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라법으로 연락 끊긴 부모 상속 못 받게 할 수 있을까?
구하라법으로 연락 끊긴 부모 상속 못 받게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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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라법으로 연락 끊긴 부모 상속 못 받게 할 수 있을까? 

유지은 변호사

부모와 수십 년 연락이 끊긴 채 살아왔는데, 막상 조부모가 돌아가시자 그 부모가 상속권을 주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당사자는 이런 질문을 하게 되죠. “구하라법이 생겼다던데 이제는 연락 끊긴 부모는 상속 못 받는 거 아닌가?”

구하라법이란 2024년 민법 개정으로 도입된 상속권 상실 청구 제도로 피상속인, 즉 돌아가신 분에 대해 현저한 비행이나 부양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상속인에 대해 법원 청구를 통해 그 사람의 상속권을 박탈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단순히 연락이 끊겼다는 이유만으로 상속권이 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구하라법만 믿고 있다가 상속 분쟁이 더 커지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구하라법의 실제 적용 범위와, 연락 끊긴 부모의 상속을 막고 손자가 조부모의 상속을 받아올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손자가 직접 구하라법으로 부모의 상속권을 박탈할 수 있나요?

구하라법에 따른 상속권 상실 청구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다른 공동상속인 또는 검사입니다. 그런데 손자는 원칙적으로 부모가 살아있는 동안 할머니의 상속인이 아닙니다. 따라서 부모가 살아있는 경우 손자는 할머니의 상속인이 될 수 없으므로 상속권 상실 청구 역시 직접 제기할 자격이 없습니다.

그동안 할머니의 부양을 손수 해온 손자 입장에서 자신도 버리고 떠난 부모가 갑자기 할머니의 상속재산을 가로채는 것이 억울하다고 느껴지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의 다른 자녀, 즉 집 나간 부모의 형제자매가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분들은 공동상속인으로서 구하라법에 따른 상속권 상실 청구를 직접 할 수 있거든요.

손자가 할머니의 상속재산을 받도록 해주어야겠다고 동의한다면 그분들을 통해 상속권 상실청구를 진행하면 됩니다.이 청구가 인용돼 집 나간 부모의 상속권이 박탈되면, 그때 비로소 손자가 대습상속인으로 상속인의 지위를 얻게 됩니다. 상속인이 되고 나면 기여분 청구도 가능해집니다. 그래서 이 사안은 상속인 구성을 먼저 파악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구하라법이 적용되지 않으면 손자의 부양은 아무 의미가 없나요?

만일 집나간 부모에게 형제자매가 없어 상속권상실청구 자체가 안된다면 할머니의 재산은 유일한 상속인인 집나간 부모이므로 손자가 그동안 조부모를 부양한 대가는 받을 수 없는걸까요?

상속권 상실청구는 손자가 할 수 없지만, 다른 방법을 검토해볼 순 있습니다.

법적으로는 사무관리에 따른 비용 상환 청구, 또는 부당이득 반환 청구라는 방법입니다. 쉽게 말하면 상속인인 부모가 부담했어야 할 부양 비용을 손자가 대신 지출했다면 그 비용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 방법은 상속권 자체를 다투는 것이 아니라 민사사건이기 때문에 부모가 상속을 받아가더라도 부모 대신 할머니를 모신 손자가 실제로 쓴 비용만큼은 먼저 정산해 달라고 할 수 있으며 부양기간이 길고 지출 내역이 명확하다면 청구 금액이 커질 수 있습니다.

병원비 영수증과 의료비 지출 내역, 생활비를 이체한 계좌 기록, 간병이나 부양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주민등록 내역, 주변 사람들의 진술, 조부모와 주고받은 문자나 카카오톡 대화가 모두 자료가 됩니다. 지출 내역이 손자 명의로 된 카드나 계좌에서 확인될수록 청구가 구체적이고 강해집니다.

구하라법 적용이 어렵다면 할머니 생전 유언으로 손자에게 재산을 물려줄 수 있을까?

할머니가 생전에 손자에게 재산을 남기겠다는 유언 공증을 해두셨다면, 그 유언이 상속보다 우선합니다. 물론 집 나간 부모는 법정상속인이기 때문에 유언 내용과 무관하게 할머니가 손자에게 물려준 재산에 대해 유류분을 청구할 수 있어요.

만일 조부모께서 이러한 부분을 염려해 손자에게 미리 유언을 해두고자 한다면 다음 사항을 미리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연락 끊긴 자녀가 상속재산을 두고 다투는 경우 유언무효, 유류분, 치매·인지능력 문제까지 함께 다투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래 부분들을 생전에 반드시 점검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조부모의 현재 의사능력 상태입니다. 나이가 많거나 치매 진단, 인지저하 기록이 있는 경우에는 사후에 정상 판단 상태에서 작성한 유언이 아니다라는 공격이 들어오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공증유언을 활용하거나, 유언 당시의 건강 상태·대화 가능 상태·진료 기록 등을 함께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두 번째는 실제 부양 자료 정리입니다. 손자가 단순히 왕래한 정도인지, 실제 생활·간병·병원 동행·생활비 부담을 해왔는지가 중요합니다. 건강보험 피부양자 등록, 병원비 이체내역, 간병 기록, 동거 사실, 통화·메신저 내역 같은 자료들은 이후 기여분이나 유류분 분쟁에서 상당히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특히 조부모 소유의 집이 유일한 상속재산인 경우 사망하기 전 손자에게 물려주는 방법은 추후에 유류분 분쟁을 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집은 유류분대상이 되기 때문에 유류분이 인정되면 유류분 지급을 위해 손자는 살던 집을 팔아서 유류분을 마련해야하거나 빚을 내야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때문에 유증할때 '손자가 계속 동거·간병을 하는 조건으로 재산을 이전한다'는 부담부 증여나 생활보장형 구조로 집을 넘겨야 유류분 분쟁에서 유리한 지점을 차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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