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무법인(유한) 우승 박신영 변호사입니다.
학교폭력 신고를 했는데도 가해학생과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들어야 하고, 복도에서 마주치고, 심지어 같은 급식 줄에 서야 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심의위원회 개최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그 사이 피해학생은 매일 같은 공간에서 두려움을 견뎌야 합니다.
많은 학부모님들이 "신고는 했는데 학교가 아무것도 안 해준다"고 호소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법률은 이러한 상황을 위한 제도를 이미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바로 긴급조치 제도입니다. 심의위원회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지 않고도, 학교장이 즉시 발동할 수 있는 보호 수단입니다.
1. 긴급조치란 무엇인가
긴급조치는 학교폭력 사안이 접수된 이후 심의위원회의 최종 의결이 이루어지기 전이라도, 피해학생의 보호와 가해학생의 선도를 위해 학교장이 즉시 취할 수 있는 선제적 보호 조치입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폭력예방법')은 피해학생 보호를 위한 긴급조치와 가해학생 선도를 위한 긴급조치를 각각 규정하고 있으며, 두 가지 모두 결정권자는 학교의 장입니다.
긴급조치는 사안이 완전히 확인되기 전이라도 발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피해학생 입장에서는 가장 빠르게 활용할 수 있는 법적 보호 수단입니다.
2. 피해학생을 위한 긴급조치 — 학교에 요구할 수 있는 것들
가. 어떤 조치를 요청할 수 있나
학교폭력예방법 제16조 제1항은 피해학생이 긴급보호를 요청하는 경우, 학교장이 심의위원회 개최 요청 전이라도 다음 조치를 즉시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첫째,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심리상담 및 조언(제1호)입니다. 학교폭력 피해는 신체적 상처뿐 아니라 심리적 충격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문 상담사를 통한 즉각적인 심리 지원을 학교에 요청할 수 있습니다.
둘째, 일시보호(제2호)입니다. 피해학생이 가해학생과 같은 공간에 있는 것 자체가 위협이 되는 상황에서, 별도 공간에서의 일시적 보호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셋째, 치료 및 치료를 위한 요양(제3호)입니다. 신체적·정신적 피해에 대한 치료가 필요한 경우, 이를 위한 조치를 요청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치료에 필요한 결석은 출석일수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넷째, 그 밖에 피해학생의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제6호)입니다. 학교 자체의 특별보호프로그램 운영 등 피해학생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다양한 조치가 이에 해당합니다.
나. 피해학생 보호를 위한 분리 조치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의 장이 학교폭력 사건을 인지한 경우, 피해학생의 반대의사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지체 없이 가해자와 피해학생을 분리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분리 조치는 피해학생의 요청이 없더라도 학교장이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사항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무에서는 학교가 이를 소극적으로 처리하거나, 분리 조치 없이 사안 조사만 진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문제는 즉시 분리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 동안 추가 학교폭력이 발생하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다. 피해학생 측이 요청할 수 있는 추가 조치
피해학생 및 그 보호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 학교장은 전담기구 심의를 거쳐 출석정지(제6호) 또는 학급교체(제7호) 조치를 가해학생에게 취할 수 있습니다. 이는 피해학생 측의 적극적인 요청이 있을 때 발동되는 조치로, 피해학생 보호자가 서면으로 요청하는 것이 실무상 효과적입니다.
3. 가해학생에 대한 긴급조치 — 즉각적인 선도 조치
가. 학교폭력 인지 즉시 의무적으로 취해야 하는 조치
학교장은 학교폭력을 인지한 경우 지체 없이 가해학생에 대한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 조치(제2호)를 하여야 합니다. 이는 학교장의 재량이 아닌 의무 사항입니다.
이 조치에서 말하는 '접촉'의 범위는 가해학생이 의도적으로 피해학생에게 접촉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으로, 인터넷·휴대전화 등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행위도 포함됩니다. 다만 교육활동 및 일상생활 가운데 이루어지는 의도하지 않은 접촉까지 모두 금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 학교장이 긴급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취할 수 있는 조치
학교장은 피해학생의 보호와 가해학생의 선도·교육이 긴급하다고 인정할 경우, 심의위원회 개최 요청 전이라도 다음 조치를 우선 부과할 수 있습니다.
서면사과(제1호), 학교에서의 봉사(제3호),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특별교육이수 또는 심리치료(제5호), 출석정지(제6호), 학급교체(제7호)가 이에 해당합니다.
이 중 출석정지와 학급교체는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을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가장 실효적인 수단입니다.
특히 학교장이 우선 출석정지와 학급교체 조치를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2명 이상이 고의적·지속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경우, ② 전치 2주 이상의 상해를 입힌 경우, ③ 신고·진술·자료제공 등에 대한 보복을 목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경우, ④ 학교장이 피해학생을 가해학생으로부터 긴급하게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그리고 ⑤피해학생 및 그 보호자가 가해학생과의 분리를 요청하는 경우입니다.
