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안 한 계모 사망, 새엄마 통장 속 아버지 유산 되찾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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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안 한 계모 사망, 새엄마 통장 속 아버지 유산 되찾는 법 

유지은 변호사

아버지가 재혼한 뒤 오랜 기간 새어머니와 함께 살았고, 아버지 사망 후에도 새어머니가 아버지 재산에서 나오는 임대료나 수익을 관리해 온 경우가 있습니다. 가족들 사이에서는 아버지 재산이니까 결국 자녀들 몫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막상 새어머니가 사망하면 전혀 다른 문제가 발생합니다.

새어머니가 전혼 자녀를 입양하지 않았다면, 전혼 자녀는 새어머니의 법정상속인이 아닙니다. 즉 새어머니 명의 통장에 돈이 남아 있어도, 원칙적으로 그 예금은 새어머니의 친정 가족, 형제자매 또는 조카 쪽으로 상속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전혼 자녀가 아무 방법 없이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핵심은 '상속인으로서 받을 수 있느냐'가 아니라 '그 돈이 애초에 새어머니 돈이 맞느냐'입니다. 새어머니 통장에 들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새어머니 재산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그 돈의 원천이 아버지 소유였던 부동산, 자녀 명의 토지, 가족 공동재산에서 나온 임대수익이라면 별도의 법적 검토가 필요합니다.

이번 시간에는 입양하지 않은 계모가 사망한 뒤, 전혼 자녀가 새어머니 명의 통장 속 아버지 재산을 되찾기 위해 실제로 어떤 자료를 확인해야 하고, 어떤 절차에서 막히는지, 소송은 어떤 구조로 진행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전혼 자녀는 상속인이 아닌데도 새어머니 통장에 있는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가장 먼저 구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전혼 자녀가 새어머니의 상속인이 되는 문제와, 새어머니가 보관하던 아버지 재산을 돌려받는 문제는 다릅니다.

입양이 없었다면 전혼 자녀는 새어머니의 상속인이 아닙니다. 따라서 '새어머니 재산을 상속받겠다'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시작부터 막힐 가능성이 큽니다. 가족관계증명서상 부모·자녀 관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새어머니 통장에 있는 돈이 실제로는 아버지 재산에서 나온 수익이거나, 자녀들 소유 부동산의 임대료였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 경우 전혼 자녀는 상속인이 아니라 ‘진짜 권리자’ 또는 ‘돈을 맡긴 사람’의 지위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 사망 후 토지는 자녀들 명의로 이전되었는데, 그 토지에서 나오는 임대료만 새어머니 통장으로 입금되도록 해두었다면 쟁점은 명확합니다. 그 임대료를 새어머니에게 생활비로 증여한 것인지, 아니면 새어머니가 자녀들을 대신해 관리한 것인지 따져야 합니다.

실무에서는 이 차이가 매우 중요합니다. 증여로 인정되면 새어머니 재산이 되어 친정 가족에게 상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관리·보관금으로 인정되면 전혼 자녀들은 새어머니의 상속인들을 상대로 보관금 반환청구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새어머니 통장 속 돈이 아버지 재산이라는 점은 어떻게 입증해야 할까?

실제 사건에서 가장 많이 막히는 부분이 바로 입증입니다. 가족들은 대부분 당연히 아버지 땅에서 나온 돈이라고 생각하지만, 법원은 당연하다는 말만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먼저 확인해야 할 자료는 임대차계약서입니다. 임대차계약서상 임대인이 누구로 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토지나 건물 소유자가 자녀들인데도 임대료 수령 계좌만 새어머니 명의였다면, 자녀들 재산을 새어머니가 대신 수령한 구조라고 주장할 여지가 생깁니다.

다음은 등기부등본입니다. 아버지 사망 후 부동산이 누구 명의로 이전되었는지, 새어머니에게 지분이 있었는지, 자녀들 단독 또는 공동명의였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부동산이 자녀들 명의였다면 임대수익의 실질 귀속을 다투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세 번째는 세금 신고 내역입니다. 임대소득세를 누가 신고했는지, 재산세를 누가 냈는지, 종합소득세 신고에 임대수익이 누구 소득으로 반영되었는지가 중요합니다. 통장은 새어머니 명의였지만 세금은 자녀들이 부담했다면 관리·보관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습니다.

네 번째는 통장 거래내역입니다. 단순히 임대료가 입금된 사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입금 후 돈이 어디에 사용되었는지를 봐야 합니다. 새어머니의 생활비, 병원비, 간병비로 사용되었다면 생활비 지급 또는 부양 목적이었다는 반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일정 금액이 자녀들에게 다시 송금되었거나 부동산 관리비·세금·수리비로 사용되었다면 보관금 또는 관리금 성격을 주장하기 좋습니다.

