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RCPS(상환전환우선주) 투자계약서에서 상환권은 창업자에게 가장 위험한 조항입니다. 2026년 어반베이스 vs 신한캐피탈 대법원 판결은 투자계약서 한 줄이 창업자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현실로 보여줬습니다. 상환권의 법적 구조부터 상환 이율·위약벌·연대책임·회계처리 트렌드까지 창업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을 총정리했습니다.
1. 상환권 행사로 창업자가 파산할 수 있을까요? — 어반베이스 vs 신한캐피탈 사건
2026년 4월 스타트업 생태계를 뒤흔든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상고기각). 프롭테크 스타트업 어반베이스의 창업자 하진우 대표의 개인 자택까지 가압류된 사건입니다.
경위는 이렇습니다. 2017년 신한캐피탈은 어반베이스에 약 5억 원을 RCPS 형태로 투자했습니다. 계약서에는 "회사의 정상적인 사업이 불가능해질 경우" 투자자가 기한 전 상환권을 행사할 수 있고, 회사가 상환하지 못하면 연복리 15%의 위약금을 부담하며, 회사마저 이를 지급하지 못하면 "이해관계인(창업자 개인)이 연대책임을 진다" 는 조항이 들어 있었습니다.
2023년 자금난에 빠진 어반베이스가 회생을 신청하자 신한캐피탈은 창업자 개인에게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계약 문언대로 창업자 개인의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원금 5억 원에 7년치 복리 이자가 붙어 청구 금액은 11억 원을 훌쩍 넘었습니다.
"설마 투자자가 창업자 개인에게 소송을 제기하겠어?" 라는 생각이 완전히 깨진 사건입니다. RCPS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상환권의 법적 구조를 정확히 이해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2. 상환권의 법적 성격과 행사 주체는 어떻게 되나요?
상환주식은 상법 제345조에 근거합니다. 주식의 외형을 띠면서도 일정 조건 하에 원금 회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대출과 유사한 기능을 합니다.
스타트업 투자에서 흔히 사용되는 RCPS(Redeemable Convertible Preferred Stock, 상환전환우선주) 는 상환권·전환권·우선배당권을 하나로 묶은 종류주식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회사가 잘 되면 보통주로 전환해 시세차익을 누리고, 회사가 부진하면 상환권을 행사해 원금과 이자를 회수할 수 있는 양방향 안전장치를 갖게 됩니다.
법적으로 중요한 포인트는 상환권의 귀속 주체입니다. 상법은 회사가 상환권을 갖는 경우(제345조 제1항)와 주주(투자자)가 상환권을 갖는 경우(제345조 제3항)를 모두 허용합니다. 그러나 스타트업계 투자실무에서는 거의 대부분 투자자에게만 상환청구권이 부여됩니다.
3. 배당가능이익이 없으면 상환을 안 해도 될까요?
투자자가 상환권을 행사하면 회사는 무조건 투자금과 이자를 반환해야 할까요? 아닙니다. 상법 제462조에 따라 상환주식의 상환은 반드시 배당가능이익의 범위 내에서만 이루어져야 합니다.
즉, 투자자가 상환권을 행사했더라도 회사에 배당가능이익이 없다면 회사는 법적으로 상환 의무를 이행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투자자가 상환권을 행사하더라도 회사가 배당가능이익이 없어 상환을 하지 못한 경우 이를 투자계약 위반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 투자계약 실무에서는 이 원칙을 우회하는 독소조항들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배당가능이익 부족을 이유로 상환을 이행하지 못하면 회사에 위약금을 부과하고, 그 위약금도 회사가 지급하지 못하면 창업자 개인에게 연대책임을 지우는 구조입니다. 어반베이스 사건이 바로 이 구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실제 KAA 표준 RCPS 투자계약서에는 이렇게 규정되어 있습니다.
"본건 종류주식의 주주가 상환권을 행사한 이후, 본건 종류주식의 상환에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이 발생하였음에도 이를 상환에 우선적으로 사용하지 않거나, 준비금 감소 등 법률상 가능한 절차가 가능함에도 이행하지 않는 경우, 회사는 상환 청구금액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손해배상과는 별도로 위약벌로서 투자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
4. 상환 행사 기간과 이율은 어떻게 확인하나요?
투자자는 언제부터 상환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요? 투자계약에서 정하기 나름이지만, 실무상 투자 집행일로부터 3년이 경과한 날부터 상환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회사가 회생신청·파산신청·기업인수 등 특정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3년이 지나지 않았어도 기한 전 상환권(기한의 이익 상실 조항)을 행사할 수 있다는 조항을 함께 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환가액 산정 공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상환가액 = 발행가액 × (1 + 연복리 이율)^경과연수 − 이미 지급된 배당금
이율은 협상에 따라 다르지만 연복리 6~8% 수준이 실무상 일반적입니다.
예를 들어 10억 원을 연복리 6%로 5년간 투자받았다면, 상환 청구 시점의 상환가액은 약 13억 3,800만 원이 됩니다. 투자 금액이 클수록, 기간이 길수록 회사와 창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습니다.
5. 상환권 행사 미이행 시 페널티는 얼마나 될까요?
상환을 이행하지 못했을 때의 페널티는 크게 세 단계입니다.
① 위약벌
상환권 행사 후 정당한 이유 없이 상환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상환 청구금액의 30~50%(보통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위약벌로 부과합니다. 위약벌은 손해배상과 별도로 청구 가능하다는 점이 무섭습니다.
