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은 공기업의 사업구조 자체를 바꾸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기존에 외주 용역으로 수행하던 업무를 자회사 직영으로 전환하면, 수십 년간 거래를 이어 온 용역업체와의 계약이 종료됩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업체가 공정거래법 위반(부당거래거절, 인력의 부당유인·채용, 거래상 지위 남용)이나 매출보장약정 위반을 주장하며 수십억 원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분쟁으로 확대되기도 합니다.
과거 대형로펌에 재직하던 시절,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철도용역업무를 자회사로 전환한 준시장형 공기업의 항소심 소송대리인으로 참여하였고, 기존 용역업체 2개사가 청구한 합계 약 92억 원(및 지연손해금)의 손해배상 청구를 전부 방어하였습니다(항소심 원고 청구 전부 기각; 서울고등법원 2025. 3. 6. 선고 2024나2020599 판결 - LBOX 판례).
※ 공개된 판결문에 기재된 내용만을 토대로 작성하였으며, 의뢰인의 비밀유지를 위하여 비공개 소송자료의 내용은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항소심에서는 원고 측이 관련 규칙조항의 위헌·무효 주장과 정규직 전환 대상 해당 여부에 관한 다툼을 새롭게 추가하였으나,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하지 않았다는 점, 직업수행의 자유 및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점, 원고 소속 근로자들도 가이드라인상 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된다는 점을 모두 인정받아 항소 기각 판결을 이끌어 냈습니다.
사건의 배경
피고 공기업은 1994년경부터 철도역사 및 철도차량의 청소, 전호·연료 주입 등 철도 운행에 부대하는 용역 업무를 외부업체에 위탁하여 왔습니다. 원고 A는 피고의 자회사로 설립되어 위 용역 업무를 장기간 수행해 온 회사이고, 원고 B는 2009년 피고 측으로부터 원고 A 발행주식의 46.5%를 양수한 투자회사입니다.
2017년 7월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피고는 외주업체 소속 근로자들을 자회사의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용역 업무 위탁을 중단하는 사업전환을 추진하였습니다. 원고 A 소속 근로자들은 노사협의 및 전문가 조정 절차를 거쳐 피고 자회사의 직원으로 채용되었고, 원고 A와의 위탁계약은 갱신되지 않았습니다.
원고들의 청구
원고 A는 피고의 사업전환 및 인력채용 조치가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부당거래거절, 인력의 부당유인·채용, 거래상 지위 남용에 각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약 80억 9,3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원고 B는 주식양수도계약 체결 당시 피고가 원고 A의 매출 발생을 보장하는 약정을 하였고 이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하며 약 11억 9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법원의 판단 — 원고 A의 청구
부당거래거절 주장
법원은, 존속기간의 정함이 있는 계속적 계약에서 사업자는 계약갱신 여부를 스스로 판단·결정할 자유를 가지며, 이 사건 사업전환은 정부 정책과 관련 법규의 변화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서 원고 A의 사업활동을 곤란하게 할 부당한 의도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피고가 원고 A 외에도 다양한 업체들에 입찰방식으로 용역을 위탁하였던 점,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에 따라 자회사와의 수의계약이 허용된 점 등도 함께 고려되었습니다.
