하도급법은 원청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를 막기 위한 특별법입니다. 하도급법은 일정한 위반 행위에 대해 공정위 제재뿐 아니라 형사처벌 가능성까지 두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면을 발급하지 않거나, 실제와 다른 내용으로 서류를 꾸미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하도급대금을 부당하게 낮추는 행위는 공정위 조사를 거쳐 형사고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문제는 대표자가 직접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회사 차원의 관리·감독 책임이 쟁점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실무자가 처리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회사가 적절한 예방 조치를 했는지, 내부적으로 계약서 발급과 대금 산정 절차를 관리했는지가 함께 검토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직원이 알아서 처리해서 몰랐다”는 설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3. 작업 시작 전 계약서 작성은 왜 중요한가요?
하도급계약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기준은 서면 발급 시기입니다. 수급사업자가 제조, 수리, 공사, 용역 수행을 시작하기 전에 계약 내용이 기재된 서면이 교부되어야 합니다.
현장에서 흔히 문제가 되는 표현이 있습니다.
“일단 진행하세요. 계약서는 나중에 정리하겠습니다.”
이 말이 실무적으로는 편해 보일 수 있지만, 법적으로는 위험한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공사 중간에 설계가 변경되거나 추가 공사가 발생했을 때, 그 내용을 문서로 남기지 않으면 추후 대금 분쟁과 하도급법 위반 문제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습니다.
추가 공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구두로 지시하고 나중에 정산하겠다고 한 뒤, 실제 정산 단계에서 금액을 다투게 되면 수급사업자 입장에서는 “서면 없이 공사를 지시받았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최초 계약뿐 아니라 변경계약, 추가 공사, 정산 합의도 가능한 한 작업 착수 전에 문서로 남겨야 합니다.
4. 하도급대금을 낮출 때는 어떤 점을 조심해야 하나요?
하도급법 제4조는 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원사업자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통상적인 거래 가격보다 현저히 낮은 금액을 강요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낙찰 금액보다 낮은 금액으로 계약을 확정하는 경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경쟁입찰에서 수급사업자가 특정 금액으로 낙찰되었는데, 이후 원청이 별다른 근거 없이 “이 금액으로는 어렵다”며 더 낮은 금액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는 수의계약 과정에서 직접공사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제시하고 이를 받아들이도록 압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단순한 가격 협상으로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객관적인 산정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단가를 낮추는 행위는 공정위 조사나 형사고발의 주요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물가 변동, 납기 지연, 작업 범위 축소 등 대금 조정이 필요한 사유가 있다면 계약서에 그 기준과 절차를 미리 적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후에 일방적으로 감액하는 방식은 분쟁을 키울 가능성이 큽니다.
5. 부당한 특약은 왜 위험한가요?
하도급법 제3조의4는 부당한 특약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원사업자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수급사업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떠넘기는 조항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문구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민원, 산재, 손해배상 책임은 하도급업체가 부담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공사비 증액은 인정하지 않는다.”
“설계 변경이나 추가 작업이 발생하더라도 별도 정산은 없다.”
이런 조항은 계약서에 적혀 있다고 해서 항상 유효하게 인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원사업자의 불공정 거래를 보여주는 자료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계약서 작성 시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배포하는 표준하도급계약서를 기본 틀로 삼고, 현장 상황에 맞게 필요한 부분만 조정하는 방식이 비교적 안전합니다. 특히 책임 전가 조항, 대금 감액 조항, 추가 공사 정산 배제 조항은 반드시 사전에 검토해야 합니다.
6. 이미 계약서 없이 일을 시작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미 계약서 없이 공사가 상당 부분 진행되었거나 완료된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가장 피해야 할 행동은 과거 날짜로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실제와 다른 내용의 서류를 만드는 것입니다.
처벌이 두렵다는 이유로 계약서 작성일을 소급하거나, 당시 존재하지 않았던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서류를 꾸미면 문제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서류 미비를 넘어 조사 방해나 허위자료 제출 문제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실제 진행된 작업 내용, 금액, 정산 내역을 투명하게 정리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양 당사자가 현재까지의 작업 범위와 기성금, 추가 공사 여부를 확인하고 정산에 합의했다는 취지의 문서나 이메일, 메신저 기록을 남겨두는 방식입니다.
핵심은 과거를 허위로 꾸미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실제 경위를 객관적인 자료로 정리하는 것입니다.
7. 공정위 조사나 경찰 연락을 받았다면?
하도급 서류 문제로 공정위 조사나 경찰 연락을 받았다면, 먼저 사건의 흐름을 정리해야 합니다.
계약이 언제 논의되었는지, 실제 작업은 언제 시작되었는지, 계약서나 발주서가 언제 교부되었는지, 추가 공사 지시는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 대금 감액이나 정산 과정에서 어떤 자료가 오갔는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이때 감정적으로 “업계에서는 다 이렇게 한다”, “고의는 없었다”고만 설명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수사기관과 조사기관은 실제 서류, 이메일, 문자, 메신저, 세금계산서, 기성청구서, 입금 내역 등을 중심으로 판단합니다.
따라서 초기 단계에서는 불리한 자료를 숨기거나 뒤늦게 맞추려 하기보다, 실제 거래 경위를 기준으로 위반 소지가 있는 부분과 방어 가능한 부분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도급계약 서류 문제는 단순한 계약서 작성 실수로 시작되더라도, 공정위 조사와 형사고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서면 미발급, 부당한 대금 결정, 부당특약, 허위 서류 작성은 대표자와 회사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쟁점입니다.
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적어도 세 가지를 기억해야 합니다.
첫째,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계약서와 변경계약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둘째, 하도급대금을 낮출 때는 객관적인 근거와 절차가 있어야 합니다.
셋째, 모든 책임을 하도급업체에 떠넘기는 부당한 특약은 피해야 합니다.
이미 선공사가 진행되었거나, 계약서가 누락된 상태에서 분쟁이 발생했다면 더 늦기 전에 실제 거래 경위를 정리해야 합니다. 잘못된 서류를 급하게 만드는 것보다, 현재 상황을 기준으로 객관적인 자료를 남기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현재 회사가 사용하는 하도급계약서에 위험한 조항은 없는지, 이미 발생한 서류 누락이나 대금 감액 문제가 형사사건으로 번질 가능성은 없는지 걱정된다면, 초기 단계에서 법률 검토를 받아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는 건설전문변호사로서 I공항, S지구 간척사업 등 주요 건설 사건을 다뤄왔습니다. 하도급 분쟁은 초기에 어떤 자료를 정리하고 어떤 방향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계약서와 실제 거래 과정을 함께 검토해, 대표님과 회사의 법적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대응 전략을 세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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