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의 외도, 맞바람의 법적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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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의 외도, 맞바람의 법적 리스크 

엄세연 변호사

배우자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배신감과 분노가 동시에 밀려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오랜 시간을 쌓아온 신뢰가 한순간에 산산조각 나는 경험은 그 어떤 말로도 온전히 표현하기 어렵죠. 상담실에서 수많은 분들을 만나면서, 그 고통이 얼마나 깊고 현실적인지를 매번 절감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맞바람’이라는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상대가 먼저 잘못했으니 나도 똑같이 대응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만일 이혼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면 이는 단순한 실수를 넘어 법적으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나도 맞바람 필게" 그 답장 한 통이

배우자의 외도 정황을 발견하고 격분한 나머지 "그럼 나도 바람 필게"라고 답장을 보내는 분들이 있습니다. 혹은 오랜 이성 친구에게 감정을 털어놓으며 "우리도 한번 만나볼래?"와 같은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죠. 그러나 그 순간에는 단순한 감정의 분출이었을지 몰라도, 이후 실제 만남이나 부정행위로 이어질 경우, 바로 그 문자가 관계의 시작점을 보여주는 정황 증거로 법정에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혼 소송에서 상대방 배우자 측 변호사는 카카오톡 메시지, SNS DM, 통화 내역 등 모든 디지털 기록을 샅샅이 뒤집습니다. 본인 입장에서는 실제로 만난 것도 아니고 그냥 화가 나서 보낸 말이었더라도, 판사의 눈에는 불륜 관계를 암시하는 정황 증거로 읽힐 수 있습니다. 특히 이후 해당 이성과 실제로 만남이 이어졌다면, 그 메시지는 관계의 시작을 보여주는 타임라인 증거로 기능하게 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증거가 축적되면 이후 진행할 위자료 청구나 유책 판단에서 본인의 입지를 크게 좁혀버린다는 점입니다. 배우자가 먼저 외도를 했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본인도 같은 행위에 가담한 흔적이 남아 있으면 법원은 '쌍방 유책'으로 판단하게 되고, 그 순간부터 유리했던 법적 지위가 순식간에 무너집니다. 분노를 담은 메시지 한 줄이 수백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에 달하는 위자료의 판도를 바꿔놓을 수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셔야 합니다.

이혼을 한다면, 맞바람의 영향

이혼 소송에서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세 가지입니다. 누가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지, 위자료는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 그리고 재산분할은 어떻게 나뉘는지입니다. 맞바람은 이 세 가지 모두에 걸쳐 본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우선 이혼 청구권의 문제입니다. 우리 민법은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는 유책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만약 배우자가 먼저 외도를 했고 본인이 피해자 입장이었다면 이혼 청구권은 본인에게 있지만, 본인도 맞바람을 피운 사실이 밝혀지면 법원은 누가 더 주된 책임이 있는지를 따져보는데 만일 본인의 책임이 더 크다고 판단되면 이혼 청구가 기각될 수도 있습니다. 위자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배우자의 외도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면 수천만 원의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지만, 본인도 함께 외도를 한 경우에는 법원이 쌍방의 위자료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실질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대폭 줄어들거나 아예 사라질 수 있습니다.

재산분할은 유책 여부와 직접 연결되지 않으며, 유책배우자도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다만 재산분할 시 위자료적 성격을 포함하여 분할할 수 있고, 분할 비율 산정 시 당사자 쌍방의 일체의 사정을 참작한다는 점에서 유책 행위가 간접적으로 고려될 여지는 있습니다. 결국 맞바람이라는 선택은 이혼 소송 전반에 걸쳐 유리한 위치를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가 됩니다.

이혼하지 않고 참고 살기로 했다면, 더 큰 문제

많은 분들이 이혼 안하고 참고 살거니까 똑같이 맞바람피는 건 괜찮을거라고 생각하십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이혼을 선택하지 않더라도, 맞바람의 흔적은 훗날 예상치 못한 순간에 튀어나와 발목을 잡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부부 관계란 영원히 같은 상태를 유지하지 않으며, 몇 년 뒤 다시 이혼을 고려하게 되는 상황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이 상간자(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입니다. 배우자의 외도 상대방에게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은 흔히 이루어지는데, 만약 본인도 외도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 상대방 측에서 이를 역으로 활용해 본인의 외도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즉, 배우자와 그 상간자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더니, 반대로 본인의 외도 상대방이 거액의 배상 청구를 받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이는 본인과 관련된 제3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또한 참고 사는 동안 맞바람 관계가 지속되거나 깊어지면, 훗날 이혼 시점에서는 배우자가 아닌 본인이 '혼인 파탄의 주된 원인 제공자'로 역전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피해자였던 분이 맞바람으로 인해 오히려 유책 배우자로 판단받는 아이러니한 상황, 이혼 전문 변호사로서 실제 여러 번 목격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따라서 배우자의 외도를 알게 되셨다면, 지금 당장 감정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법적인 리스크를 냉정하게 따져보는 것이 본인의 법적 권리를 지키는 가장 현명한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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