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해 미치겠어요”
억울하다는 말로는 다 표현이 안 된다며 상담실을 찾아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하지도 않은 일로 피의자가 되어 수사를 받고, 그 사실이 주변에 알려지면서 가족까지 고통받는 시간.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해도,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겪어야 했던 정신적 고통과 사회적 낙인, 그리고 가족들이 함께 짊어져야 했던 무게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데요. 무혐의가 나왔으니 이제 다 끝난거 아닐까 싶으시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수사 결과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해서, 나를 허위로 고소한 상대방이 자동으로 무고죄로 처벌받지는 않습니다. 무고죄는 별도의 형사 절차를 통해 성립 여부를 다퉈야 하며, 그 과정에서 피해자는 또다시 홀로 긴 싸움을 이어가야 합니다. 시간도, 정신력도, 비용도 다시 소진된다는 뜻이죠. 심지어 고소에 연루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직장을 잃거나, 오랫동안 쌓아온 사회적 신뢰와 평판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경우도 적지 않죠. 내 억울함은 끝나지 않은 채, 싸움만 계속되는 것입니다.
무고죄란 무엇이고, 어떻게 성립하나요?
억울함을 다투기 위해서는 먼저 무고죄가 정확히 무엇인지부터 알 필요가 있습니다. 무고죄란? 타인을 형사처벌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수사기관이나 공무소에 허위 사실을 신고했을 때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형법 제1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결코 가볍지 않은 죄인데요. 특히 피해자의 진술 외에는 물적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성범죄 사건에서 무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며, 단 한 번의 허위 신고로 한 사람의 인생 전체가 흔들리는 경우를 수없이 목격해 왔습니다.
그런데 무고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히 고소가 결과적으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고소 당시 고소인이 그 내용이 허위임을 알면서도 신고했다는 점, 즉 '고의성'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무혐의 처분은 '범죄 사실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의미이지, '고소 내용이 거짓이었다'는 것을 법적으로 확인해 주는 판단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리하자면, 증거가 불충분해서 무혐의가 나온 것과, 처음부터 거짓 고소였다는 것은 법적으로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 차이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무고죄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따라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뒤에도, 상대방의 무고죄를 묻고 싶다면 별도로 무고죄 고소장을 작성하여 수사기관에 제출하고, 허위 신고였음을 입증하는 절차를 새롭게 밟아야 합니다. 억울함이 법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또 한 번의 싸움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고소 당시의 메시지, 통화 기록, 주변 진술 등 허위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정리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법률 전문가의 조력 없이 혼자 대응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위험합니다.
무고죄가 성립된다면, 정신적 피해도 보상받을 수 있나요?
허위 고소로 인해 피의자가 된 기간 동안 겪어야 했던 고통은 단순한 불편함 수준이 아닐텐데요. 수사기관을 오가며 받은 조사, 주변 사람들의 의심 어린 시선, 직장과 사회적 관계에서 입은 손해, 그리고 잠 못 이루는 밤들. 이 모든 것이 타인의 악의적인 허위 신고로 인해 발생한 실질적인 피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무고죄가 형사적으로 성립된다면, 민사적으로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합니다. 허위 고소는 명백한 불법행위에 해당하며, 이로 인해 발생한 정신적 고통, 즉 위자료를 상대방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수사 기간의 장단, 혐의의 중대성, 피해자가 받은 사회적 불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위자료 액수를 산정합니다.
특히 성범죄 무고 피해의 경우, 혐의만으로도 사회적 평판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직업을 잃거나 대인 관계가 무너지는 등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합니다. 이처럼 명예와 인격권에 대한 침해가 극심한 경우에는 위자료 인정 금액도 상응하게 높아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억울함을 참고 넘기기보다, 법적 절차를 통해 정당한 배상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쓴 변호사 비용도 돌려받을 수 있나요?
현실적으로 볼 때, 성범죄 혐의를 받게 되면 변호사의 조력은 선택이 아니라 사실상 필수입니다. 수사 초기 단계에서의 진술 방향, 증거 보전, 검찰 의견 제출까지 법률 전문가 없이 혼자 대응하다가는 하지도 않은 일로 기소되거나 심지어 처벌을 받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결백한 사람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에 달하는 변호사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현실. 그 비용을 나를 허위로 고소한 상대방에게 청구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청구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부당한 고소에 대응하기 위해 지출한 변호사 선임비용도 허위 고소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으며, 고소인은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쓰지 않아도 될 돈을 억울하게 써야 했다면, 그 부담을 고스란히 혼자 짊어질 이유가 없습니다.
과거에는 실제 지출한 변호사 비용의 70~80% 수준에서 인정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변호사 비용 전액을 손해로 인정한 판결도 나오고 있어 주목됩니다. 무고 피해자의 법적 구제 범위가 점차 넓어지는 추세이므로, 포기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정확한 청구 범위와 입증 방법은 사건의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달라지므로, 변호사 선임 당시부터 영수증과 계약서 등 관련 서류를 꼼꼼히 보관해 두고, 초기부터 전문가와 함께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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