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업자의 인감도장과 등기필증을 돌려주지 않았으니까 횡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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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업자의 인감도장과 등기필증을 돌려주지 않았으니까 횡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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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업자의 인감도장과 등기필증을 돌려주지 않았으니까 횡령? 

김원석 변호사

불송치(혐의없음)

안****

동업자와 관계가 틀어지면, 민사소송뿐 아니라 형사고소로 번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동업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맡겨둔 중요 서류나 물건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횡령 당했다"는 감정이 먼저 앞서기 마련입니다.

오늘 소개할 사례는 동업 관계에서 상대방의 인감도장과 부동산 등기필증을 보관하던 의뢰인이 업무상횡령 혐의로 형사고소를 당했지만, 수사 결과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받은 사건입니다.


사건의 경위

A씨와 B씨는 동업자였습니다. A씨는 회사의 대표이사이자 50% 지분권자였고, B씨 역시 50%의 지분을 가진 공동 경영자였습니다.

사업 과정에서 A씨는 B씨에게 회사가 분양을 대행하고 있는 상업용 건물 여러 호실을 직접 분양받을 것을 권유했고, B씨는 이를 수락하여 상당수의 호실을 분양받았습니다. 이후 분양받은 건물의 매매나 임대차 계약을 진행하기 위해, B씨는 자신의 인감도장과 해당 부동산의 등기필증을 A씨에게 맡겨두었습니다.

그런데 사업이 기대만큼 순조롭지 못했습니다. 이후 양측의 관계는 급격히 악화되었습니다. B씨는 A씨에게 인감도장과 등기필증의 반환을 요구했지만 돌려받지 못했고, 결국 A씨를 업무상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고소인 측의 주장과 논리

고소인 B씨 측의 주장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A씨는 부동산 분양 대행 회사의 대표로서 B씨의 인감도장과 등기필증을 "업무상" 보관하고 있었다. 사업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게 되자 이 물건들을 가지고 잠적했으며, B씨가 반환을 요구했음에도 이를 무시했다. 특히 등기필증은 재발급이 불가능한 서류이며, 인감도장 역시 부동산 처분에 필수적인 물건이므로, 이를 돌려주지 않은 것은 명백한 횡령행위다.

고소인은 "업무상 보관자 지위"와 "불법영득의사"에 관한 주장을 상당히 공을 들여 하고 있었습니다. 일반인의 시각에서 보면 "중요한 서류를 갖고 잠적했다"는 이야기가 꽤 설득력 있게 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횡령"과 "반환 지연"은 엄연히 다릅니다.

저는 A씨의 변호를 맡으면서, "반환하지 않은 것"과 "횡령한 것"은 법적으로 전혀 다르다는 점에 중점을 두기로 하였습니다.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히 물건을 돌려주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형법상 횡령은 "불법영득의사", 즉 다른 사람의 물건을 자기 것처럼 사용하거나 처분하려는 의도가 있어야 합니다. 물건을 돌려주지 못한 데 여러 사정이 있었고, 실제로 그 물건을 자기 이익을 위해 사용하거나 처분한 적이 없다면, 이는 횡령이 아니라 단순한 민사상의 반환 지연에 불과할 뿐인거죠.

이 구분은 법률 전문가가 아닌 분들이 가장 오해하기 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안 돌려줬으니까 횡령 아닌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법은 그보다 엄격한 기준을 요구합니다.


물건은 사무실에 그대로 있었다

결국 A씨가 B씨의 물건들을 "갖고 잠적했다"는 것이 고소인 측 주장의 요지였지만, 실제로 해당 물건들은 A씨의 사무실에 그대로 보관되어 있었습니다. A씨는 해당 물건의 존재 자체를 명확히 인식하지 못한 채, 사무실에 보관된 여러 서류들 중 하나로 두고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갖고 도주했다"는 표현과 "사무실에 놓아둔 채 신경 쓰지 못했다"는 현실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반환 요구가 실효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고소인 B씨가 반환을 요구했다는 주장 역시 사실이긴 하지만, 그 방법은 이메일 발송에 그쳤습니다. 내용증명 우편이나 직접 방문, 혹은 제3자를 통한 요청 등 실효적인 반환 요구 수단이 활용되지 않았습니다. A씨 입장에서는 해당 이메일을 스팸으로 인식하여 확인하지 못한 것이었고, 이는 "의도적으로 반환을 거부한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죠.


사용이나 처분 흔적이 전혀 없었다

인감도장이나 등기필증이 무단으로 사용되었거나, 이를 이용해 어떤 거래가 이루어진 사실 역시 전혀 없었습니다. 해당 부동산에 대한 등기 변동도 없었고, 인감도장이 날인된 어떤 서류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물건이 온전한 상태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는 사실은, A씨에게 횡령의 고의가 없었음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것이었습니다.


수사기관의 판단

경찰은 이러한 사실관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A씨에 대해 "증거 불충분하여 불송치(혐의없음)" 결정을 내렸습니다. 수사기관은 A씨에게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수사기관이 사건의 전체 맥락을 검토한 결과, A씨의 행위가 업무상횡령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 사건이 알려주는 것들

이 사건은 동업 관계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이 형사사건으로 비화된 경우입니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고소를 하는 측과 고소를 당하는 측 모두에게 중요합니다.

"안 돌려줬다"고 해서 모두 횡령은 아닙니다. 횡령죄의 핵심은 "불법영득의사", 즉 남의 물건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의도입니다. 물건을 돌려주지 못한 데 다른 사정이 있었고, 실제로 그 물건을 사용하거나 처분하지 않았다면, 이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아닌 민사적 분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형사고소를 하기 전에 이 구분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동업 중 상대방의 중요 서류를 보관하고 있다면, 관리 기록을 남겨두세요. 사업 관계가 좋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관계가 악화되면 "맡겨둔 물건을 횡령했다"는 분쟁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어떤 물건을 어떤 경위로 보관하게 되었는지, 반환 요청이 있었는지 등을 기록으로 남겨두면 나중에 큰 차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반환을 요구할 때는 실효적인 방법을 사용하세요. 이메일만으로 반환을 요구한 뒤 "반환을 거부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법적으로 강한 증거가 되기 어렵습니다. 내용증명 우편, 변호사를 통한 공식 요청, 또는 직접 방문 등 상대방이 확실히 인지할 수 있는 방법으로 요구해야, 이후 법적 분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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