② 지연배상금
금전 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미지급 금액에 대해 연 12~15%의 지연배상금이 발생하는 조항도 일반적으로 포함됩니다.
③ 창업자(이해관계인) 연대책임 — 가장 위험한 조항
회사가 상환 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창업자 개인이 연대하여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투자계약의 독소조항입니다. 최근 실무에서는 연대책임 조항이 없거나, 있더라도 이해관계인의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로 연대책임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협상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어반베이스 사건처럼 고의·중과실 제한 없이 연대책임 조항이 그대로 존재한다면, 회사 부도와 동시에 창업자는 개인 재산을 모두 잃을 수 있습니다.
6. 최근 RCPS 대신 CPS를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최근 VC 생태계에서는 투자계약서에서 투자자의 상환청구권을 제외하는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배경에는 회계기준 문제가 있습니다.
K-GAAP(일반기업회계기준) 에서는 RCPS를 자본으로 분류합니다. 법적 형식이 주식이면 자본으로 처리하는 형식 우선 원칙이 적용됩니다.
그러나 K-IFRS(국제회계기준) 는 다릅니다. 투자자에게 상환청구권이 있어 회사가 현금을 지급해야 하는 계약상 의무가 발생하는 경우, RCPS는 실질에 따라 금융부채로 분류됩니다. 수십억 원의 투자금이 갑자기 부채 항목으로 전환되어 부채비율이 급등하고, 전환권 평가에 따른 공정가치 변동이 손익계산서에 반영되어 당기순손익이 왜곡됩니다.
코스닥·코스피 상장을 준비하는 스타트업은 K-IFRS를 의무적으로 적용해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일부 VC는 상환청구권을 계약서에서 아예 삭제하거나, 전환권만 남기는 CPS(전환우선주) 형태로 투자 구조를 전환하기도 합니다.
관련 글 → [스타트업 투자계약 비교 | SAFE vs RCPS 법적 절차·계약 구조·지분 전환 방식 총정리]
7. 창업자를 위한 RCPS 상환권 체크포인트
① 상환 이율과 행사 기간을 확인하세요
연복리 이율이 6~8%를 초과하는지, 기한 전 상환 사유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규정되어 있지는 않은지 확인합니다. '정상적인 사업이 불가능한 경우'처럼 모호한 표현은 분쟁의 씨앗이 됩니다.
② 위약벌 조항의 요건을 좁히세요
배당가능이익이 없어 상환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경우까지 위약벌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위약벌 발생 요건에 '고의 또는 중과실'을 명시할 것을 수정 요청하세요.
③ 창업자 연대책임 조항을 삭제하거나 범위를 좁히세요
어반베이스 사건의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연대책임 조항이 포함된다면 반드시 고의 또는 중과실로 요건을 한정하고, 연대책임이 발생하는 사유를 ① 허위 진술·보장, ② 투자금 목적 외 사용, ③ 선행조건 위반 등으로 명확히 제한하는 방향으로 협상해야 합니다.
④ 회계기준과 IPO 전략을 연계하세요
향후 코스닥·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한다면, K-IFRS 적용 시 RCPS가 부채로 분류될 경우 재무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사전에 회계사와 시뮬레이션해 보아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상환권 없는 CPS 구조를 투자자에게 제안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⑤ 준비금 감소 의무의 범위를 명확히 하세요
배당가능이익이 부족할 때 준비금을 감소시켜 상환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항에서,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창업자의 개인 책임까지 연결되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RCPS 상환권 핵심 정리 — FAQ
Q. 투자자가 상환권을 행사하면 무조건 돈을 돌려줘야 하나요?
아닙니다. 상법상 상환주식의 상환은 반드시 배당가능이익의 범위 내에서만 이루어져야 합니다. 배당가능이익이 없다면 회사는 법적으로 상환 의무를 이행할 수 없고, 이를 계약 위반으로 볼 수 없습니다.
Q. 창업자 연대책임 조항은 반드시 삭제해야 하나요?
가능하다면 삭제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삭제가 어렵다면 '고의 또는 중과실'로 요건을 한정하고 연대책임 발생 사유를 구체적으로 제한해야 합니다. 어반베이스 사건처럼 무제한 연대책임 조항이 남아 있으면 회사 부도 시 창업자 개인 재산을 모두 잃을 수 있습니다.
Q. 상환 이율은 어느 정도가 적정한가요?
실무상 연복리 6~8% 수준이 일반적입니다. 이를 초과하는 경우 협상을 통해 낮추는 것이 좋습니다. 기한 전 상환 사유(기한의 이익 상실 조항)가 모호하게 규정되어 있으면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으니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Q. RCPS가 K-IFRS에서 부채로 분류되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요?
부채비율이 급등하고, 전환권 평가에 따른 공정가치 변동이 손익계산서에 반영되어 당기순손익이 왜곡됩니다. IPO를 준비하는 스타트업에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Q. CPS(전환우선주)와 RCPS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요?
상환권 유무입니다. CPS는 상환권이 없어 K-IFRS상 자본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창업자 입장에서는 상환 부담이 없고, 회사 재무구조도 안정적으로 유지됩니다.
Q. 위약벌과 손해배상은 어떻게 다른가요?
손해배상은 실제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는 것이지만, 위약벌은 손해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계약서에 정해진 금액을 별도로 지급해야 합니다. 위약벌 조항이 있으면 손해배상에 더해 추가 부담이 발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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