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증재, 관행이라 생각했다면
거래처와 일을 하다 보면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말들이 있습니다.
“이번 건만 잘 부탁드립니다.”
“계약이 성사되면 따로 챙겨드리겠습니다.”
“도움 주시면 인사하겠습니다.”
사업을 하거나 영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단순한 접대나 관행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회사의 구매, 납품, 발주, 검수, 계약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문제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공무원이 아니더라도, 사안에 따라 배임증재가 문제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배임증재는 어떤 경우 문제될까
배임증재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에게 그 임무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을 하고,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한 경우 문제될 수 있습니다.
수사기관은 단순히 돈이 오갔는지만 보지 않습니다.
누구에게 이익이 제공되었는지, 그 사람이 어떤 업무 권한을 가지고 있었는지, 그 시점에 어떤 계약이나 납품이 진행되고 있었는지, 문자나 카카오톡에 어떤 표현이 남아 있는지, 현금인지 계좌이체인지, 실제 대가관계가 있었는지를 함께 봅니다.
따라서 “영업비였다”, “거래 관행이었다”, “상대방이 먼저 요구했다”는 말만으로는 충분한 설명이 되기 어렵습니다.
실제 사건의 쟁점
이 사건에서는 배임증재 및 배임증재미수 혐의가 함께 문제 되었습니다.
거래 관계 속에서 상대방에게 금품 또는 이익을 제공한 정황이 있었고, 일부는 실제 제공된 것으로, 일부는 미수에 그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사건에서는 무조건 부인하는 것도 위험하고, 모든 내용을 같은 정도로 인정하는 것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돈이나 이익이 오간 사실이 명확하다면 그 부분은 기록을 기준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대로 수사기관이 보는 것처럼 모든 행위가 동일한 정도의 부정청탁이나 대가관계로 평가될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합니다.
인정할 부분과 다툴 부분을 나누는 과정
이 사건에서는 수사 단계부터 의뢰인이 어떤 부분을 인정하고, 어떤 부분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지를 정리했습니다.
수사기관이 이미 확보한 자료가 무엇인지, 돈의 흐름은 어떻게 설명되는지, 실제 청탁의 내용과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미수에 그친 부분은 무엇인지, 사건 이후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를 하나씩 나누어 살펴보았습니다.
증거가 명확한 사건에서 무리하게 부인하는 태도는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인정할 부분을 인정하고 수사에 성실히 협조한 사정은 양형에서 의미 있게 고려될 수 있습니다.
구형이 낮아진 뒤 집행유예가 선고된 사례
이 사건에서 검사는 처음 징역 1년을 구형했습니다.
그러나 최후변론 이후, 검찰이 서면으로 다시 구형하면서 구형량을 징역 6개월로 낮추는 일이 있었습니다. 구형은 검사의 의견일 뿐이고 최종 판단은 재판부가 하지만, 수사협조와 양형자료, 최후변론에서 정리된 사정이 다시 검토될 여지를 만든 사례였습니다.
최종적으로 법원은 징역 8개월을 선고하면서도, 그 형의 집행을 2년간 유예했습니다.
이는 사건이 가벼웠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배임증재는 거래질서와 신뢰를 훼손할 수 있는 중대한 범죄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다만 수사 단계부터 재판 단계까지 인정할 부분과 다툴 부분을 구분하고, 정상관계와 재범 방지 사정을 정리한 점이 함께 고려된 것입니다.
배임증재 사건에서 피해야 할 말
배임증재 사건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회사 영업상 어쩔 수 없었습니다.”
“다른 회사들도 다 하는 줄 알았습니다.”
“상대방이 먼저 요구했습니다.”
“돈이 오간 건 맞지만 대가성은 없었습니다.”
“미수에 그쳤는데도 처벌되나요.”
이런 말들이 모두 의미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수사기관과 법원은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돈이 오간 시점과 계약 진행 시점이 맞물리는지, 상대방이 어떤 권한을 가지고 있었는지, 제공된 금품이 통상적인 범위를 넘었는지, 청탁의 내용이 구체적인지, 메시지에 어떤 표현이 남아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특히 배임증재미수까지 문제 되는 사건에서는 실제 돈이 지급되지 않았더라도, 제공 의사와 청탁의 내용이 어떻게 드러났는지가 중요할 수 있습니다.
관행과 범죄의 경계는 다르게 판단될 수 있습니다
회사 안에서는 영업, 접대, 관계 관리처럼 보였던 일이 법정에서는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배임증재 사건에서는 단순히 “관행이었다”고 설명하기보다, 금품 제공의 경위, 상대방의 업무 권한, 실제 계약과의 관련성, 제공된 이익의 규모, 이후 태도와 재발 방지 조치를 구체적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사건 초기에 불필요한 부인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기록상 불리한 부분과 설명 가능한 부분을 나누어 대응하는 것입니다.
배임증재 사건은 금품이 오갔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그 금품이 어떤 청탁과 연결되어 있었는지, 피고인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까지 함께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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