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습상속인의 유류분 청구가 문제 된 사건
이번에 소개할 사건은 1960년대에 피상속인이 아들들에게 사 준 토지가 문제 되었고, 아들이 아버지보다 먼저 사망하여 대습상속인이 유류분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이 사건의 피상속인인 아버지는 3남 2녀를 두고 있었고, 파주에 많은 토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일부 토지는 사망 전에 딸들에게 증여하였고, 대부분의 재산은 손자들인 큰아들, 큰아들의 아들들, 둘째아들의 아들에게 유증하였습니다. 그 결과 유언과 유류분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하였습니다. 또한 둘째아들이 1990년대에 먼저 사망하였고, 며느리가 재혼하지 않으면서 둘째아들의 대습상속인은 며느리, 손녀, 손자가 되었습니다.
이 사건 전체는 유언효력확인 소송, 유류분 사건, 상속세 및 취득세 구상사건, 무단점유자에 대한 퇴거 및 건물철거 사건, 토지 매수인에 대한 매매계약 이행 사건, 등기관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까지 이어질 정도로 매우 복잡하고 다층적인 분쟁이었습니다. 다만 이 글에서는 그중에서도 상속사건에 해당하고, 전부승소를 이끌어낸 대습상속인들의 유류분 청구 사건만 설명드리겠습니다.
2. 유류분 청구 자체는 막을 수 없었던 이유
사실 피상속인인 아버지의 입장에서는 둘째아들의 정당한 상속분을 무시한 것은 절대 아니었습니다. 유언을 통해 둘째아들의 아들, 즉 손자가 원래 둘째아들이 받을 만큼의 재산을 유증받았기 때문입니다. 전체적인 구도로 보면, 아버지가 둘째아들을 배제하거나 버렸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민법상 유류분 판단은 어디까지나 법정상속분을 기준으로 해당 상속인이 그 절반에 해당하는 몫을 증여나 상속으로 받았는지를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유증에서 자신의 몫이 없는 상속인인 며느리와 손녀가 손자들을 상대로 유류분 반환청구를 하는 것은, 감정적으로는 억울하게 느껴질 수 있어도 법적으로는 정당한 권리행사에 해당합니다.
우리 의뢰인 입장에서는 둘째아들의 손자가 어머니와 누나의 몫까지 함께 유증받은 셈이니 억울한 면이 있었지만, 이 부분은 법리적으로 막아낼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이 사건의 핵심은 “유류분 청구 자체를 막을 수 있느냐”가 아니라, 그 청구를 실질적으로 배척할 수 있는 다른 법리적 사정이 존재하느냐에 있었습니다.
3. 대습상속인은 피대습자의 특별수익도 함께 승계합니다
이 사건에서 실제로 유효하게 작용한 반박 논리는, 대습상속인은 단지 돌아가신 사람의 상속권만 승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생전에 받은 특별수익도 함께 승계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는 상식적으로도 자연스러운 결론입니다. 둘째아들이 생전에 이미 자신의 상속분을 넘는 증여를 받았다면, 원래라면 상속의 원칙상 그만큼 상속분이나 유류분이 줄어들거나 없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단지 아들이 아버지보다 먼저 사망했다는 우연한 사정만으로, 과거 아들이 받았던 증여가 사라진 것처럼 취급되어 그 배우자와 자녀들이 새롭게 유류분을 주장할 수 있게 된다면, 이는 형평에 맞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 판례는 대습상속이 이루어진 경우 대습상속인은 피대습자의 특별수익도 그대로 승계한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이 사건의 방향을 바꾸는 핵심 쟁점이 되었습니다.
4. 1960년대에 사준 토지가 ‘돈’이 아니라 ‘부동산 자체의 증여’로 인정
이 사건에서는 피상속인이 1960년대에 우리 의뢰인인 큰아들과 동생인 둘째아들에게 함께 사준 토지가 존재하였습니다. 즉, 아버지가 돈을 내어 다른 사람으로부터 토지를 사게 하였고, 거의 비슷한 지역에 비슷한 규모의 토지를 큰아들과 작은아들이 각각 가지게 된 구조였습니다.
보통 이런 경우 법원은 이를 부동산 자체의 증여가 아니라 토지 취득자금의 증여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실제로도 자기 소유의 토지를 준 것이 아니라 자식이 토지를 살 수 있도록 돈을 준 것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해석은 유류분 사건에서는 매우 중요한 차이를 낳습니다. 취득자금의 증여로 평가되면, 당시 증여받은 금액을 물가상승률에 따라 환산하여 유류분 계산에 반영하게 되는데, 우리나라의 물가상승률은 장기간의 부동산 가격 상승률에 비해 훨씬 낮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부동산 자체를 증여받은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보다 유류분 산정에서 훨씬 불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더구나 1960년대 토지거래의 경우, 실제 거래대금 자체를 정확히 입증하기 어려운 소송기술상의 한계도 존재합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증여를 받는 사람이 미성년자이거나 기타 사정상 스스로 부동산 거래를 하기 어려운 경우,
한 자녀만이 아니라 다른 형제도 비슷한 규모로 함께 취득하여 피상속인이 자녀들에게 재산을 분배하는 정황이 보이는 경우,
피상속인 외에 다른 사람이 증여를 해줄 만한 사정이 없는 경우에는,
법원이 부동산 자체가 증여된 것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는 자식이 독자적으로 부동산 거래를 한 것이 아니라, 사실상 피상속인이 직접 모든 거래를 진행하여 부동산을 취득한 뒤, 이를 자식에게 이전해 준 것으로 해석하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실질적으로는 피상속인이 부동산을 사서 자식에게 증여한 것이고, 등기만 중간생략의 형태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는 것입니다.
5. 결국 대습상속인의 유류분 청구는 모두 배척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법원은 매우 이례적으로, 타인으로부터 부동산을 취득한 사례임에도 피상속인이 부동산 자체를 증여한 것으로 인정하였습니다. 즉, 사망한 둘째아들이 취득한 파주 토지는 단순히 취득자금을 받은 것이 아니라, 피상속인이 형제에게 함께 증여해 준 부동산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리고 앞서 다른 승소사례에서도 설명드린 것처럼, 1979년 유류분 제도 시행 이전의 증여라도 유류분 계산에서 차감의 대상이 된다는 점은 이미 명확합니다. 결국 이 사건에서는 둘째아들이 생전에 받은 해당 토지가 특별수익으로 반영되었고, 그 특별수익을 대습상속인들이 그대로 승계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대습상속인들의 유류분은 모두 그 토지에 의해 소멸하거나 삭감되었습니다. 그 결과 원고 측의 청구는 단 하나도 인용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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