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RCPS 투자계약서에는 크게 세 가지 리픽싱 조항이 존재합니다. 지난 글에서 다룬 다운라운드 리픽싱(풀 래쳇·가중평균 방식)에 이어, 이번 글에서는 가장 까다롭고 협상력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성과연동형 리픽싱과 합병·IPO 공모가 연동 리픽싱을 실제 사례와 함께 정리합니다.
관련 글 → [스타트업 RCPS 투자계약 전환권 리픽싱 완전 정복 | 풀 래쳇 vs 가중평균, 창업자 지분을 지키는 법]
1. 성과연동형 리픽싱이란 무엇인가요?
성과연동형 리픽싱은 투자 시 합의한 특정 KPI(핵심성과지표) — 매출액·영업이익·당기순이익 등 — 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투자자의 전환가액을 사후적으로 낮춰주는 조항입니다.
전환가액이 낮아지면 같은 투자금액으로 전환되는 보통주 수가 늘어나고, 그만큼 창업자·기존 주주의 지분율은 희석됩니다. 현금이 빠져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경영권과 지분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조항입니다.
중요한 점은 중기부 표준 RCPS 투자계약서에는 성과연동형 리픽싱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다운라운드·IPO·합병 리픽싱만 기재되어 있고, 성과연동형 리픽싱은 협상에 의해 별도로 추가되는 조항으로 투자자의 요구에 따라 그 내용과 수위가 천차만별입니다.
2. 실제 사례 세 가지로 보는 성과연동형 리픽싱
1) 글로우(리투양말) — 3배 성장에도 지분 6% 희석
안다르 창업자 신애련 전 대표가 설립한 패션 스타트업 글로우(브랜드명 리투양말)는 RCPS 방식으로 수차례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투자계약서에는 '2024년 매출액 130억~150억 원'을 KPI로 하는 성과연동 리픽싱 조건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글로우의 2024년 실제 매출은 약 65억 5,000만 원. 2023년 매출 16억 원 대비 약 3배가 넘는 성과였습니다. 그러나 계약서에 명시된 목표치 150억 원에 크게 미달했고, 리픽싱 조항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었습니다. 창업자 지분이 약 6% 낮아지고 그 비율만큼 투자자 지분율이 상승하게 된 것입니다.
성과연동 리픽싱의 기준은 성장률이 아니라 절대적 수치입니다. 3배 성장이라는 실질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계약서에 적힌 숫자에 미달했다는 이유만으로 지분을 내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2) 미국 스타트업 ServiceTitan — IPO 직전 리픽싱으로 149만 주 추가 전환
미국 현장서비스 관리 소프트웨어 기업 ServiceTitan은 2024년 나스닥 상장 과정에서 공모가를 주당 71달러로 확정했습니다. 그런데 이전 Series H 라운드 투자자의 발행가격은 주당 84.57달러로 공모가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투자계약서상 리픽싱 조항에 따라 투자자는 기존 우선주 560만 4,318주를 보통주 709만 7,600주로 전환했습니다. 추가 투자금 한 푼 없이 약 149만 주를 더 갖게 된 것입니다.
이 사례는 비단 '성과 미달'의 문제가 아닙니다. 회사가 성공적으로 상장하는 과정에서도 직전 라운드 발행가격과 공모가의 차이로 인해 리픽싱이 발동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3) 국내 스타트업 A사 — AND 조건으로 매출 초과 달성에도 리픽싱 발동
저희 최앤리 법률사무소가 자문한 사례를 각색하여 소개합니다. 국내 스타트업 A사는 시리즈B 투자 당시 '이듬해 매출 200억 원 달성 AND 당기순이익 흑자 전환'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리픽싱을 면제한다는 조항을 수용했습니다.
A사는 이듬해 매출 220억 원을 달성하며 목표를 초과했지만, 공격적 마케팅 투자로 당기순이익은 적자였습니다. 'AND' 조건이었던 탓에 매출 초과 달성에도 리픽싱이 그대로 발동되었고, 창업자 지분은 예상보다 훨씬 크게 희석되었습니다.
만약 'OR' 조건(매출 OR 당기순이익 중 하나만 달성해도 리픽싱 면제)으로 협상했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입니다. 동시 충족(AND) vs 독립 충족(OR), 한 글자 차이가 창업자의 지분율을 결정합니다.
3. 합병·IPO 공모가 연동 리픽싱도 놓치지 마세요
성과연동형 리픽싱과 함께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이 IPO 공모가 및 합병 가액 연동 리픽싱입니다. 국내 RCPS 투자계약서에는 흔히 다음과 같은 문구가 들어갑니다.
