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원장님들께 여쭤봅니다.
가장 두려운 순간이 언제이신가요?
믿었던 강사가 "그만두겠다"고 할 때, 그게 시작입니다.
진짜 지옥은 그다음입니다.

그냥 나가는 게 아니라 학부모들한테 몰래 전화해서 "제가 나가서 더 싸게 해드릴게요"라고 유혹합니다.
게다가 그 강사가 우리 학원 바로 옆에 공부방이든 교습소든 차린다고 하면요?
그때야말로 진짜 피가 마릅니다.
계약서에 경업금지 조항 넣어두고, 서명까지 받으셨다고요? 그래도 안심하시면 안 됩니다.
그 조항, 법원에서 무효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예방변호사 임호균변호사 입니다.
변호사로서 제가 늘 강조드리는 점은, '서명받았으니 끝'이라는 착각이 얼마나 위험한지 입니다.
오늘은 학원강사 경업금지약정이 왜 무효가 되는지, 어떻게 해야 실제로 효력이 인정되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1. 서명만으로 유효할까
결론부터 말씀드립니다. 아닙니다.
대법원은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을 다음 요소들을 종합하여 판단합니다. (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 존재하는가
경업 제한의 기간·지역·직종이 합리적인가
근로자에게 상응하는 대가를 제공했는가
퇴직 전 지위와 퇴직 경위는 어떠한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가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이 요건들이 충족되는지에 대한 입증책임은 사용자, 즉 학원 측에 있다는 것입니다.

'분명히 계약서에 써있고 서명까지 받았는데요?'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약정은 민법 제103조에 따라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으로 봅니다.
계약서에 있다는 사실, 서명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유효하다고 인정되지 않습니다.
2. 무효가 되는 세 가지 유형
첫째, 대가 없이 의무만 부과한 경우입니다.
서울고등법원은 영어학원 강사 사건에서 아무런 대가 없이 강사에게만 전직금지 의무를 부과한 약정을 무효로 판단했습니다.
피고용자 지위에 있던 강사가 약정 체결을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도 고려되었습니다.
물론 '대가가 없으면 무조건 무효'는 아닙니다.
다만 별도 보상 없이 일방적으로 의무만 부과했다면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집니다.

둘째, 보호할 이익이 구체적이지 않은 경우입니다.
'우리 학생 빼갈 수 있잖아요'라는 막연한 우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학원 고유의 커리큘럼, 자체 개발 교재, 영업비밀 수준의 수강생 정보, 독특한 교수법 등 구체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을 입증해야 합니다.
실제 판결에서 법원은 강사가 학원의 강의 노하우와 수강생 정보를 활용해 인근에 동종 학원을 개설하고 기존 수강생 상당수가 이동한 경우, 학원의 영업상 이익 보호 필요성을 인정했습니다.
반대로 영업비밀이나 독특한 지식에 관한 구체적 소명이 부족한 경우에는 보호이익 자체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셋째, 제한 범위가 과도한 경우입니다.
법원이 일률적인 수치를 정해놓은 것은 아닙니다.
계약기간 대비, 업종 특성, 강사의 지위, 실제 손해 가능성 등을 고려해 개별 사안마다 판단합니다.
실무적으로는 6개월~ 1년 이내, 반경 13km 정도에서 인정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유효성이 인정된 사례
'그러면 경업금지는 다 소용없는 건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법원에서 유효성을 인정받은 사례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창원지방법원은 학원 강사 사건에서 다음과 같은 점들을 종합하여 약정의 효력을 인정했습니다(창원지방법원 2023. 11. 8. 선고 2022가단119841 판결).
강사가 비율제 계약으로 고정급 강사보다 높은 강사료를 받아 경제적 보상 요소로 평가됨
금지기간 6개월, 금지지역 3km로 범위가 비교적 좁게 설정됨
실제로 수강생 다수가 강사를 따라 이동해 학원에 실질적 손해가 발생함
유명강사를 서로 빼가는 관행을 방지하는 것이 학원업계 거래질서 유지에 필요함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비율제 계약이니까 유효하다'가 아닙니다.
대가성, 합리적 범위, 보호이익의 구체화, 공익적 필요성 등 여러 요소가 함께 충족되었기 때문에 유효성이 인정된 것입니다.
핵심은 단일 요소가 아니라 종합적인 설계입니다.
4. 계약서에 미리 담아야 할 것들
가장 중요한 건 계약서에 미리 적절한 조항들을 담아두는 겁니다.

1) 수강생 유인 금지 조항
퇴사 전후로 학생들을 유인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입니다.
부정경쟁행위나 신의칙 위반에 해당할 수 있어 실무상 매우 중요합니다.

2) 재직 중 겸업 제한 조항
개별 교습이나 과외를 전면적·무기한 금지하면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위험이 있습니다.
'학원 수강생을 대상으로 한 무단 과외·교습 금지' 등 범위를 좁혀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3) 경업금지에 대한 별도 보상
퇴직금 가산, 특별수당 등 형태로 대가를 제공하면 유효성 인정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판례가 '대가 제공 여부'를 명시적인 판단 요소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4) 금지 기간과 지역의 구체적 명시
6개월~1년 이내로 기간을 설정하고, 반경 13km 또는 동일 행정구역으로 지역을 특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다만 도심인지 외곽인지, 온라인 강의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조정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5) 위약금·위약벌 조항
위약금을 전혀 두지 않으면 강제력이 떨어지고, 너무 과도하게 두면 감액되거나 일부 무효가 됩니다.
실제로 5,000만 원 손해배상 예정 조항이 3,000만 원으로 감액된 사례도 있습니다. 적정 수준으로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재직 중 경쟁행위 금지와 퇴사 후 제한을 명확히 분리해서 규정하는 것이 분쟁 시 유리합니다.
지금까지 학원강사 경업금지약정이 무효가 되는 유형과 유효성이 인정되는 설계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케이스마다 다르기 때문에 무조건 통하는 체크리스트를 드릴 수 없습니다.
다만 오늘 말씀드린 방향, 즉 대가 제공, 보호이익의 구체화, 범위의 합리화가 유효성을 높이는 핵심 축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문제가 터진 후에는 이미 늦습니다.
수강생은 빠져나갔고, 학원 운영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됩니다.
제대로 된 계약서 하나가 수백, 수천만 원의 손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지금 강사 영입을 고민 중이시거나, 기존 계약서가 법적으로 유효한지 걱정되신다면 사전에 점검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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