이 중 마지막 요건, 즉 피해학생 및 그 보호자가 분리를 요청하는 경우는 학부모님이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입니다. 피해학생 측이 서면으로 분리를 요청하면, 학교장은 이를 근거로 우선 출석정지 또는 학급교체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다. 긴급조치 이후의 절차
가해학생에 대한 긴급조치는 심의위원회에 즉시 보고하여 추인을 받아야 합니다. 긴급조치는 사실관계가 확정되기 이전의 결정이므로, 심의위원회에서 '일부추인' 또는 '추인하지 않음' 결정이 가능합니다. 다만 긴급조치를 결정할 당시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긴급조치 자체가 문제되지는 않습니다.
또한 학교장이 긴급조치를 한 때에는 가해학생과 그 보호자에게 이를 통지하여야 하며, 가해학생이 이를 거부하거나 회피하는 때에는 학교장은 「초·중등교육법」 제18조에 따라 징계하여야 합니다.
4. 학교가 분리조치를 해주지 않는다면 — 변호사를 통한 긴급조치 요청
가. 실무에서 자주 마주치는 현실
법률은 분명히 학교장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실무에서는 학교가 "사안 조사 중"이라는 이유로 분리조치를 미루거나, 긴급조치 요청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피해학생은 그 사이에도 매일 가해학생과 같은 공간에서 생활해야 하고, 이는 2차 피해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은 학교폭력 사안 조사 과정에서 피해학생 및 그 보호자를 상담할 때 학교장 자체해결을 강요하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학교가 사안을 조용히 마무리하려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경우도 있어, 피해학생 측이 자신의 권리를 정확히 알고 적극적으로 요청하지 않으면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나. 변호사를 통한 서면 요청이 효과적인 이유
변호사가 직접 서면으로 긴급조치를 요청하면, 학교의 대응이 달라집니다. 구두로 요청하거나 학부모가 직접 민원을 제기하는 것과 달리, 법적 근거를 명시한 서면 요청은 학교로 하여금 법적 의무를 명확히 인식하게 하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학교폭력예방법 제16조 제1항에 따른 피해학생 보호 조치 요청, 제17조 제4항에 따른 접촉·보복행위 금지 조치 이행 촉구, 제17조 제5항·제6항에 따른 출석정지 또는 학급교체 조치 요청 등을 법적 근거와 함께 서면으로 제출하는 방식입니다.
학교는 이러한 서면 요청을 받은 경우, 이를 무시하거나 지연하면 법적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게 됩니다. 실제로 변호사의 서면 요청 이후 학교의 태도가 즉각적으로 바뀌는 사례를 현장에서 자주 접하게 됩니다.
다. 긴급조치 요청 시 함께 확인해야 할 사항
긴급조치를 요청할 때는 단순히 조치를 요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음 사항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교가 학교폭력 인지 후 지체 없이 분리 조치를 이행하였는지 여부, 피해학생에 대한 긴급조치 이후 심의위원회에 즉시 보고가 이루어졌는지 여부, 가해학생에 대한 접촉·보복행위 금지 조치가 실질적으로 이행되고 있는지 여부가 그것입니다.
이러한 사항들을 체계적으로 확인하고 기록해 두는 것은, 이후 심의위원회 절차나 행정심판·행정소송 등 불복 절차에서도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5. 긴급조치와 학교장 자체해결의 관계
한 가지 중요한 점을 짚어드립니다. 가해학생에 대해 우선 출석정지 긴급조치가 내려진 이후 학교장 자체해결로 사안이 종결되는 경우, 학교장은 긴급조치를 직권으로 취소하고, 긴급조치로 인한 결석 기간을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학교장의 허가를 받아 결석하는 경우로 보아 출석으로 인정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가해학생 측에서도 알아두어야 할 사항입니다. 긴급조치로 인한 출석정지가 학교장 자체해결로 종결되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지 않을 수 있으며, 이는 학교장 자체해결 제도의 취지와도 연결됩니다.
마무리 — 피해학생의 권리는 요청해야 지켜집니다
학교폭력 피해를 입은 학생과 그 보호자에게 가장 힘든 시간은 신고 이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그 기간입니다. 그러나 법률은 그 기간에도 피해학생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긴급조치는 피해학생이 요청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법적 보호 수단입니다. 학교가 스스로 움직이기를 기다리기보다, 법적 근거를 갖춘 서면 요청을 통해 학교의 의무 이행을 촉구하는 것이 피해학생 보호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학교폭력 사안에서 변호사의 역할은 단순히 심의위원회 이후의 불복 절차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사안 초기 단계에서 긴급조치를 서면으로 요청하고, 피해학생이 안전한 환경에서 학교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것 — 이것이 학교폭력 사안에서 변호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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