"IPO 공모단가의 70%가 기존 전환가액을 하회하는 경우, 전환가액을 해당 공모단가의 70%로 조정한다."
예를 들어 주당 10,000원에 투자받은 투자자는, 공모가가 11,000원으로 결정되더라도 공모가의 70%인 7,700원 이하면 전환가액을 7,700원으로 낮출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됩니다.
국내 투자계약 관행상 IPO 공모가액 70% 기준은 수정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인수합병 시 합병단가 70% 조건은 종종 합병단가 100% 기준으로 수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4. 성과연동형 리픽싱 협상 시 반드시 챙겨야 할 체크포인트
① 텀싯에 없던 조항이라면 삭제를 요청하세요 텀싯 합의 이후 본계약 단계에서 성과연동 리픽싱이 갑자기 추가되었다면 최우선으로 삭제 협상을 해야 합니다. 반면 텀싯에 이미 기재되어 합의된 내용이라면 투자계약서 단계에서 수정 협상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② KPI 기준을 보수적으로 설정하세요 투자자가 제시하는 매출 목표를 그대로 수용하지 마세요. 외부 환경 변화·시장 상황·투자 집행 시기 등을 고려해 달성 가능한 보수적 기준으로 협상해야 합니다.
③ AND가 아닌 OR 조건으로 설계하세요 여러 KPI를 조건으로 걸 때 '매출 AND 영업이익' 모두 달성해야 면제받는 구조 대신 '매출 OR 영업이익' 중 하나만 달성해도 면제받는 구조가 창업자에게 훨씬 유리합니다.
④ 전환가액 하한(Floor)을 반드시 설정하세요 성과 미달 시 리픽싱을 수용하더라도, 전환가액이 무한정 낮아지는 것을 막는 하한선(예: 최초 발행가액의 70% 이하로는 조정 불가)을 계약서에 명시해야 합니다. 하한 조건 없이는 극단적인 지분 희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성과연동형 리픽싱은 투자계약서 조항 중 당사자 간 협상력이 진가를 발휘하는 영역입니다. 런웨이가 촉박한 상황에서 모든 조건을 이상적으로 협상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KPI 기준 수치·AND/OR 구조·전환가액 하한선 이 세 가지만큼은 반드시 검토하고 서명하시기 바랍니다.
관련 글 → [스타트업 RCPS 투자계약서, 상환권의 모든 것 | 어반베이스 사건부터 창업자 체크포인트까지]
성과연동형 리픽싱 핵심 정리 — FAQ
Q. 성과연동 리픽싱과 다운라운드 리픽싱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요?
다운라운드 리픽싱은 후속 투자 단가가 낮아질 때 발동되지만, 성과연동 리픽싱은 후속 투자 여부와 무관하게 KPI 달성 여부만으로 발동됩니다. 회사가 외부 투자를 받지 않더라도 리픽싱이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광범위하게 발동될 수 있습니다.
Q. 표준 투자계약서에 없는 조항인데 투자자가 왜 요구할까요?
투자자 입장에서는 스타트업의 성장 목표를 계약으로 담보하려는 수단입니다. 특히 초기 단계 투자나 높은 밸류에이션으로 투자한 경우, 리스크 헤지 차원에서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협상력이 있다면 삭제가 가능하고, 수용하더라도 조건을 대폭 완화할 수 있습니다.
Q. 전환가액 하한(Floor)이 없으면 어떤 일이 생기나요?
이론적으로 전환가액이 0원에 가깝게 낮아질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당 10,000원에 투자받은 투자자의 전환가액이 하한 없이 2,000원까지 낮아진다면 보통주 전환 수량이 5배로 늘어납니다. 하한 설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Q. IPO 공모가 70% 기준은 협상으로 바꿀 수 있나요?
국내 투자계약 관행상 IPO 공모가 70% 기준은 수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합병단가 연동 조항은 70%에서 100%로 수정하는 협상이 종종 가능합니다.
Q. 매출을 3배 늘렸는데도 리픽싱이 발동될 수 있나요?
네. 글로우 사례처럼 성장률이 아닌 절대적 수치가 기준이 됩니다. 계약서에 명시된 KPI에 미달하면 성장률과 무관하게 리픽싱이 발동됩니다.
Q. AND 조건을 OR 조건으로 바꾸는 협상이 가능한가요?
네. 텀싯 단계에서 협상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투자자가 여러 KPI를 조건으로 걸 때, OR 구조를 요청하는 것은 충분히 합리적인 협상 포지션입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