인력의 부당유인·채용 주장
법원은, 이 사건 인력채용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근로자들의 채용 형태를 양성화하고 지위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로서, 과다한 급여 제안이나 기망·강박 등 부당한 수단이 사용된 바 없다고 보았습니다. 근로자들 각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채용공고에 응시함으로써 이루어진 것이고, 피고가 노·사 및 전문가 협의기구를 구성하여 노사합의와 전문가 조정결정을 거치는 등 가이드라인이 정한 절차를 성실히 이행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항소심에서 원고 A는 피고 직원이 현장 근로자들과 개별 접촉하여 이직을 강요하였다고도 주장하였으나,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전문진술에 불과하여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거래상 지위 남용 주장
법원은, 피고가 용역 위탁에 관하여 원고 A에 대해 거래상 우월한 지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피고의 사업전환 및 인력채용 행위 자체가 거래조건을 설정·변경하거나 그 이행과정에서 불이익을 준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항소심 추가 쟁점 — 관련 규칙조항의 위헌 여부
항소심에서 원고 A는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 조항이 공공기관운영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 위헌·무효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법원은 관련 법규의 전반적 체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위 규칙조항이 공기업이 체결하는 계약의 상대방 및 기준·절차에 관한 내용으로서 위임 범위 안에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아가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안정이라는 입법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모두 갖추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이로써 직업수행의 자유 및 평등권 침해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항소심 추가 쟁점 — 정규직 전환 대상 해당 여부
원고 A는 소속 근로자들이 정년이 보장된 정규직이므로 가이드라인상 정규직 전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법원은, 가이드라인이 파견·용역근로자에 대해서는 비정규직 여부를 불문하고 전환 대상에 포함시키는 취지라고 해석하였습니다. 60세 이상 고령자, 고도의 전문성 업무, 근로자의 전환거부 등 전환예외 사유에 대해서도, 해당 업무가 고령자 친화 직종에 해당하는 점, 특별한 자격이나 기술을 요하지 않는 점, 노사합의를 거쳐 전환이 진행된 점 등을 들어 전환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법원의 판단 — 원고 B의 청구
법원은, 주식양수도계약에 매출 보장에 관한 기재가 없는 점,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가 없는 점, 원고 B 대표이사 스스로 서면 기재를 요청하였으나 공기업의 지위상 곤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진술한 점을 종합하여, 매출보장약정이 체결되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항소심에서는 원고 A가 과거 나눔경영 입찰제도 시행으로 매출이 대폭 감소하였을 때(수주율 66.2% → 13.5%) 탄원서만 제출하였을 뿐, 매출보장약정에 기한 법적 조치를 취한 바 없다는 점도 추가로 지적되었습니다. 매출보장약정이 존재하였다면 당연히 약정에 따른 권리를 주장하고 법적 조치로 나아갔을 것이라는 경험칙에 비추어, 약정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입니다.
마치며
공공기관의 정규직 전환 정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그에 따른 사업전환 과정에서 기존 용역업체와의 분쟁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사건이 보여주듯, 분쟁의 양상은 단순한 계약 해지 문제에 그치지 않습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거래거절, 인력의 부당유인, 거래상 지위 남용이 동시에 주장되고, 항소심에서는 관련 규칙조항의 위헌·무효라는 헌법적 쟁점까지 추가되었습니다.
이런 유형의 사건은 공정거래법, 공공기관운영법, 계약사무규칙, 노동법제가 겹치는 영역이어서, 각 쟁점에 대한 방어 논리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합니다. 특히 정부 정책에 따라 이루어진 조치라 하더라도 절차적 정당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부당성이 인정될 여지가 있고, 반대로 절차를 충실히 이행한 사실이 입증되면 강력한 방어 근거가 됩니다. 공기업의 사업전환이나 공정거래법 관련 분쟁에서 법적 대응이 필요하신 경우, 사실관계와 쟁점을 함께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맹조영 변호사는 국내 3대 대형로펌인 세종에서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공기업·공공기관 소송 대리, 공정거래법 분쟁 대응, 사업전환·구조조정에 따른 계약 분쟁, 위임입법 및 행정규칙 관련 쟁점 검토, 노사협의 절차의 적법성 분석, 손해배상 청구 전략 수립까지 사안별 사실관계 분석을 통해 체계적인 대응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 본 포스팅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 사안에 대한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안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고, 법령 역시 지속적으로 제·개정되는 만큼, 게재된 내용이 현시점 특정 사안에 적용되는지는 반드시 확인하셔야 합니다. 구체적 사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신 경우, 정식 법률상담을 요청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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