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 직전 한 말 받아적어도 유언 효력 있을까?
임종 직전 한 말 받아적어도 유언 효력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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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 직전 한 말 받아적어도 유언 효력 있을까? 

유지은 변호사

폐암 말기 환자 B씨는 사망 사흘 전 병원 병실에서 이부형제 A씨와 증인 2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유언을 남겼습니다.

산소호흡기를 낀 채 힘겹게 말을 이어가던 B씨는 스스로 유언 전문을 구술하기 어려운 상태였고, 일부 재산 내역은 A씨가 받아 적어 낭독하는 방식으로 유언이 이루어졌습니다.

변호사가 이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했고, B씨는 유언장을 확인한 뒤 서명했습니다.

이후 A씨가 법원에서 유언 검인을 받고 은행에 예금 9,600여만 원의 지급을 청구했지만, 은행은 거부했습니다."이 유언은 법적으로 효력이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과연 은행의 판단이 맞을까요?

최근 대법원(2024다309430)이 임종 직전 한 말이 유언으로써 법적 효력이 있는지 답을 내놓았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위급 상황에서의 유언이 어떤 기준으로 인정되는지 실무에서 어떻게 판단되는지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유언검인까지 했는데 왜 인정 안 될까? 은행이 지급을 거부한 이유

유족 입장에서는 “법원에서 유언검인까지 마쳤는데 왜 은행은 돈을 안 주나요?”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유언검인은 문서의 존재와 형식을 확인하는 절차일 뿐, 그 유언의 유효성까지 확정하는 절차는 아닙니다. 따라서 검인을 받았다고 해서 곧바로 금융기관이 지급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대법원 사례에서도 쟁점은 바로 이 지점이었습니다. 유언자가 위급한 상황에서 직접 쓰지 못하고 타인이 받아 적은 방식으로 유언이 작성되었는데, 은행 입장에서는 해당 유언이 법적으로 유효한지, 작성 과정에 문제는 없는지, 상속인 간 분쟁 소지는 없는지 확신하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이러한 불명확성과 분쟁 가능성 때문에 지급을 보류한 것입니다.

이처럼 금융기관은 단순히 검인 여부만 보는 것이 아니라, 유언의 내용과 작성 경위가 명확한지까지 함께 고려합니다. 그래서 형식은 갖췄더라도 유언의 실질적 효력이 다투어질 여지가 있다면, 실제 지급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임종 직전 남긴 말, 받아적으면 유언 효력이 없나요?

많은 분들이 “직접 쓰지 않았으니 무효 아닌가요?”라고 생각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원칙적으로 자필증서 유언은 유언자가 직접 작성해야 하므로 타인이 받아 적은 문서는 효력이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다만 민법은 예외적으로 구수증서 유언(긴급유언)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사망이 임박해 글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유언자가 말로 의사를 밝히고, 이를 제3자가 받아 적은 뒤 일정한 절차를 갖추면 유효한 유언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도 유언자가 위급한 상태에서 직접 글을 쓰지 못하고, 주변인이 내용을 받아 적은 방식이었지만, 법원은 당시 상황의 긴급성과 유언 의사의 명확성, 작성 과정의 신뢰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유언의 효력을 인정한 것입니다.

다만 이러한 예외는 매우 제한적으로 인정됩니다. 단순히 임종 직전 말을 받아 적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제 위급성, 명확한 의사 표현, 절차의 신뢰성이 모두 입증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구수증서 유언은 가능하지만, 인정 기준은 매우 엄격하다는 점을 반드시 이해해야 합니다.


구수증서 유언이 법적으로 효력을 가지려면 어떻게 작성되어야 하나요?

구수증서 유언은 위급한 상황에서만 허용되는 만큼, 법이 요구하는 절차를 엄격하게 갖춰야 효력이 인정됩니다. 우선 유언자는 사망이 임박해 다른 방식으로 유언을 할 수 없는 상태여야 하고, 자신의 의사를 2인 이상의 증인 앞에서 명확하게 구술해야 합니다.

그 내용을 들은 증인 중 1명이 이를 받아 적고, 나머지 증인들이 그 내용이 정확한지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이후 작성된 유언서는 증인들이 서명하거나 날인해야 하며, 일정 기간 내에 법원에 제출해 확인을 받아야 합니다.

이러한 절차가 중요한 이유는, 자필이 아닌 만큼 유언의 진정성과 왜곡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입니다. 즉, 구수증서 유언은 단순히 말을 받아 적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증인의 참여와 절차적 요건을 통해 신뢰성을 확보해야만 효력이 인정되는 예외적인 방식입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의 의미

이번 대법원 판결은 유언의 효력 판단에서 형식만이 아니라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와 당시의 ‘위급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기준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특히 자필이 아닌 방식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무효로 보지 않고, 실제로 글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는지, 내용이 명확하게 전달되었는지, 작성 과정이 신뢰할 수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판단입니다. 모든 받아 적은 유언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엄격한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효력이 인정됩니다.

유언은 형식이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분쟁 없이 실현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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