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치매 진단을 받거나 인지기능이 급격히 저하되면 자녀들은 급하게 성년후견 신청부터 준비하게 됩니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성년후견 심판이 접수된 이후에도 예상치 못한 문제가 자주 발생합니다. 바로 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피후견인 명의 부동산이 처분되거나, 특정 자녀가 급하게 매매·증여를 진행해 버리는 경우입니다.
특히 성년후견 사건은 법원이 진단서, 가족관계, 재산관계, 본인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수개월 이상 걸리는 사례도 적지 않은데요,
문제는 많은 분들이 성년후견 신청만 하면 자동으로 부모님 재산이 보호된다고 생각하시지만 실무상으로 성년후견 신청 후 법원의 결정이 내려지기까지는 수개월의 시간이 걸리고 이 기간동안에는 부모님 재산은 함부로 처분할수도 누군가의 의해 처분되더라도 방법이 없다는겁니다.
당장 병원비는 매달 나가는데, 그 수개월의 공백기 동안 부모님 명의의 아파트나 빌라를 팔아서 비용을 마련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후견 신청이 들어갔으니 법원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손을 놓고 기다려야만 할까요?
오늘은 성년후견 심판 진행 중 부동산 처분이 가능한지, 위험 상황에서는 어떤 절차를 함께 검토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미 이루어진 처분을 나중에 되돌릴 수 있는지 실무상 중요한 쟁점을 중심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성년후견을 신청해 둔 상태인데, 법원 결정 전에 부모님 부동산을 미리 팔아도 괜찮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성년후견 ‘신청 중’인 공백기에는 원칙적으로 부모님 명의의 부동산을 매매하는 것을 조심하셔야 합니다. 법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실무상 엄청난 위험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성년후견 신청이 들어갔다는 것은 이미 부모님의 인지 능력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점을 자녀 스스로 인정한 꼴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법원의 허가 없이 특정 자녀가 부모님을 모시고 가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아 부동산 매매 계약을 체결한다면 향후 다른 형제들이 '아버지가 치매 상태일 때 형이 강제로 재산을 처분했다'며 매매계약 무효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또한, 매수인(사는 사람) 입장에서도 등기부등본을 확인하거나 계약 과정에서 매도인의 치매 사실을 알게 되면 계약을 기피하게 됩니다. 나중에 계약이 무효가 될 수 있다는 리스크를 안고 집을 살 매수인은 없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후견 결정이 나기 전의 임의 매매는 향후 가족간 재산분쟁이나 매수인과의 손해배상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실무적으로는 권장하지 않습니다.

수개월이 걸리는 심판 기간 동안 다른 형제가 재산을 빼돌리려 한다면 어떻게 막아야 하나요?
내가 부모님을 위해 성년후견을 신청해 두었는데, 부모님의 통장과 인감을 쥐고 있는 다른 형제가 법원의 결정이 나오기 전에 서둘러 부동산을 급매로 처분하고 대금을 가로채려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성년후견 심판 기간이라는 ‘실무상의 공백’을 악용하는 것인데, 이때는 손을 놓고 기다려서는 안 되며 법원에 긴급 처방을 요청해야 합니다.
가장 먼저 취해야 할 조치는 민사법원에 신청하는 ‘처분금지가처분’입니다. 이는 상대방이 부동산을 마음대로 팔거나, 담보로 잡혀 돈을 빌리지 못하도록 등기부에 ‘잠금장치’를 걸어두는 제도입니다.
이와 동시에 가정법원에 ‘사전처분’을 신청해야 합니다.
우리 민법(제959조의 20)은 후견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피후견인(부모님)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을 때 법원이 임시로 재산 관리인을 지정하거나 처분을 금지하는 ‘사전처분’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후견 결정이 나오기 전이라도 법원의 명령으로 재산을 동결시켜 둠으로써, 다른 형제가 부모님의 재산을 임의대로 처분하는 상황을 방어할 수 있습니다.
성년후견인으로 지정만 되면 부모님 아파트를 내 마음대로 팔아 병원비로 쓸 수 있나요?
성년후견 신청 후 수 개월이 지나 법원으로부터 성년후견인으로 지정되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제 내가 부모님의 합법적인 대리인이 되었으니, 내 도장을 찍어 부모님 아파트를 팔고 그 돈으로 병원비를 낼 수 있을까요?
여기에 일반인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내가 후견인이 되었더라도 부모님의 거주용 부동산을 처분할 때는 반드시 ‘법원의 허가’를 따로 받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우리 법은 후견인이 부모님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집을 임의로 팔아치우거나 횡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이를 ‘거주용 부동산 처분에 관한 허가 신청’이라는 실무 절차라고 부릅니다. 법원에 “현재 부모님의 요양병원비와 간병비가 매달 얼마씩 지출되고 있어 현재 예금으로는 감당이 불가능하므로, 이 부동산을 처분하여 비용을 충당하겠다”는 점을 영수증과 진단서 등 구체적인 서류로 증명해야 비로소 허가가 떨어집니다. 이 허가 없이 후견인이 마음대로 체결한 매매 계약은 법적 효력이 없습니다.

후견 개시 결정이 나기 직전에 이미 팔려버린 부동산도 나중에 취소할 수 있나요?
성년후견을 신청해 두고 법원의 심판을 기다리던 중, 다른 형제가 기습적으로 아버지를 모시고 가 아파트를 제3자에게 팔아치우고 대금을 챙겨 잠적해 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뒤늦게 후견인으로 지정된 자녀는 이미 남의 손에 넘어가 버린 이 부동산을 다시 찾아올 수 있을까요?
법적으로 되찾아올 방법은 열려 있습니다.
다만 법이 자동으로 해결해 주지는 않으며, 후견인으로 지정된 자녀가 ‘의사능력 결여로 인한 계약 무효 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후견 개시 ‘전’의 행위이므로 후견인의 권한으로 계약을 무조건 취소할 수는 없지만, 계약 체결 당시 아버지가 심각한 치매 등으로 정신적 ‘의사능력’이 없는 상태였음을 증명하여 계약 자체를 처음부터 없던 일(무효)로 만드는 전략입니다.
이 소송의 성패는 ‘당시 인지 상태에 대한 객관적 입증’에 달려 있습니다. 다행히 성년후견 신청 직후 법원의 지전으로 병원에서 받았던 ‘정신감정 결과’나 과거 진료기록, 치매 진단서 등이 있다면 계약 당시 아버지의 정신 상태를 증명하는 강력한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됩니다.
비록 이미 소유권이 매수인에게 넘어갔더라도, 매수인이 계약 당시 아버지가 치매 상태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정황을 실무적으로 꼼꼼히 입증해 낸다면 부동산을 다시 부모님 명의로 원상복구 시킬 수 있습니다.
성년후견은 단순히 법원이 후견인을 정해주는 절차가 아닙니다. 실제 실무에서는 심판이 진행되는 수개월 동안 피후견인의 재산을 어떻게 보전할 것인지가 더 중요한 쟁점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부모님의 판단능력이 급격히 저하된 상황에서 부동산 처분이나 대규모 인출 움직임이 보인다면, 단순 후견 신청에만 그치지 말고 사전처분·재산보전 필요성까지 함께 검토해 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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