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거인멸'이라는 표현 많이 들어보셨지요? 법률상담을 하다보면 많이 물어보십니다. 제가 이렇게 하면 증거인멸에 해당하여 괘씸죄가 적용되는 거 아닌가요?
오늘은 어떤 행위를 하면 증거인멸로 처벌받을 수 있는지 명확히 설명드리겠습니다.
A는 친구 B의 범죄행위에 관한 증거를 발견하고 나중에 수사가 될 수 있으니 B에게 불태워 소각시키라고 조언한 경우 A는 후일 증거인멸교사죄로 처벌받을까요? C가 자신의 범죄행위에 관한 증거를 친구 D에게 폐기하도록 시킨 경우라면 어떨까요?
제155조(증거인멸 등과 친족간의 특례) ①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 또는 변조하거나 위조 또는 변조한 증거를 사용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③(생략)④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하여 본조의 죄를 범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증거인멸죄의 객체는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입니다. 따라서 자기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는 은닉해도 처벌받지 않습니다. 기대가능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헌법상 자기부죄거부특권(제12조)에 따르면 당연합니다.
따라서 위 사례에서 A나 C가 자신의 형사사건 증거를 은닉하거나 폐기해도 형사처벌받지 않습니다. 그러나 C가 자신의 형사사건 증거를 친구 B를 시켜서 은닉하거나 폐기하게 한 경우에는 B는 증거인멸죄로, A는 증거인멸교사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습니다.

A는 자신의 증거이므로 원칙적으로 처벌대상이 아니지만 남을 시켜서 한 것이 방어권의 남용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증거인멸교사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증거은닉죄는 타인의 형사사건이나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은닉할 때 성립하고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은닉 행위는 형사소송에 있어서 피고인의 방어권을 인정하는 취지와 상충하여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므로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은닉을 위하여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 역시 원칙적으로 처벌되지 아니하나, 다만 그것이 방어권의 남용이라고 볼 수 있을 때는 증거은닉교사죄로 처벌할 수 있다. 방어권 남용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는, 증거를 은닉하게 하는 것이라고 지목된 행위의 태양과 내용, 범인과 행위자의 관계, 행위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 형사사법작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성의 정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출처 : 대법원 2016. 7. 29. 선고 2016도5596 판결 | 사법정보공개포털 판례)
A는 조합장으로서 기부금 횡령이 문제될 것 같자 직원 B에게 허위의 지출결의서를 작성하라고 시켰고, 실제로 수사가 개시되어 B가 위 결의서를 제출하였는데, 최종적으로 위 횡령 혐의는 기소가 되지 않은 경우에 A는 처벌을 받게 되는가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A는 증거위조교사죄로 처벌되었습니다. 수사가 개시되기 전의 증거인멸 또는 증거위조 행위는 증거인멸죄로 처벌될 수 있으며 그 증거와 관련된 혐의가 나중에 기소가 되지 않거나 무죄판결이 나더라도 증거위조교사죄가 성립합니다.

형법 제155조 제1항의 증거위조죄에서 타인의 형사사건이란 증거위조 행위시에 아직 수사절차가 개시되기 전이라도 장차 형사사건이 될 수 있는 것까지 포함하고 , 그 형사사건이 기소되지 아니하거나 무죄가 선고되더라도 증거위조죄의 성립에 영향이 없다. 여기에서의 ‘위조’란 문서에 관한 죄에 있어서의 위조 개념과는 달리 새로운 증거의 창조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존재하지 아니한 증거를 이전부터 존재하고 있는 것처럼 작출하는 행위도 증거위조에 해당하며, 증거가 문서의 형식을 갖는 경우 증거위조죄에 있어서의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그 작성권한의 유무나 내용의 진실성에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자기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위조하기 위하여 타인을 교사하여 죄를 범하게 한 자에 대하여는 증거위조교사죄가 성립한다.
대법원 2000. 3. 24. 선고 99도5275 판결 등 참조
결론적으로 증거인멸 또는 증거인멸교사죄로 처벌되는 경우는 타인의 증거를 대상으로 하고, 자신의 증거를 폐기해도 증거인멸에 해당하지 않지만, 제3자를 시켜 증거를 인멸, 위조하는 경우에 <방어권의 남용>에 해당된다고 판단된다면 증거인멸교사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또한 제3자가 범인으로 하여금 범인 자신의 증거를 폐기하라고 조언했다고 해서 증거인멸죄로 처벌받지는 않습니다. 즉 공범종속성의 이론, 공범의 처벌은 본범에 따른다는 이론에 따라 범인이 처벌받지 않는 이상 이를 교사한 제3자도 처벌대상이 아닙니다.

만약 처벌되지 않는 범인의 친족이 제3자에게 범인의 증거를 폐기하도록 한 경우에는 범인 본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객관적 불처벌 조건의 남용>으로 판단되는 경우라면 증거인멸교사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상담사례에서 더 많이 물어보시는 수사과정상 증거인멸로 불리하게 평가되는 경우는 어떤 경우인지를 수사경험에 비추어 명확히 설명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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