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 ‘의사에 반하는 성관계’를 하면 바로 '강간죄'성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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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 ‘의사에 반하는 성관계’를 하면 바로 '강간죄'성립할까 

유진명 변호사

성범죄 사건을 상담하다 보면
“상대방이 원하지 않았는데 성관계를 했으니 무조건 강간 아닌가요”라는 질문이 매우 자주 제기됩니다.


직관적으로는 그렇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형법상 강간죄는 단순히 ‘의사에 반하는 성관계’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성립하는 범죄는 아닙니다.

이 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판례가 바로
대법원 1999. 9. 21. 선고 99도2608 판결입니다.


이 판결은 강간죄에서 요구되는 폭행·협박의 수준, 그리고 항거 곤란성의 판단 기준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1. 먼저 사실관계부터 간단히 정리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과 피해자는 교제 관계에 있었습니다.


이전에 함께 숙박을 한 적이 있었고, 당시에는 피해자가 거부하자 성관계를 하지 않고 넘어간 사정도 있었습니다.

이후 다시 만나 술을 마신 뒤 숙박을 하게 되었고,
피고인은 잠에서 깬 후 피해자를 상대로 성관계를 시도하였습니다.


피해자는 “하지 말라”고 말하면서 몸을 흔드는 등 거부 의사를 표시하였습니다.

다만 피해자는
자리를 벗어나거나,
도망가거나,
소리를 질러 도움을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저항까지는 하지 않았습니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몸을 누른 상태에서 성관계를 시도하였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상해가 발생하였습니다.

검사는 이를 강간치상으로 기소하였지만,
법원은 강간죄 성립을 부정하였습니다.


2. 강간죄는 단순히 ‘원치 않는 성관계’로는 부족합니다

강간죄의 법적 구조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형법은 강간죄 성립 요건으로
폭행 또는 협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법원은 일관되게
그 폭행·협박은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단순히 상대방이 원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둘째, 일정한 수준 이상의 강제력이 있어야 합니다.

즉 법적으로는
‘의사에 반하는 성관계’와 ‘강간죄’는 동일한 개념이 아닙니다.


3. ‘의사에 반하는 정도’와 ‘항거 곤란’은 엄연히 다릅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중요한 구별을 합니다.

피고인의 행위는 분명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 행사에는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즉 피해자가 원하지 않았다는 점은 인정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곧바로
피해자의 반항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차이는 매우 중요합니다.

‘의사에 반한다’는 것은
단순히 거부 의사와 충돌했다는 의미입니다.

반면 ‘항거가 현저히 곤란하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저항이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려운 상태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법원은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봅니다.

유형력의 내용과 강도
행위가 이루어진 경위와 흐름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당시 장소, 시간, 주변 상황
피해자의 구체적 대응 양상

이러한 요소들을 전체적으로 고려하여
정말로 피해자가 저항하기 어려운 상태였는지를 판단합니다.


4. 왜 강간죄 기준이 이렇게 엄격할까

강간죄는 매우 중대한 범죄입니다.


유죄가 인정될 경우 중형이 선고될 수 있고, 사회적 낙인도 매우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법은
단순한 비난 가능성이나 도덕적 평가를 넘어서,
형사처벌이 가능한 수준의 강제력이 있었는지를 엄격하게 요구합니다.

이 사건에서도
피고인의 행위는 분명 비난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 행위였고, 실제로 상해까지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형법상 강간죄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그보다 더 높은 수준의 요건, 즉
항거 곤란 상태를 초래할 정도의 폭행·협박이 필요하다고 본 것입니다.


5. 실무에서 가장 많이 문제되는 쟁점

현실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부분이 핵심 쟁점이 됩니다.

명시적 거부가 있었는지
물리적 제압이나 위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피해자가 실제로 저항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는지
사전에 형성된 관계가 사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사건 전후의 행동이 일관되는지

특히 교제 관계나 지인 사이에서 발생한 사건에서는
강제력의 정도와 항거 곤란성이 더욱 치열하게 다투어집니다.

단순히 “싫다고 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거부가 실제로 무력화될 정도의 상황이었는지가 핵심입니다.


6. 이 판결이 주는 실질적인 의미

대법원 99도2608 판결은 다음과 같은 점을 명확히 합니다.

의사에 반하는 성관계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강간죄가 자동 성립하지는 않는다
강간죄 성립을 위해서는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수준의 폭행·협박이 필요하다
그 판단은 단편적인 요소가 아니라 전체 상황을 종합하여 이루어진다

즉 성범죄 사건에서는
단순히 “동의가 없었다”는 주장만으로 결론이 나지 않고,
그 상황이 법적으로 강간죄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가 별도로 판단됩니다.


7. 정리

결론적으로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의사에 반하는 성관계 ≠ 강간죄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한 거부를 넘어
저항이 사실상 어려운 상태를 만들 정도의 폭행·협박이 필요합니다.

이 사건은 바로 그 기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판례입니다.


성범죄 사건에서는 사실관계 하나하나가 법적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구체적 상황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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