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자격모용사문서작성죄와 사문서위조의 차이
[형사] 자격모용사문서작성죄와 사문서위조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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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자격모용사문서작성죄와 사문서위조의 차이 

민경남 변호사

1. '내 이름'으로 서명해도 전과자가 될 수 있습니다.

형사 사건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제가 다른 사람 이름을 훔쳐 쓴 것도 아니고, 당당하게 제 이름 석 자를 적고 서명했는데 왜 경찰에서 위조범 취급을 하느냐"며 억울해하시는 분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대개 회사의 급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혹은 가족 간의 부동산 계약을 서두르기 위해 본인의 이름 앞에 대표이사나 대리인이라는 직함을 임의로 붙여 서류를 작성한 경우입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는 남의 이름을 사칭한 적이 없으니 범죄가 아니라고 확신하며 경찰 조사에 임하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 형법 제232조는 이러한 행위를 '자격모용에 의한 사문서작성죄'라는 엄중한 범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타인의 이름을 훔친 것은 아니지만, 본인에게 부여되지 않은 '자격'이나 '직함'을 거짓으로 꾸며내어 문서를 만들었기 때문에 그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평가하는 것입니다. 이 범죄는 단순한 거짓말을 넘어, 그 서류를 믿고 거래한 제3자에게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연쇄적으로 유발할 수 있으므로, 안일하게 대응했다가는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이라는 무거운 처벌을 피할 수 없습니다.

2. '작성 권한'을 넘어선 직함의 무단 사용

이 범죄가 성립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문서 작성 당시 나에게 그 문서에 기재된 '자격'이나 '대표 권한'을 행사할 정당한 권리가 있었느냐는 점입니다. 법은 문서의 내용이 실제 사실과 부합하는지 여부보다, 그 문서를 작성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 마치 권한이 있는 것처럼 외관을 꾸며내어 법적 거래의 신뢰를 깨뜨린 행위 자체를 처벌합니다. 즉, 계약의 내용이 회사나 본인에게 100% 이득이 되는 완벽한 진실이라 할지라도, 권한 없는 직함을 사용하는 순간 범죄가 성립하게 됩니다.

실무적으로 가장 문제가 되는 직함은 '대표이사', '지점장', '위임대리인' 등 제3자로 하여금 법적 책임을 지는 주체가 따로 있다고 믿게 만드는 자격들입니다. 만약 근로 계약서나 회사 내규, 혹은 가족 간의 위임장 어디에도 해당 자격으로 서류를 작성하고 날인할 권한이 명시적·묵시적으로 부여되어 있지 않다면, 그 서류는 법적으로 완전히 무효인 종잇조각이자 범죄의 증거물이 됩니다. 결국 재판에서는 내가 그 직함을 쓸 수밖에 없었던 업무상 관행이나 묵시적 위임 관계를 낱낱이 증명해 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3. 사문서위조죄 vs 자격모용사문서작성죄, 무엇이 다른가

의뢰인들이 가장 헷갈려하시는 "사문서위조죄(제231조)와의 정확한 차이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하시고는 합니다. 가장 쉬운 구분 기준은 문서상에 드러난 '작성자의 이름(명의)'이 누구의 것인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사문서위조죄는 아예 타인의 인격과 이름을 통째로 훔치는 행위입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모르는 상태에서 아버지의 도장을 훔쳐 계약서에 '홍길동(아버지 이름)'이라고 적고 날인했다면, 문서의 주체가 거짓이므로 전형적인 사문서위조에 해당합니다.

반면 자격모용에 의한 사문서작성죄는 이름 자체는 권한 있는 자(대개 본인)의 것을 쓰되, 그 앞에 붙는 '권한(자격)'을 속이는 행위입니다. 위와 똑같은 상황에서 계약서에 아버지의 이름이 아닌, '홍길동(아버지)의 대리인 홍길수(본인 이름)'라고 적고 서명했다면 어떨까요? 문서를 작성한 사람은 홍길수 본인이 맞지만, 그에게는 '대리인'이라는 자격이 없었으므로 자격모용이 성립합니다. 또는 이사 A가 이사 B의 이름과 도장으로 이사회 의사록을 작성하면 위조가 성립하고, 대표권 없는 이사 C가 자기의 명의로 대표이사 등의 자격을 사칭하여 법인 명의의 서류를 작성하면 자격모용이 됩니다. 즉, 위조죄가 '누가 만들었는가'를 속인 것이라면, 자격모용은 '어떤 권한으로 만들었는가'를 속인 것으로, 둘 다 법적 신뢰를 져버리는 범죄로 보아 동일하게 무거운 형벌(5년 이하 징역 등)이 가해지게 됩니다.

