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죄, 억울한 고소와 허위 고소를 가르는 기준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고죄라고 하면 누군가가 처음부터 있지도 않은 일을 꾸며내 경찰서에 허위 고소장을 제출하는 장면을 떠올린다. 그러나 실제 형사사건에서 무고죄는 그렇게 단순한 모습으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일부 사실은 맞지만 중요한 부분이 과장되거나, 민사상 분쟁에 가까운 일을 형사처벌이 가능한 범죄처럼 포장하는 방식으로 문제 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무고죄는 형법상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게 허위사실을 신고한 경우 성립한다. 법정형도 가볍지 않다.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단순히 상대방을 곤란하게 만든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수사절차를 이용해 한 사람을 피의자로 만드는 중대한 범죄인 것이다.
◆ 무혐의가 곧 무고죄 성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무고죄 상담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이것이다. 상대방이 저를 고소했는데 결국 무혐의가 나왔습니다. 그럼 상대방을 무고죄로 고소할 수 있나요.
결론부터 말하면, 무혐의 처분이 곧바로 무고죄 성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형사사건에서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다는 말과, 고소인이 일부러 허위사실을 신고했다는 말은 전혀 다른 문제다.
수사기관이 무혐의 처분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증거가 부족할 수도 있고, 고소인의 진술이 불명확할 수도 있으며, 애초에 형사사건이 아니라 민사상 다툼에 가깝다고 판단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경우가 바로 무고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무고죄가 성립하려면 고소 내용이 객관적 진실에 반해야 하고, 고소인에게 그 허위성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 쉽게 말해 상대방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알면서도 신고했거나, 적어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근거 없이 처벌받게 만들 의도로 신고했어야 한다.
◆ 성범죄·사기 사건에서 무고죄가 자주 문제 되는 이유
실무상 무고죄가 자주 문제 되는 영역은 성범죄와 경제범죄다. 연인 관계가 끝난 뒤 강간이나 강제추행으로 고소가 이루어졌지만, 사건 전후의 메시지나 CCTV, 통화내역 등을 통해 고소 내용과 전혀 다른 정황이 드러나는 경우가 있다. 이때 단순히 진술이 일부 흔들린다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사건 전후의 객관자료가 고소 내용의 핵심 부분과 정면으로 충돌해야 무고죄 검토가 가능해진다.
사기 사건도 마찬가지다. 돈을 갚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사기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사업 실패나 채무불이행에 가까운 사안을, 처음부터 속여 돈을 편취한 것처럼 고소하는 경우가 있다. 고소인이 거래 경위, 변제 내역, 사업 진행 상황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빼고 고소했다면 무고죄가 문제 될 수 있다.
횡령 사건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동업 관계나 회사 자금 사용 문제에서 사용 권한이 있었거나 정산 대상에 불과한 사안임에도, 마치 돈을 몰래 빼돌린 것처럼 고소장이 작성되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돈의 흐름뿐 아니라 당시 당사자들이 그 돈을 어떤 성격으로 인식하고 있었는지가 중요하다.
◆ 무고죄 사건은 고소장 문장부터 해부해야 한다
무고죄 사건에서 의외로 가장 중요한 자료는 고소장 그 자체다. 고소장에는 고소인이 어떤 사실을 어떤 표현으로 수사기관에 신고했는지가 그대로 남아 있다. 같은 사건이라도 돈을 갚지 않았다는 표현과 처음부터 편취할 목적으로 속였다는 표현은 완전히 다르다. 몸싸움이 있었다는 말과 일방적으로 폭행당했다는 말도 법적으로는 큰 차이가 있다.
따라서 무고죄를 검토할 때는 상대방의 고소장, 경찰 진술조서, 제출자료, 불기소 이유서를 모두 놓고 시간순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처음에는 모호하게 말하다가 조사 과정에서 점점 강한 표현으로 바뀌었는지, 객관자료와 배치되는 진술을 반복했는지, 자신에게 불리한 자료를 의도적으로 숨겼는지 확인해야 한다.
◆ 허위 고소를 당했다면 분노보다 기록 정리가 먼저
허위 고소를 당한 사람은 대개 분노가 앞선다. 하지도 않은 일로 경찰조사를 받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견디기 어려운 일이다. 특히 성범죄나 사기처럼 사회적 낙인이 강한 죄명이라면 그 압박은 훨씬 크다.
그러나 이때 상대방에게 항의 전화를 하거나 문자로 따지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는 방식은 위험하다. 자칫 협박, 명예훼손, 2차 가해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 우선 해야 할 일은 기록 보존이다. 카카오톡, 문자, 통화내역, 계좌이체 내역, CCTV, 블랙박스, 이메일, 계약서, 녹취파일 등을 시간순으로 정리해야 한다.
무고죄는 남의 인생을 걸고 거짓말한 대가를 묻는 범죄다. 다만 그 대가를 묻기 위해서는 분노가 아니라 입증이 필요하다. 본 사건에서 무혐의나 무죄 등 객관적 결과를 확보한 뒤, 고소 내용의 허위성, 고소인의 인식, 처벌받게 하려는 목적을 차례로 정리해야 한다.
형사사건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큰소리가 아니다. 정확한 기록이다. 허위 고소로 시작된 사건이라면 끝까지 기록으로 반박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기록이 충분히 쌓였을 때, 무고죄는 단순한 감정싸움이 아니라 하나의 형사사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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