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과도한 민원, 교사는 참아야만 할까?
학부모 과도한 민원, 교사는 참아야만 할까?
법률가이드
명예훼손/모욕 일반사이버 명예훼손/모욕손해배상

학부모 과도한 민원, 교사는 참아야만 할까? 

엄세연 변호사

요즘 SNS나 유튜브를 보면 학부모와 교사 사이의 갈등을 소재로 한 콘텐츠들이 많은 공감을 얻고 있죠. 실제 유치원 교사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나누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뉴스 기사를 통해서도 과도한 민원 사례들이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는데요. 하루에도 몇 번씩 울리는 학부모 전화, 퇴근 후에도 끊이지 않는 카톡 메시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요구들까지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보다 민원을 응대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현실이 되어버렸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물론 자녀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정당한 요구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모기에 물린 것을 두고 교사에게 책임을 묻거나, 유치원에서 쓰는 물티슈 성분을 확인해달라, 우리 애가 먹을 수 있는 걸로 급식을 바꿔달라 등의 요구는 과도한 것이 사실입니다. 더 나아가 교사가 퇴근 후 지인과 식사 자리에서 술 마시는 것을 보고 문제 삼거나, 개인 SNS의 프로필 사진을 바꿔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는데요. 근무 시간이 끝난 이후의 일상까지 교사로서의 기준에 맞춰야 한다는 건,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선을 넘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에 교사들이 이런 상황들을 조용히 감내해온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무게가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출근을 이어가는 선생님들이 생겨날 정도로, 이 문제는 이제 단순히 개인이 참고 버텨야 할 일이 아닙니다. 학부모와 교사 모두가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어떤 행동들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지 한 번쯤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은 변호사의 시각에서, 유치원 선생님들이 실제로 어떤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는지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

 

끝없는 전화와 무리한 요구들

학부모가 업무 시간은 물론 퇴근 후에도 반복적으로 연락을 취하며 이것저것 요구하는 상황, 처음엔 그러려니 하고 넘기게 되지만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다 보면 교사 입장에서는 심각한 스트레스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감정적인 언행이나 관두게 하겠다는 등의 협박성 발언이 동반된다면, 이는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압박 행위는 민법상 불법행위로서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의 근거가 될 수 있고, 협박성 언행이 수반된다면 형사적으로도 강요죄나 협박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아이에게 약을 대신 먹여달라는 요구도 단순한 부탁처럼 들릴 수 있지만, 사실은 굉장히 민감한 문제입니다. 유치원 선생님은 의료인이 아니기 때문에 아이에게 직접 약을 투여하는 행위 자체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영역입니다. 선생님을 위해서도, 아이를 위해서도 적절하지 않은 요구인 셈입니다.

 

아이가 유치원 내에서 모기에 물린 일을 두고 교사에게 책임을 묻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법적으로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해당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막을 수 있었어야 하는데, 모기에 물리는 일은 일반적으로 교사의 과실로 보기 어렵습니다. 다만 실외 활동 중 방충 조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등 구체적인 사정이 있다면 예외적으로 판단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처해 계신 선생님들께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을 하나 말씀드리자면, 바로 기록입니다. 언제, 어떤 요구를 받았는지 간단하게라도 메모해 두시고, 통화 내용은 녹음해 두시는 게 좋습니다. 카톡이나 문자 메시지도 삭제하지 말고 그대로 보관해 두세요. 당장은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이 기록들이 나중에 상황이 심각해졌을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면 원장 선생님께 공식적으로 알리는 것도 중요한 첫걸음입니다.

 

퇴근 후 일상까지 간섭하는 행위

선생님도 퇴근하면 한 명의 평범한 시민입니다. 퇴근 후 지인과 식사 자리에서 술을 마시는 것은 누구에게도 허용된 일상이고, 개인 SNS에 어떤 사진을 올릴지도 온전히 본인이 결정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그런데 이런 개인적인 일상을 문제 삼아 시정을 요구하는 것은, 법적으로 보장된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헌법에서도 모든 국민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있으며, 교사라는 직업을 가졌다고 해서 이 권리가 제한되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이런 요구가 단순한 제안이 아니라 압박의 형태로 이루어질 때입니다.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원장에게 민원을 넣겠다거나, 다른 학부모들에게 이야기하겠다는 식으로 선생님을 압박하는 경우, 이는 법적으로 강요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업무 외 사적인 영역에서 원하지 않는 행동을 억지로 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런 행위는 생각보다 무거운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선생님의 개인 SNS 게시물이나 사적인 정보를 동의 없이 다른 학부모들과 공유하거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는 행위도 명백한 문제입니다.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유포하는 것은 법적으로도 허용되지 않으며, 이로 인해 선생님의 명예가 훼손되었다면 그에 따른 피해 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참고 넘기기보다는 해당 게시물을 캡처해두고 전문가와 상담해보시는 것이 훨씬 현명한 대처입니다.

 

학부모의 폭언과 비난

교사로서의 자질을 공개적으로 의심하는 발언이나 인격을 경멸하는 표현들은 단순히 기분 나쁜 말이 아니라 법적으로도 문제가 되는 행위입니다. 구체적인 사실을 들어 교사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내용을 다른 사람들에게 퍼뜨리는 행위는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고, 구체적인 사실의 언급 없이 교사의 인격 자체를 경멸하거나 무시하는 표현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하는 것은 모욕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이나 맘카페처럼 불특정 다수가 내용을 접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에서 이루어진 경우에는, 발언이 퍼져나갈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는 만큼 공연성이 보다 쉽게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단체 채팅방의 경우 구성원의 수나 성격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어, 구체적인 상황에 따른 검토가 필요합니다.

 

이런 피해를 입으셨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증거를 먼저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직접 들은 발언이라면 그 상황을 녹음해 두시고, 온라인에 올라온 내용이라면 캡처해서 보관해 두세요. 어떤 말이, 어떤 상황에서, 누구에게 전달되었는지를 정리해두는 것만으로도 나중에 큰 차이가 생깁니다. 아울러 교원지위법에서는 교육활동 침해 행위에 대해 별도의 신고 및 보호 절차를 마련하고 있으므로, 민·형사적 대응과 함께 교육활동 침해 신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선생님들이 법적 대응을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가 학부모를 상대로 조치를 취했을 때 주변의 시선이 걱정된다는 것인데요, 부당한 피해에 맞서는 것은 누구에게나 허용된 정당한 권리입니다. 특히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면 더더욱 혼자 감당하려 하지 마시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보시길 바랍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엄세연 변호사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70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