4. 부동산 계약과 법인 거래에서 발생하는 경우

부동산 계약에서 가장 대표적인 유형은 법인의 일반 임원이나 직원이 자신의 실적을 올리기 위해, 혹은 횡령을 목적으로 이사회의 결의나 대표의 승낙 없이 'OO회사 대표이사 OOO'이라는 명판과 법인인감을 임의로 찍어 대규모 부동산 임대차 계약이나 투자 유치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입니다. 거래 상대방은 회사의 공식 문서라 믿고 거액을 입금하지만, 추후 문제가 터지면 회사는 "권한 없는 자의 행위"라며 발을 빼고 해당 직원은 자격모용과 사기죄를 모두 뒤집어쓰게 됩니다.

또한, 공인중개사나 가족 등 제3자가 개입된 부동산 거래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해외에 있거나 연락이 닿지 않는 집주인을 대신해 친척이나 중개보조원이 임의로 '집주인의 법정대리인'을 자처하며 전월세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에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역전세 상황이 오거나 집주인이 계약 무효를 주장하는 순간, 선의로 계약을 도왔다고 믿었던 대리인은 졸지에 자격모용사문서작성 및 행사, 그리고 사기 공범으로 수사기관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게 됩니다.

5. 묵시적 위임과 '고의성' 조각을 향한 치밀한 증명

이 범죄로 고소를 당했다면, 피의자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어 전략은 해당 직함을 사용할 만한 정당한 이유, 즉 포괄적·묵시적 위임이 존재했음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명시적인 위임장이 없더라도, 과거부터 수차례 해당 직함을 사용해 문서를 작성해 왔고 그때마다 대표자나 본인이 이를 묵인하고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묵시적인 위임 내지 동의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수년간 주고받은 이메일 업무 지시, 카카오톡 대화 내용, 사내 결재 라인의 승인 내역 등을 샅샅이 뒤져 정당한 권한이 있었음을 법리적으로 재구성해야 합니다.

만약 엄격한 의미에서 권한을 넘은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당시 상황의 불가피성을 어필하여 범죄의 '고의성'을 배제시키는 전략도 병행해야 합니다. 회사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긴급하게 처리해야만 했던 사정, 문서 작성 후 즉각적으로 본인에게 보고하여 사후 추인을 받으려 했던 정황 등을 강조해야 합니다. 단순히 "몰라서 그랬다"가 아니라, 나에게 자격을 모용하여 타인에게 피해를 주려는 악의적인 목적이 전혀 없었음을 객관적인 정황 증거들로 수사관에게 납득시키는 것이 무혐의나 기소유예를 이끌어내는 핵심입니다.

6. 변호사 선임을 고려하시는 분들을 위한 조언

"저는 제 이익을 취한 것도 없고, 그저 일이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려고 대리인 직함을 쓴 것뿐입니다." 안타깝게도 경찰 조사에서 의뢰인들이 가장 많이 하시는 이 하소연은 형사 처벌을 피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수사관은 당신의 선의나 업무의 효율성에는 관심이 없으며, 오직 '서면화된 위임장이 있었는가', '대표자의 명시적 허락이 있었는가'만을 기계적으로 캐물을 것입니다. 이때 당황하여 "허락을 받진 않았지만 관행이었다"고 섣불리 진술하는 순간, 불리한 증언을 남기게 되고 기소 의견으로 송치되게 됩니다.

자격모용에 의한 사문서작성 사건은 단순한 형사 처벌을 넘어, 그 문서로 인해 파생된 수억 원대의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계약 무효에 따른 책임)까지 고스란히 떠안게 될 수 있습니다. 경찰에 가셔서 조사를 받으실 때 불리한 진술을 남기시지 않도록, 반드시 형사 및 민사에 전문성이 있는 변호사와 동행하여 조력을 받으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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