문제는 새어머니 사망 후 전혼 자녀가 새어머니 명의 통장 거래내역을 바로 발급받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전혼 자녀는 새어머니의 상속인이 아니기 때문에 금융기관에서 계좌내역을 쉽게 열람시켜 주지 않습니다. 이 지점에서 많은 사건이 막힙니다. 결국 임의 제출이 어렵다면 소송 절차에서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 사실조회 등을 통해 확보하는 방향을 검토해야 합니다.

새어머니 친정 가족이 이미 돈을 인출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새어머니가 사망하면 친정 가족이 상속인으로서 예금을 인출하거나 상속재산을 정리하려 할 수 있습니다. 전혼 자녀 입장에서는 이 시점이 매우 중요합니다. 돈이 이미 여러 명에게 나뉘어 지급되면 나중에 회수하는 과정이 훨씬 복잡해집니다.

우선 가능한 한 빨리 상속인 측에 내용증명을 보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내용증명의 목적은 단순히 겁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해당 예금에는 자녀들 소유 부동산에서 발생한 임대수익이 포함되어 있고, 그 귀속에 다툼이 있으니 임의 인출·분배를 중단해 달라'는 의사표시를 명확히 남기는 것입니다.

다만 내용증명에는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횡령이다', '불법으로 가져갔다'는 식으로 단정하면 감정싸움만 커지고, 상대방이 자료를 숨기거나 방어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초기에는 자금 원천과 정산 필요성을 중심으로 기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상대방이 예금을 이미 인출한 경우에는 새어머니 상속인들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 또는 보관금 반환청구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이때 청구 상대방은 계좌를 실제로 인출한 사람인지, 상속인 전원인지, 상속재산을 분배받은 사람인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가압류 가능성입니다. 회수할 금액이 크고 상대방이 돈을 빼돌릴 우려가 있다면 본안소송 전에 예금, 부동산, 기타 재산에 대한 가압류를 검토해야 합니다. 다만 가압류는 '그 돈이 원래 우리 돈이다'라는 소명자료가 어느 정도 있어야 합니다. 임대차계약서, 등기부등본, 임대료 입금 정황, 가족 간 합의 자료가 전혀 없다면 법원 설득이 쉽지 않습니다.

예금이 인출되고, 상속인들이 각자 사용해 버리고, 계좌내역 확보가 늦어지면 나중에는 소송을 하더라도 회수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무엇보다 신속한 대응이 중요합니다.

소송을 한다면 상속재산분할이 아니라 어떤 소송이 될까요?

이 유형의 사건에서 전혼 자녀들이 자주 착각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새어머니가 사망했으니 상속재산분할심판을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전혼 자녀는 새어머니의 상속인이 아니므로 상속재산분할 절차의 당사자가 되기 어렵습니다.

실제 접근은 민사소송에 가깝습니다. 핵심 청구는 보관금 반환, 부당이득반환, 약정금 반환 등이 될 수 있습니다.

보관금 반환청구소송​​은 새어머니가 우리 돈을 대신 보관하고 있었다는 구조입니다. 이 경우에는 왜 새어머니 통장으로 임대료가 들어가게 되었는지, 그 돈을 누가 관리하기로 했는지, 남은 돈을 돌려주기로 한 약정이 있었는지가 중요합니다.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은 법률상 원인 없이 새어머니 또는 그 상속인들이 이익을 얻었다는 구조입니다. 예를 들어 자녀들 소유 토지에서 발생한 임대수익이 새어머니 통장에 남아 있었는데, 새어머니 친정 상속인들이 이를 자기 상속재산으로 가져갔다면 부당이득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약정금 반환청구소송은 가족 간 합의가 비교적 뚜렷한 경우에 검토됩니다. 예컨대 어머니 생전에는 임대료를 생활비로 쓰시되, 남은 돈은 자녀들에게 돌려준다는 취지의 합의가 있었고 이를 입증할 문자, 녹취, 메모, 가족회의 자료가 있다면 약정에 따른 반환청구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가장 큰 난점은 수십 년전 돌아가신 아버지 상속과정에서 있었던 합의를 어떻게 입증하느냐입니다. 가족 간 재산관리는 계약서 없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법원은 단일 문서보다 여러 정황을 종합해 봅니다. 임대료가 정기적으로 입금되었는지, 새어머니가 그 돈을 전부 자유롭게 썼는지, 자녀들이 세금이나 수선비를 부담했는지, 새어머니 사망 전까지 자녀들이 해당 재산을 자기 재산처럼 관리했는지 등이 모두 판단 자료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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