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엘앤에스 김의지 변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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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우리 사법 현장에서는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은 사회질서 위반으로 무효'라는 인식이 원칙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이러한 원칙에 대해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법리적 잣대를 제시한 주목할 만한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5나7739 판결).
오늘은 이 판결이 왜 화제가 되고 있는지, 그리고 형사 성공보수의 유효성을 판단하는 새로운 기준은 무엇인지 상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사건의 배경: 1심 유죄를 뒤집은 항소심 무죄와 보수 약정
이 사건의 피고인은 1심에서 일부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항소심에서 변호인을 선임하며 '무죄 선고 시 성공보수 지급'을 약정했습니다. 변호인은 치밀한 사실조회와 구술 변론을 통해 결국 항소심에서 전부 무죄라는 성과를 이끌어냈고, 이는 대법원에서 확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의뢰인은 2015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보수 지급을 거절했고, 사건은 성공보수 약정의 효력을 다투는 민사 소송으로 이어졌습니다.
2. 판결의 핵심 논리: "모든 성공보수가 사법 정의를 훼손하는가?"
재판부는 형사 성공보수 약정이 무조건 무효가 아니라, '개별적·구체적 사정'에 따라 유효할 수 있음을 명시했습니다.
형사사건에서 변호사와 의뢰인의 관계는 자유로운 위임계약에 기초하므로, 그에 부수한 성공보수 약정 역시 강행규정이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 되지 않는 한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당사자의 자율에 맡겨져야 한다. 이 경우 형사 성공보수 약정의 허용 여부 및 그 적정성은 사건의 성격, 보수의 산정방식, 약정의 내용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적, 구체적으로 판단하는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모든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 약정을 일률적으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된다고 평가할 것이 아니라, 개별 사안에서 해당 성공보수 약정이 형사 사법의 염결성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훼손하거나 사법 정의에 반하는 경우에 한하여 이를 무효로 보아야 할 것
변호인 노력의 정당한 가치 인정: 무죄 판결은 단순히 법관의 재량이 아니라, 변호인이 유리한 증거를 부각하고 불리한 증거를 탄핵하는 등 성실한 변론 활동에 의해 형성되는 측면이 큽니다.
우리나라의 형사소송법은 소송절차의 전반에 걸쳐 당사자주의, 공판중심주의, 직접주의를 지향하고 있으므로, 형사사건에서 변호인의 충분한 조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피고인이 자신의 방어권을 온전히 행사하지 못하거나, 절차적으로 현저히 불리한 지위에 놓이게 될 위험이 있다. 특히, 유무죄를 다투는 사건의 경우 증거의 증거능력이나 증명력이 재판의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핵심적인 쟁점이 되는데, 변호인이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실관계와 증거를 부각하고, 상대방 당사자에 유리한 사실관계와 증거를 탄핵함으로써 재판의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최근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여 무죄 판결을 선고한 다수의 판례들은, 형사 절차에서 변호인이 단순한 보조적 존재가 아니라 수사기관의 권한 행사에 대해 실질적으로 견제하고 방어권을 구체화함으로써 당사자주의가 기능하도록 하는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형사재판에서의 결과는 수사기관이나 법관의 재량적 판단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좌우되는 영역이라고만 볼 수 없고, 변호인의 전문적이고 성실한 변론 활동에 따라 형성되는 측면이 크다. 특히, 국민참여재판이나 사실적 · 법률적 쟁점이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에서는, 변호인의 법률적 주장과 제출된 자료에 따라 사건의 방향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형사사건에서의 변호인의 역할과 중요성은 민사사건에서의 소송대리인의 역할에 비하여 경미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 약정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변호인의 충실한 변론을 담보하는 실질적 동인을 약화시키고, 그로 인한 부담과 위험을 의뢰인이 고스란히 감수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결국 의뢰인의 방어권 행사가 위축된다면 형사 사법절차가 추구하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결론은 기대하기 어렵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나7739 약정금 판결 중 일부
부당한 수단과의 단절: 해당 약정이 변호사로 하여금 위법·부당한 수단을 동원하게 하거나 형사사법의 공정성을 실질적으로 해할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무효로 보아야 합니다.
한편, 법관의 독립성이 강화되고, 다양한 직역에서 금품 수수 등 부정행위에 대한 처벌 기준이 전반적으로 강화됨에 따라, 형사 사법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과거에 비하여 상당 부분 제고되었다. 이러한 제도적, 사회적 환경의 변화 속에서, 형사 성공보수 약정의 존재만으로 형사 사법절차의 공정성과 염결성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전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금품수수, 청탁, 부당한 영향력 행사와 같은 부정행위는 그 자체로 형사 처벌 및 중징계의 대상이 되며, 변호사는 변호사법 및 직업윤리에 따라 이에 관하여 엄격한 규율과 제재를 받고 있다. 따라서, 형사사법 절차에서의 공정성과 염결성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변호사가 형사사건에서 저지른 부정행위를 변호사법이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엄정히 처벌함으로써 이를 바로잡는 사법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타당하며, 부정행위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는 성공보수 약정 자체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것은 문제에 대한 적절한 해법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전관예우의 가능성을 신뢰하여 고위직 법관 또는 검사 출신의 변호인에게 거액의 수임료를 지급하는 형태의 위임계약은,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 약정이 금지된 이후 오히려 고착화 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관 출신 등 기득권 변호사들은 의뢰인에 대한 우월한 협상력을 바탕으로 성공보수 대신 착수금을 높게 책정할 수 있는 반면, 신규 변호사들은 자신의 능력과 성실성을 보여줄 지표가 부족하여 착수금을 높게 설정하기 어렵고, 성공보수와 같은 인센티브마저 없어 사건 수임 자체를 기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 결과 구속 등 절박한 상황에 놓인 의뢰인들은 고액의 착수금을 부담하면서 전관 출신의 변호인을 선임할 수밖에 없게 되므로,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 약정을 금지함으로써 이루고자 하였던 사법 신뢰의 회복은 달성할 수 없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나7739 약정금 판결 중 일부
계약 자유의 원칙 존중: 변호사와 의뢰인의 관계는 자유로운 위임계약에 기초하므로, 사법 정의를 현저히 훼손하지 않는 한 당사자의 자율적인 약정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3. 성공보수가 유효하기 위한 판단 기준
이번 판결과 법조계의 평석을 종합해 볼 때, 형사 성공보수가 유효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들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결과의 성격: 단순한 양형상의 유리함(집행유예 등)이 아닌, 무죄·공소기각·면소 등 법률상 책임 유무를 다투는 사안인 경우
노력의 정도: 변호인이 사실조회, 증거 탄핵 등 객관적으로 입증 가능한 전문적 노력을 기울였는지 여부
부당 청탁 여부: 수사기관이나 재판부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 없이 변호사 스스로의 역량으로 결과를 도출했는지 여부
4. 법리적 시사점: 실질적 방어권 보장을 위하여
재판부는 형사 성공보수의 일률적 금지가 오히려 고액 착수금을 요구하는 기형적인 구조를 만들거나, 실력 있는 변호사들의 성실한 변론 의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결국, 정당한 노력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 체계가 갖춰질 때 의뢰인의 방어권도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이번 판결은 형사 사법의 공정성을 지키면서도 변호사 직무의 전문적 가치를 회복하려는 법원의 진일보한 판단으로 평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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