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고소가 들어왔는데요, 강간 혐의입니다." 또는 "준강간으로 피소가 됐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면 머릿속이 하얘집니다. 강간이든 준강간이든 '성범죄로 고소됐다'는 사실만 크게 와 닿고 둘의 차이가 뭔지, 내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는 전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준(準)' 자 하나가 수사 방향, 진술 전략, 방어 논리 전체를 다르게 만듭니다.
조사 전에 이 차이를 모르고 들어가면 엉뚱한 방향으로 진술을 해버리는 일이 실제로 생깁니다.
강간과 준강간, 무엇이 다른가
강간죄는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상대방과 강제로 성관계를 한 경우에 성립합니다.
핵심 쟁점은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느냐 없었느냐입니다.
고소를 당한 입장에서는 "나는 폭행하지 않았다", "협박한 사실이 없다"는 방향으로 방어 논리를 구성해야 합니다.
반대로 고소인 측에서는 구체적인 폭행 행위나 협박 발언이 있었다는 점을 주장하게 됩니다.
준강간죄는 완전히 다릅니다. 폭행이나 협박은 구성 요건이 아닙니다.
피해자가 심신상실 상태이거나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을 때 그 상태를 이용해 성관계가 이루어졌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즉, 준강간에서 수사의 핵심은 그 당시 상대방이 얼마나 취해 있었는지 의식이 있었는지 없었는지입니다.
폭행 여부가 아니라 의식 상태가 주 쟁점이 됩니다.
혐의를 정확히 알아야 진술이 흔들리지 않는다
많은 분들이 경찰에서 연락을 받은 후 혐의가 강간인지 준강간인지 정확히 확인하지 않은 채로 대응을 준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강간 혐의에 맞춰 준비했는데 조사실에서 준강간 방향으로 수사가 진행된다면 준비해온 방어 논리 전체가 무용지물이 됩니다.
전혀 다른 사건을 그 자리에서 갑자기 맞닥뜨리는 상황이 됩니다.
강간으로 피소됐더라도 수사 과정에서 준강간으로 방향이 전환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수사기관이 임의적으로 방향을 바꾸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강간으로 고소됐다고 해서 준강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고 준비해서는 안 됩니다.
두 방향 모두를 염두에 두고 조사 전 발언을 꼼꼼히 점검해야 합니다.
블랙아웃과 패싱아웃, 이 차이가 결과를 바꾼다
준강간 사건에서 자주 등장하는 쟁점이 있습니다.
피해자가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고 주장하는 경우입니다.
이때 패싱아웃(passing out)과 블랙아웃(black out)은 법적으로 다르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패싱아웃은 실제로 의식을 완전히 잃고 잠든 상태입니다.
이 경우 준강간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블랙아웃은 다릅니다.
그 당시에는 어느 정도 의식이 있었지만 나중에 기억이 나지 않는 상태입니다.
행위 당시에는 의사 표현을 하거나 반응을 했지만 이후에 필름이 끊긴 것입니다.
고소를 당한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블랙아웃 상태였다고 주장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당시 상대방이 신음소리를 냈다, 특정 행동을 요구했다, 반응이 있었다는 구체적인 사실을 뒷받침할 수 있다면 의식이 있었다는 방향의 방어가 가능합니다.
이 두 개념의 차이를 모르고 조사에 들어가면 수사관의 질문에 엉뚱한 답을 하거나 스스로에게 불리한 진술을 해버릴 수 있습니다.
유사강간, 준유사강간, 강제추행까지 정리하면
비슷한 구조가 다른 죄명에도 적용됩니다.
유사강간은 폭행 또는 협박을 통해 구강, 항문 등에 성기나 도구를 넣는 행위입니다. 강간과 마찬가지로 폭행·협박 여부가 쟁점입니다.
준유사강간은 폭행·협박 없이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강제추행은 폭행·협박 또는 기습적인 방식으로 신체 부위를 접촉한 경우이고 준강제추행은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에서 같은 행위가 이루어진 경우입니다.
패턴이 보이시나요. '준'이 붙으면 폭행·협박이 아닌 피해자의 의식 상태가 핵심으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그에 따라 방어 논리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실무에서 보면 강간이 준강간보다 처벌이 더 무겁게 나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폭행이나 협박이 더해진 경우이기 때문에 정신적 피해가 더 크다고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준강간이라도 결코 가볍지 않지만, 혐의 구분 자체가 처벌 수위와도 연결된다는 점을 알아두셔야 합니다.
조사 전 반드시 해야 할 준비
첫째, 내 혐의가 정확히 무엇인지 확인하세요. 강간인지, 준강간인지, 강제추행인지, 준강제추행인지부터 파악해야 이후 준비 방향이 잡힙니다.
둘째, 그날의 상황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정리해 두세요. 어디서, 누구와, 어떤 상황이었는지, 상대방의 반응이나 언어적 표현이 있었다면 기억나는 것을 모두 메모해 두세요.
조사실에서 즉흥적으로 답하다 보면 말이 엇갈리는 경우가 생깁니다.
셋째, 혐의 방향이 바뀔 가능성도 열어두세요.
강간으로 고소됐더라도 수사 과정에서 상대방이 의식 상태를 주장하기 시작하면 준강간으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두 방향 모두를 점검하고 조사에 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넷째, 휴대폰 제출 요청을 받았을 때는 신중하게 판단하세요.
메시지 내용이 맥락을 입증할 수 있는 경우도 있고, 오히려 불리하게 해석될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출 전에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하세요.
변호사 조력이 필요한 이유
성범죄 사건에서 혐의 구분 하나를 잘못 파악하고 조사에 들어가는 것은 상당히 위험합니다.
강간 혐의에 맞춰 폭행 여부만 준비해 갔는데 수사관이 "그 당시 상대방이 많이 취해 있었나요?"라고 질문을 시작하면 방어 준비가 전혀 맞지 않는 상황이 됩니다.
그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답하다가 의도치 않은 진술을 남기는 경우가 생깁니다.
변호사와 함께 준비하면 혐의가 어느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는지 어떤 질문이 나올 수 있는지를 사전에 파악하고 들어갈 수 있습니다.
또한 수사 도중 혐의 방향이 바뀌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미리 할 수 있습니다.
진술은 한 번 남기면 번복이 어렵습니다. 첫 조사 전에 준비를 마쳐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강간과 준강간, '준' 한 글자의 차이가 방어 논리 전체를 바꿉니다.
강간은 폭행·협박 여부가 핵심이고, 준강간은 피해자의 의식 상태가 핵심입니다.
혐의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조사에 임하면, 준비한 방어가 전혀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는 걸 그 자리에서 알게 됩니다.
블랙아웃과 패싱아웃의 차이, 유사강간과 준유사강간의 구분, 강제추행과 준강제추행의 성립 요건까지 모두 같은 원칙 위에 있습니다.
준이 붙으면 의식 상태 쪽으로 쟁점이 이동합니다.
고소 통보를 받은 후 막막하신 분들은 혐의 구분부터 확인하고 그 방향에 맞는 준비를 시작하세요.
조사 전 한 번의 상담이 이후 수사의 흐름을 크게 바꿀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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