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상간녀에게 준 돈의 법적 처리
남편이 상간녀에게 준 돈의 법적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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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상간녀에게 준 돈의 법적 처리 

엄세연 변호사

믿고 의지하던 내 남편에게 상간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충격적인데, 현실에서는 설상가상으로 더 황당하고 억울한 일들이 벌어지기 마련입니다. 상간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어렵게 승소 판결을 받아냈더니, 알고 보니 그 배상금을 상간녀가 직접 마련한 것이 아니라 바람을 피운 장본인인 남편이 몰래 건네준 돈으로 납부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죠.

게다가 불륜 관계가 오래 이어진 경우라면, 남편이 상간녀에게 매달 생활비를 대주거나 데이트 비용과 선물 값을 꾸준히 지출해 온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분들이 억울함을 느끼면서도 법적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막막해하십니다. 그럼 과연 남편이 상간녀에게 준 돈은 법적으로 그냥 인정되는 걸까요? 또한 원고가 그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이혼을 하게 된다면 그 돈은 어떻게 처리되는지, 지금부터 상황별로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남편이 상간녀의 손해배상금을 대신 내줬다면

불륜으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남편과 상간녀는 피해자에게 함께 손해를 끼친 공동 가해자입니다. 이 경우 피해자는 두 사람 중 누구에게든 손해배상금 전액을 청구할 수 있고, 어느 한 쪽이 전액을 변제하면 나머지 한 쪽의 채무도 함께 소멸합니다. 이것이 공동불법행위에서의 연대책임 구조입니다.

이 구조에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상간녀 명의로 손해배상금이 납부된 경우, 설령 그 돈의 출처가 남편이라 하더라도, 법원은 상간녀가 변제한 것으로 봅니다. 채무자 중 한 명인 상간녀가 전액을 변제했으므로 남편을 포함한 공동 가해자 전원의 동일한 손해배상 채무가 소멸하는 것입니다. 즉, 상간녀가 배상금을 냈다면 같은 손해를 원인으로 남편에게 추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다만, 여기서 위자료와 손해배상의 관계를 짚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상간녀에 대한 손해배상이 변제로 소멸했더라도, 이혼을 원인으로 한 남편에 대한 이혼 위자료 청구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이혼 위자료는 혼인 파탄에 따른 정신적 손해를 배상받는 것으로, 상간녀에 대한 손해배상과는 청구 원인과 성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상간녀의 배상금 납부로 모든 청구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이혼 절차에서 남편에게 별도로 위자료를 청구하는 방안은 여전히 검토해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혼을 하지 않는다면

아이들을 생각해서, 혹은 여러 이유로 상간소송은 진행하되 이혼은 하지 않고 살아가는 분들이 많으실텐데요, 이 경우 어떻게 될까요? 먼저 남편이 상간녀에게 건네준 돈이 어디서 나왔는지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합니다. 혼인 기간 동안 부부가 함께 일구어 온 재산은 원칙적으로 부부 공동의 재산입니다. 남편이 혼자 번 돈이라 하더라도, 혼인 중에 형성된 재산은 기본적으로 둘 다의 것으로 봅니다. 그 재산에서 남편이 아내의 동의 없이 수천만 원을 빼내 상간녀에게 넘겼다면, 원고 입장에서는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혼을 하지 않고 혼인 관계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남편이 상간녀에게 지출한 금액을 직접 반환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우리 민법상 부부는 각자 자신의 재산을 관리하고 처분할 권한이 있기 때문에, 남편 명의의 재산을 남편이 사용한 것 자체를 곧바로 불법으로 구성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혼인 중 직접적인 반환 청구의 현실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증거 확보는 반드시 지금 해두어야 합니다. 계좌 이체 내역, 카드 사용 내역, 간편 송금 기록은 남편이 상간녀에게 얼마나, 얼마나 자주 돈을 보냈는지를 입증하는 핵심 자료가 됩니다. 이 자료들은 이혼을 결심하게 됐을 때 재산분할과 위자료 청구에서 결정적인 근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이혼을 하게 된다면

만일 상간소송과 더불어 이혼을 하게 되면 법원은 혼인 기간 동안 형성된 부부 공동재산을 기준으로 재산분할을 결정합니다. 많은 분들이 남편이 상간녀에게 빼돌린 돈만큼 분할 대상 재산이 줄어든다고 생각하는데, 법원의 실제 접근 방식은 이와 조금 다릅니다. 법원은 단순히 돈이 없어졌으니 분할 대상 재산이 줄었다고 보는 것이 아니라, 재산분할 비율이나 금액을 정할 때 남편의 부당한 재산 처분 사실을 불리한 사정으로 종합적으로 참작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즉, 남편이 상간녀에게 손해배상금을 대신 내주거나, 데이트 비용과 선물 명목으로 꾸준히 공동재산을 지출한 사실이 입증된다면, 법원은 재산분할 심판에서 원고에게 보다 유리한 비율이나 금액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이를 반영할 수 있습니다. 재산분할은 단순한 5:5의 기계적 나눔이 아니라, 혼인 기간의 기여도와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한편, 위자료는 재산분할과 별개입니다. 재산분할이 혼인 중 함께 형성한 재산을 청산하는 절차라면, 위자료는 남편의 부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입니다. 이혼 소송에서는 이 두 가지를 함께 청구할 수 있으며, 남편이 상간녀에게 지출한 금액은 재산분할 산정 시의 참작 사유인 동시에, 위자료 액수를 정하는 데 있어서도 남편의 유책성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됩니다. 따라서 이 두 청구를 전략적으로 연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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