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판사는 무엇을 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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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판사는 무엇을 보는가 

신현범 변호사

1. 들어가며

 

영장 재판, 즉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일반 형사재판과는 성격이 상당히 다릅니다.

일반 형사재판에서는 피고인 측이 검찰이 보유한 증거를 모두 열람·등사할 수 있고, 재판부도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증거를 검토한 뒤 판결을 선고합니다.

 

그러나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는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수사기관은 상당한 양의 자료를 이미 확보한 상태인 반면, 피의자 측은 수사기관이 어떤 증거를 가지고 있는지 거의 알지 못한 상태에서 영장 재판에 임해야 합니다. 또한 영장 판사는 단 몇 시간 안에 사건을 파악하고, 피의자의 신병에 관한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2. 판사가 영장 재판을 대하는 현실

 

구속영장 담당 판사는 한 사람의 인생과 사건 전체의 흐름을 좌우할 수 있는 결정을 매우 제한된 시간 안에 해야 하기 때문에, 기록을 정밀하게 검토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영장 재판은 모든 사실관계를 따지는 절차라기보다는, ‘지금 이 사람을 구속해야 할 필요성과 상당성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재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3. 영장 재판에서 판사가 실제로 보는 요소

 

실제 구속영장을 보면, “피의자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 피의자는 도망하였다, 피의자는 도망할 염려가 있다, 피의자는 일정한 주거가 없다, 피의자는 소년으로서 구속하여야 할 부득이한 사유가 있다”라는 각 항목 앞에 있는 ☐란 중 하나 또는 둘에 판사가 √ 체크를 하면 영장은 발부됩니다. 이 경우 판사가 별도로 이유를 상세히 기재할 필요는 없습니다.

 

반면,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는 경우에는 판사가 그 사유를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합니다.

따라서 영장 청구가 기각되기 위해서는, 영장 담당 판사가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없다’는 이유를 스스로 글로 적을 수 있을 정도로 설득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판사는 증거 인멸 우려나 도망 우려뿐만 아니라 범죄의 중대성을 매우 크게 고려합니다. 범죄가 중대한 경우에는 자백을 하더라도, 그 자체로 도망의 우려가 있다고 보아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피의자가 범죄사실을 다투는 경우, 판사는 증거 인멸 또는 도망 우려를 인정하기 쉽습니다. 이 경우 영장 청구가 기각되기 위해서는 판사가 “이 사건은 재판 과정에서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도 있다. 불구속 상태에서 방어권을 보장하는 것이 타당하다.”

라고 판단할 수 있을 정도의 설명과 자료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영장 단계에서는 수사기관이 보유한 증거를 충분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중대한 범죄에서 범죄사실을 다투는 것은 구속을 각오해야 하는 선택이 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범죄사실이 상대적으로 중하지 않은 경우에는, 수사 단계에서 다투었더라도 영장 재판에서는 자백을 하고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또한 중대한 범죄에서 자백을 하는 경우에도, 피의자가 절대 도망하지 않고 재판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는 점을 판사가 확신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자료와 설명이 필요합니다.

 

 

4. 영장 재판에서 변호인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

 

영장 재판에서 피의자는 판사의 질문에 답변하는 위치에 머무를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변호인이 사건의 핵심을 정리하여 판사가 판단하기 쉬운 형태로 제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피의자가 범죄사실을 다툴지, 자백할지, 일부 자백할지에 대한 전략 역시 영장 단계에서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합니다.

 

영장 발부율이 75~80%에 이르는 현실에서, 영장 청구 기각은 결코 쉬운 결과가 아닙니다. 그러나 경계선에 있는 사건에서는 변호인의 준비와 전략에 따라 구속 여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5. 영장 재판의 의미

 

피의자의 구속 여부는 단순히 신병이 구속되느냐의 문제를 넘어, 그 이후의 수사와 재판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기 때문에 법원에서도 영장 전담 판사를 매우 엄격한 기준에 따라 선정합니다.

 

불구속 상태에서 충분한 방어권을 행사하며 재판을 받는다면, 무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 역시 높아질 수 있습니다.

 

영장 판사를 설득하여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받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누가 보아도 구속이 불가피한 사건이 있는 반면, 그 경계선에 놓인 사건도 상당수 존재합니다. 이러한 사건에서는 변호인의 전략과 준비에 따라 구속 여부가 좌우되므로, 포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영장 재판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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